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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h들 Dec 21. 2023

누드크로키 수업이나 모임 고르는 기준

좋은 수업과 모임에 대해

미스릴공방의 작가 겸 모델 이선화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여러 크로키 모임, 수업들을 다녀본 경험을 바탕으로 누드크로키 수업, 또는 모임을 알아볼 때 고려해야하는 것들에 대해 짚어보려고 합니다.


1. 위치와 장소

크로키는 운동처럼 습관화해야한다. 한주라도 건너뛰면 흐름이 끊어지는 게 크로키다. 그래서 그 흐름 유지를 위해서라도 내가 매주 나가도 부담이 없는 곳을 찾아야한다. 서울권에는 크로키 모임과 수업이 아직 꽤 있는 편인데 백화점 문화센터, 문화회관이나 문화원 뿐만 아니라 협회나 학원에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미스릴공방처럼 개인 화실에서 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매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업이나 모임 진행의 주최가 누구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잘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알려진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2. 강사의 티칭 스타일

회원들의 그림 스타일이 강사의 스타일을 그대로 카피하는 것인지를 꼭 확인해야한다. 크로키는 다른 그림 장르와 달리 자기 개성을 담아내지 않으면 매력이 없다. 그런데 강사 스타일대로 찍어내듯 교육하는 곳은 그냥 강사의 짭 느낌이지 소울이 전혀 담기지 않는다. 크로키 강의를 하려면 강사가 다양한 기법을 알고 있어야 하고 전달력 또한 좋아야 한다.


3. 청결도

이는 작가 책상과 이젤 뿐만 아니라 모델대와 탈의실 환경까지 포함한다. 책상과 이젤은 그래도 본인들이 쓰는 것이라 그런지 많이들 신경을 쓰는데 모델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러나 모델이 포즈를 잘 해줘야 좋은 크로키가 나온다. 그리고 모델에 대한 존중은 언어적인 것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모델대 위에 놓인 모포를 십년 넘게 빨지 않는 화실이나 학교가 있었다. 본인들은 옷을 입고 있지만 맨몸으로 그 위에서 포즈를 해야하는 모델에 대한 배려가 눈곱만치도 없는 거다. 그런 곳에서 제대로 집중하고 좋은 포즈를 해주고 싶겠나? 당연히 환경이 쾌적하고 좋아야 모델도 집중해서 포징을 한다. 다시 말하지만 모델이 좋은 포즈를 보여줄수록 당연히 좋은 크로키가 나온다.


4. 시간구성

일반적으로 5분, 3분, 1분이 기본틀인데 화실마다 조금씩 다르다. 시간이 긴 것>>짧은 것으로 순서 구성이 되어있는 경우도 있고 반대인 경우도 많다. 바로누크는 긴 시간(4분)을 먼저 하고 중간(2분 30초), 짧은 것(1분)으로 점점 시간을 줄여간다. 손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짧은 것 부터하면 짧은 시간은 거의 버리게 된다. 게다가 마지막 타임에 시간이 가장 길면 체력적으로도 늘어지게 되다보니 집중도도 떨어진다. 그런데 긴 시간부터 점차적으로 호흡을 줄여가면 몰입도도 올라가고 손도 많이 풀려있는 상태라서 오히려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크로키가 나온다.

모델 입장으로 봐도 몸이 전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짧은 시간을 하면 포즈가 딱딱하고 어색하다. 그러나 긴 시간 부터 하면 서서히 몸이 풀리기 때문에 마지막 짧은 타임에서는 다양한 포즈 전개가 가능하다. 또한 5분이 아닌 4분, 3분이 아닌 2분 30초를 하는 이유도 모델의 다양한 포즈 전개때문이다. 그리는 입장에서는 5분과 4분이 아주 큰 차이가 아니지만 포즈를 버티는 것에서는 근력이 아주 좋은 모델이 아니고서야 30초와 1분은 차이가 아주 크기 때문이다.


