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맵 Google Map 구석구석 파헤치기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나 혼자 고심해서 생각할 때보다 때론 누군가가 툭 던진 한 마디에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뛰어난 한 명이 그룹을 이끌기도 하지만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집단이 모여 큰 힘을 만들어내기도 하죠.
제품 및 서비스도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습니다. 공급자가 해줄 수 있는 최대치는 분명 존재하고, 결국 소비자와 공급자가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게 가장 아름다운 그림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제품/서비스 제공자는 공급자적 마인드에서 “우리의 고객들은 무엇을 좋아할까?”, “이런 포인트를 좋아하겠지!” 하며 추측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합니다.
물론 모두들 고객의 소리를 중요시하고 귀담아들으려 합니다. 그러나 듣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는 같이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위와 같은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너무 자주 이용하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 잘 몰랐지만, 구글맵이 바로 그렇습니다. 구글맵은 지역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알려주는 지도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구글맵은 단순 지도서비스를 넘어 여행 플랫폼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당신의 행동 패턴을 잘 살펴보세요. 국내에서 길을 찾을 땐 네이버, 카카오 지도 등을 활용하지만 해외여행을 나가면 구글맵부터 켜고 여행을 시작한다는 것을요. 그렇다면 구글맵은 어떻게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서비스에 녹여냈고, 그것이 어떻게 맵을 더 빛나게 해주었을까요.
한국 구글맵에는 아직 구현되지 않은 기능이지만 해외 몇 국가에서는 대중교통 혼잡도 기능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길찾기를 통해 최적의 루트를 찾고 난 후 특정 버스가 해당 시간대에 얼마나 붐빌지 예측해 알려주는 것입니다. 처음 이 기능을 접했을 때, 도대체 구글이 혼잡 데이터를 어떻게 가지고 왔을 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러곤 이내 답을 찾았습니다. 구글맵으로 길을 찾고 가장 빠르다고 한 100번 버스를 타고 특정 목적지에 내렸습니다. 목적지에 내리고 약 1분 뒤 구글맵에서는 바로 푸쉬 알람을 보내왔습니다. “당신이 방금 탔던 100번 버스의 혼잡도는 어땠습니까?”
탑승했던 버스의 혼잡도를 알려주면 다음 그 버스를 탈 사용자에게 혼잡도를 예측하여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과거 데이터가 누군가의 미래 데이터가 되는 형태입니다. 한국에서의 비슷한 사례로는 호우호우가 있습니다. 호우호우는 단순 기상청의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교한 예측을 위해 이용자의 신고를 같이 활용합니다.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날씨 정보를 보완하는 것이죠.
구글맵도, 호우호우도 중요하게 시사하는 점은 과거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객을 괴롭힌다는 것입니다. 과거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 예측하기 용이해지고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까지 결합된다면 최적의 결과를 낼 테니까요.
구글 포토를 써본 독자분이시라면 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알람이 온다는 사실을요. 내용인즉슨, 내가 갔다 온 곳에 대한 정보와 사진을 업로드하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선 ‘구글 지역가이드가 되어보지 않을래?’라며 유혹합니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구글지도에 실제로 그 장소가 있는지, 그 장소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 장소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구글 지역 가이드’가 직접 입력하게 합니다. 구글이 만능은 아니기에 특정 지역의 세세한 정보까지 공급자가 다 제공해주기란 어렵습니다. 이때 집단지성의 위력이 발생합니다. 구글이 제공해주는 정보와 구글 지역 가이드가 직접 입력한 정보들이 모여, 구글맵은 더 탄탄한 지도를 갖게 됩니다. 그런 구글맵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더 양질의 지도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죠.
