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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ZE Dec 23. 2019

중국 시닝 청해성 여행 ep02

1년도 더 된 여행 메모를 보고 이제서야 정리

언제부턴가 자연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다.


Day1.


어찌저찌 시닝 공항에 도착하니 푸근한 인상의 '산커우-'라는 기사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장기 털리면 어떡하냐며 우스갯소리를 했던 나를 반성하게 하는 푸근함이었다. 니하오 인사를 나누고 영어로 바로 다음 목적지인 ‘칠채산’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는데 못 알아들으셨다. 오 기본적인 영어 소통도 안 되는구나 생각하며 이번 여행이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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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부라 Kanbula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며 창밖으로 펼쳐진 광활한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칸부라에 도착했다. 칠채산은 하늘 아래 무지개색을 담고 있다는 산이다. 적색, 자색, 황색, 녹색, 백색, 회색, 그리고 하늘색을 담고 있어 칠채산이라고 한단다.


우리는 버스(산 오르기)-배(황하강)-버스(산 내려오기) 코스를 구입했다. 버스를 타고 칠채산을 오르는데 여태껏 봐보지 못한 자연을 마주하니 그 중압감이 이로 말할 수 없었다. 날이 조금 흐렸다. 원래는 종일 비가 내릴 예정이었는데 흐린 게 어디야. 그런데 오히려 흐린 날 덕분에 산 중간에 낀 구름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자연보다는 재미를 추구하는 친구들 또한 소리를 질러대며 밖을 바라보는 모습에 잘 왔다는 생각이 또다시 들었다.

갓채산!

버스를 타고 올라가다가 산 중간을 흐르는 큰 강을 보았는데 그 강이 그 유명한 황하강이란다. 와 문명의 중심을 내가 지금 지나가는 건가, 강의 범람으로 황하문명이 발생했던 그 시대를 열심히 상상하다 보니 버스에서 내릴 시간이 되었다. 엇 이제는 방금 지나온 그 황하강을 배를 타고 둘러본단다. 설레는 마음으로 배에 탔고 노간지 구명조끼를 받아 입었다. 황하강 위에서 바람을 가르며 칠채산을 둘러보는 경험. 이런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우리 셋은 와 너무 좋다, 와 미쳤다, 와 진짜 좋아만 연신 외쳐댔다. 그리고 아주 노오-란색일줄 알았던 강은 생각보다 푸르렀다. 다시 버스를 타고 더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한 우리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침을 조금 흘릴 수밖에 없었다. 흔들림이 멈추어 잠에서 깨니 산의 꽤나 높은 곳에 와 있었다.


푸른 강을 여러 빛깔을 내뿜는 산이 감싸 안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이라는 거대한 이불이 이들을 포근히 덮고 있었다. 왜 칠채산에 하늘색이 들어가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삼박자가 어우러진 풍경에 감탄하며 계속 셔터를 눌러댔는데 역시나 눈으로 담느니만 못했다. 날이 슬슬 갰다. 완전 푸르러진 건 아니고 살짝 먹구름이 걷혔다. 원래 햇빛 찬란한 날보다 흐리고 비오는 날에 칠채산의 비현실적인 색채의 향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운이 가득한 여행이다. 아주 어릴적 가서 기억도 안 나는 그랜드 캐년이 생각났다. 그랜드 캐년이 솟아오르면 칠채산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산 정상에서는 구운 감자를 판다. 구황작물 덕후가 이를 지나칠순 없다. 감자 한 개에 3위안, 약 500원이었고 감자 위에 살짝 뿌려준 매운 양념이 감칠맛을 더해줬다. 이 풍경에 맛난 감자라니! 칠채산의 마무리는 완벽했다. 목을 메우는 이 느낌이 좋다.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기절했다. 침 닦고 일어나니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했고, 사진과 똑같은 시설에 두 번 안심했다. tmi는 이 숙소 호스트는 한 아주머니신데, 우리 기사 아저씨가 호스트 아주머니 남편분이라는 것. 쿵짝이 잘 맞는다 생각했다. 대충 씻고 나가 밥을 먹기로 했다. 저녁은 역시 양꼬치 어때하며 나갔는데 비가 조금씩 내려 급하게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피로를 풀기 위해 맥주를 한 잔 하고 싶었는데 할랄 식당인지 술을 팔지 않았다. 메뉴판도 온통 중국어인지라 수연에게 알아서 시키라고 했고, 양꼬치가 없다길래 양갈비 볶음 비스무리한 음식을 시켰다. 그리고 원래 이슬람 애들이 음식을 잘 한다는 수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음식이 나왔고 맛은 대성공적이었다. 흑 대존맛탱이었다. 거의 10분 만에 음식을 클리어하고 마라탕과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피곤할 땐 맥주로 피로를 더 해야 완전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 x (-) = (+)라 그런가. 무튼 성공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그러고선 기억도 잃은 채 쓰러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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