5. 수업 구성내용

누드크로키 수업 중에 가장 잘못된 유형을 꼽자면, 사진을 보고 하는 크로키 수업과 강사의 티칭이 아예 없는 수업 이렇게 2가지 정도이다. 우선 사진을 보고 하는 크로키는 그냥 사진 베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비싼 수강료 내면서 들을 필요가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모델 누드크로키 모임을 참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게 실력 향상에는 훨씬 도움된다. 수업인데 강사 티칭이 없다는 게 이상하다고 느끼겠지만 실제로 저런 수업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강사가 회원들보다 크로키를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업 내용이 지루한 경우도 패스다. 강사들 본인도 누드크로키 시작할 때 목각인형이나 해부학부터 마스터한 다음에 크로키로 넘어가지 않았으면서 그 지루한 전문적인 내용으로 수업 구성해놓는 경우가 있다. 솔직히 그런거 필요없다. 미술 전공자가 아니고 해부학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크로키를 꾸준히 몇 십년 하다가 고수가 된 크로키 작가님들을 알고 있다. 전문지식이나 이론은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추가적으로 공부하면 된다.


6. 수업료에 무엇이 포함되어있는지

대부분의 수업들은 수업료 외에 모델료를 따로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n분의 1을 하는 경우는 괜찮은데, 이상한 셈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한달 모델료로 40만원 지급한다고 하면, 한 회원 당 40만원씩을 걷는 경우가 있다. 이상한 점을 눈치 챘는가? 수업 회원이 한 명이 아니라 10명 이상인데 그럼 모델료로 400만원이 걷히는 것인데… 나머지 360만원의 행적은?


7. 모델 로테이션

가끔 화실이나 센터 수업 중에 한 모델만 몇 년씩 연속해서 부르는 경우가 있다. 포즈 전개가 다양하고 매력적인 모델은 매주 그려도 질리지 않을 거 같지만 그래도 1년이면 52주.. 제 아무리 멋진 모델이여도 신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업 갈 때 마다 설렘이 있어야하는데 익숙함에 그림을 그리다보면 그리던대로만 그리게 된다.


8. 어떤 모델이 오는지(에이전시? 프리랜서?)

요즘 에이전시들도 모델수가 워낙에 적다보니 에이전시를 통해 모델을 섭외하는 경우에는 초보모델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고저장단과 다양성을 위해 가끔은 괜찮지만 되도록이면 에이전시를 졸업(?)한 프리랜서 모델들이 많이 오는 수업이 실력 향상에는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

물론 프리랜서 모델 중에서도 실력 차이가 있기는 한데 포즈 전개가 다양한 모델이 가장 좋은 모델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포즈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그릴 수 있다는게 누드크로키의 최대 장점이다. 간혹 컨셉에 너무 치중해서 포즈보다는 말도 안되는 소품을 쓰는데 집중하는 모델이 있는데 그림이 잘 나올리가 없다. 신체적으로는 인체 구조(골격과 근육)가 잘 보이는 모델이 크로키하기 좋은 모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누드크로키는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다보니 이런 이야기들을 접할 곳이 많지 않죠. 저 역시 처음 누드크로키를 시작할 때 어디에서 시작해야하나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는 진짜 이해가 안되는데 수업 홍보글 중에 강사 본인의 크로키가 아닌, 다른 작가 크로키를 올려놓고 마치 자기 포트폴리오인 양 홍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델에게 이래라 저래라 몸 다 망가지는 말도 안되는 포즈지도를 하는 곳도 있어요. 회원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도 있고요. 작가가 여자모델만 좋아해서 여자만 부르는 곳도 있고요. 한도 끝도 없네요ㅋㅋㅋ 아무래도 비주류 장르인데다가 이 바닥이 좁아서.. 다들 쉬쉬하고 넘어가고 봐도 못본 척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듯 합니다 그래서 저처럼 고생하면서 모임이나 수업 찾지 마시라고 계속 누드크로키 관련 정보들, 경험들 공유해보겠습니다!


*누드크로키 모임을 매주 진행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미스릴공방‘ 또는 ’바로누드크로키‘를 검색해보세요:)

*누드크로키 특강 안내

3월 말에 누드크로키 특강이 별도로 열립니다. 해부학과 방법론 위주가 아닌, 예시와 실습 위주의 수업입니다. 저는 어떤 분야 수업을 하건 제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가게 수업하지 않습니다. 본인만의 개성을 담아낼 수 있게 여러 기법들을 알려드립니다. 해부학과 이론은 필요에 따라 추가적으로 설명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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