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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h들 Apr 25. 2023

무소속 인간

내가 어디에도 정을 붙일 수 없던 이유

나는 항상 어디에나 어울릴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했다. 나는 어떤 분야든 배우는 속도가 빨랐고 어떤 이들은 미묘하게 질투를 했다.

Model 이석현 / Drawn by 이선화

특히 건축사사무소를 다닐 때는 1년도 채 안 된 사원의 디자인 안이 건축주에게 계속 뽑히니 대리 과장들이 질투를 할만도 했다. 그들이 아예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들을 무시한 적은 없는데 자신들의 무능을 눈 앞에서 목격했으니 자격지심이 들 법도 하다. 심지어 몇몇은 나에게 사무적인 일을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으며 내가 실수하기만을 눈에 불을 키고 기다리다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렇게 시달리다가 나는 그냥 건축 자체를 때려치웠다.

Model 이석현 / Drawn by 이선화

내가 그림을 배워보려고 화실이나 평생교육원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으로 그림을 배워보자며 갔던 화실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면 선생님이 그림 기법 시범을 보여주고 자기 그림 카피를 시켰는데 서로 민망해졌던 적이 있다. 선화님은 그림을 왜 배우러 오시냐며 안 오셔도 될 거 같다는 소리를 듣고 등록한 게 아까워 2번 정도 더 나갔다가 결국 그만뒀다.

Model 이석현 / Drawn by 이선화

이럴거면 차라리 평생교육을 가보자 해서 한 학기 다녀보았다. 그곳에 있던 10-20년 넘게 그림을 그리던 어르신들은 나한테 원래 그림 오래 그려왔던 거 같구만 거짓말을 한다며 한소리 했다. 특히 누드크로키하는 날에 그 소리를 유독 많이 들었는데 쟤는 원래 크로키 해왔을거라며 나보고 또 거짓말쟁이라고 했다. 그 날은 내가 처음으로 누드크로키를 했던 날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수업을 가지 않았다.

Model 이석현 / Drawn by 이선화

나는 내가 잘한다고 떠벌리고 다닌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잘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너무 늦게 시작했고 그래서 기본기가 하나도 없으며 그 부분을 인지하고 이제 막 홀로 채워가는 중이다. 그림에 취미 붙인지 1년도 채 안됐다. 일을 하면서 시간 쪼개가며 틈틈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는 그야말로 어린 새싹이다. 그러나 기성 예술인들은 후배 응원해주지는 못할 망정 자신의 부족한 점을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며 정신승리하려는 것 같았다. 이 모습이 딱 내가 건축사사무소 다닐 때 선배들의 모습과 뭐가 다를까.


크로키 모임 문의 01067775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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