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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온 Jun 29. 2015

부위별 살 빼기는 불가능하다

스팟 리덕션(Spot reduction)은 미신이다

스팟 리덕션(Spot reduction) 이라는 말이 있다. 그대로 직역해보면, 어느 한 지점의 무언가를 감소시킨다는 의미다. 스팟 리덕션은 다이어트 업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로서 특정 부분의 지방을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여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사람에 따라서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살이 찔 때 체지방이 온 몸 구석구석에 고르게 퍼져서 붙는 사람은 없다. 종아리나 허벅지가 먼저 굵어진다거나, 배만 먼저 나온다거나, 얼굴이 가장 먼저 커지는 등 각각 체지방이 먼저 늘어나 고민의 대상이 된 부분은 한 곳씩은 모두 있게 마련이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스팟 리덕션은 달콤한 유혹으로 들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스팟 리덕션 이론이 이야기하는 근거는 꽤나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하니까.

    



스팟 리덕션 이론에서 말하는 것은 한 문장으로 줄여보자면 다음과 같다. 특정 부위의 운동(혹은 업자들이 판매하는 제 3의 수단)을 통하여 특정 부위의 지방을 제거한다는 것. 그나마 운동을 통해서 체지방을 제거하겠다는 시도는 차라리 건전하기라도 하다. 스팟 리덕션의 신앙이 미치는 영향은 부위별 랩핑이나 경락 마사지 등등 2,3차에 이르는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하게 만든다. 돈은 돈대로 들고, 체지방을 제거하기 위하여 뭔가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야 들겠지만 그런 방법으로 정말 살이 빠진다면 대체 누가 다이어트 때문에 고민을 할까?

    

특정 부위의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그 부위의 지방이 없어질 것이라는 믿음은 다이어트나 운동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일반적으로 많이 퍼져 있다. 가장 알기 쉬운 예를 들어보자면 세계적 축구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복근에 관한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지만, 당장 포털 사이트에서 ‘호날두 복근’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뉴스에도 나올 정도다. 하루에 복근운동 3천회를 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


물론 튼튼한 허리와 배를 만들기 위한 호날두의 노력은 여타 스포츠맨들의 귀감이 될 만 하나, 그의 복근은 실제로는 엄청난 복근운동의 효과라기보다는 낮은 체지방률에 의한 것에 가깝다고 본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분명 한 명쯤은 있다. 운동을 하지 않거나, 혹은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지만 선명한 윤곽의 복근이 존재하는 사람들.

    

체지방률이 낮으면 본인이 원래 생존을 위하여 가지고 있던 기초적인 수준의 근육이라도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사실 당연한 부분이다. 이 상태에서 복근 운동을 수행할 경우 약간만 ‘펌핑’이 된 근육이라도 복부 지방이 충만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인간의 몸이 잉여 에너지를 지방으로 바꿔 저장하고, 이 지방을 다시 소비하는 과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인체에 흡수되는 영양분들은 각기 다른 소화 효소, 그리고 소화 분해 과정을 거쳐 변환된 영양분들을 수용하는 수용체 등의 영향을 받아 각기 다른 형태로 순환되고 저장된다.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에 어떤 형태로 저장되냐는 것일테지만, 안타깝게도 일반론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이 많이 먹어도 가슴 부분부터 살이 찌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리 부분부터 찌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 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부분에 따른다.

    

어느 정도 경향성은 존재하지만, 평균은 말 그대로 평균일 뿐이다


종종 ‘나는 하루에 스쿼트 2천개를 해서 다리의 지방을 태웠다’ 라고 말하는 류의, 부위별 운동의 효과를 간증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앉았다 일어서는 운동을 하루에 2천개씩이나 하면 당연히 살이 빠질 수 밖에 없다. 다만 그것이 정말로 다리 빠진 것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게다가 체지방은 의외로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지방이 연소된 것이 아니라 단지 분포 형태만이 일시적으로 달라졌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거울을 보면 허벅지가 탄탄해지고 늘씬해진 것 같아 운동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겨우 며칠간의 운동으로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을 경우 실제로는 두 가지 케이스가 있을 수 있다.

    

첫째. 늘어져 있는 지방을 탄탄하게 잡아줄 정도의 근육도 거의 없을 정도로 이완 상태라, 그동안 하지 않던 운동을 통하여 근육이 수축 긴장 상태에 접어들었을 경우.

    

둘째. 옆으로 퍼져있던 체지방이 단순히 앞뒤로 위치만을 이동했을 경우. 허벅지의 둘레를 줄자로 측정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체지방은 일시적으로 옮겨 다니거나 전체적으로 조금씩 연소될 수는 있어도, 어느 한 곳은 그대로 유지된 채 목표로 하는 한 부분만 없앨 수는 없다. 체지방을 전체적으로 소모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운동 뿐이다.

    

지구상에 인간이 등장한 이래, 인간은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 끊임없이 직면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잉여 영양분은 쉽게 연소하거나 배출시키지 않게 되었으며, 체내에 저장하여 비상시를 대비하도록 진화되어 왔다.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게 된 것은 인류 역사상 최근 겨우 몇백년 정도가 처음인데, 수십만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진 진화가 지금 와서 그렇게 쉽게 바뀔 수는 없다.

    

단언하건대 스팟 리덕션은 미신이다. 어느 한 곳만 빠지기를 기대하는 요행을 바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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