통합 번역 플랫폼, 플리토도 비슷한 매커니즘입니다. 요즘의 번역 툴들은 인공지능과 결합되어 많이 진화했지만, 여전히 어색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플리토는 이를 사람으로 해결합니다. 번역을 요청하면 자동으로 인공지능 번역 결과가 나올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댓글로 번역을 도와줍니다. 의뢰자는 여러 번역들 중 본인에게 맞는 것을 골라 쓰면 되는 편리한 서비스입니다. 기계번역과 인간번역이 결합되어 한 발자국 더 앞서 나간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트리거를 많이 심어놨다는 점입니다. 구글 지역 가이드의 경우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해 포인트를 쌓게 하고, 이 포인트로 가이드들을 레벨링합니다. 레벨을 두어 많이 정보를 입력할수록 명성을 쌓게 해주는 활동들을 제공합니다. 특정 활동들을 달성하면 구글의 일부 서비스, 예를 들면 클라우드 서비스 00개월 제공과 같은 베네핏을 제공합니다. 뭔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도록 합니다. 플리토 또한 번역가 평가를 통해 번역을 잘해줄수록 별이 쌓입니다. 그리고 이 평점이 높을수록 번역 의뢰자는 번역가를 신뢰하게 되고 번역을 채택하게 됩니다. 정보를 올리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가 win-win 할 수 있는 전략이죠. 여기서 트리거는 엄청나게 거창 할 필요도 없습니다. 구글의 경우엔 리뷰 하나만 올려도, 당신의 리뷰 덕에 몇명이나 덕을 봤다는 식의 메일이 날라 옵니다. 그리고 사진 조회수가 올라가는 족족 알람이 옵니다. “1,000명이나 당신의 리뷰를 보고 해당 장소에 방문했어!”
오픈 콜라보레이션 모델. 말만 들으면 무조건 꼭 써야 할, 장점만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정말 집단지성이 유용하기만 할까요?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집단지성의 집단사고화. 여러 명이 A라고 답했다고 무조건 A가 정답이라는 사고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만장일치의 환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럴 땐 차등 혹은 가중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A라고 말해도,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전문가의 B 의견에 가중치를 두는 것입니다. 구글맵의 리뷰 및 평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모든 사용자는 1~5점까지의 별점을 줄 수 있고, 지금은 이를 평가인원수로 나누어 평균치를 3.5점 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조금 더 구글맵에 리뷰를 많이 남긴 사람이라든지, 맛집을 많이 다닌 사람들에게 가중치를 부여하여 보여준다면 어떨까요? 정성적, 정량적 평가를 같이 녹여내어 잘못된 집단 사고에 빠지는 것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데이터가 적을 경우 편향된 정보만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결국 집단지성이라 함은 사용자 목소리의 집합이기에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확, 정교해집니다. 그러나 데이터가 적을 경우 소수의 목소리가 다수를 대변할 수도 있게 되죠. 그렇기에 우리는 사용자 참여 확산을 위한 요소들을 더욱 필요로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보상으로 참여를 유도합니다. 이러한 보상 제도는 보편화되어 있고 또 실제로 참여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유용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일종의 ‘미션’을 제공한다면, 더 강한 자극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불닭볶음면을 먹는 것 자체가 외국인들에게는 Fire Noodle Challenge가 되어 정복해야 할 대상이 된 것처럼요. 여행에서는 도장깨기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가야할 몇 지역을 지정해 놓고 갈 때마다 ‘와 오늘도 지역 한 곳 뿌셨다!’와 같은 뿌듯함을 제공하는 것이죠. 구글 지역 가이드도 단순히 특정 지역들에 대한 정보를 입력했을 때 보상을 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여행 도장깨기처럼 사람들에게 일종의 미션을 주는 건 어떨까요?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20개의 떡볶이집 리스트를 주고, 그 장소들을 방문하고 정보를 입력하면 보상을 주는 형태. 트래킹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여러 코스 리스트를 제공, 아이템 수집하듯 장소들을 수집하면서 정보를 입력하게 하는 것이죠.
정보는 취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것. 그리고 제대로 된 데이터를 골라내는 것 또한 능력입니다. 당신이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집단지성의 요소를 활용하되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할 것 같습니다.
- 위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가 담긴 내용입니다 =)
- 그리고 아래 'Trend Insight'에도 동일한 내용을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