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밭을 어쩌면 좋을까
지난해 그렇게 열심히 틀 밭을 만들었지만, 여름즈음 밭의 반이 다른사람에게 팔려버리고 나머지 반도 또 다른 주인을 만나게 되어 봄의 고생이 모두 헛수고가 되었다. 그래서 노루뫼에서 가을부터 농사를 시작했는데 해보니 밭이 너무 모자라다. 땅을 좀 더 빌려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고민을 하다가 을밀과 50평씩, 100평을 빌렸다. 땅이 너무 커서 좀 걱정이지만 이게 최선이다.
새 밭은 산 가운데를 밭으로 만든 땅이다. 땅의 뒤쪽은 작은 도토리숲과 산책로가 있고 옆으로는 어린이 천문대와 유치원이 있는곳이다. 숲에 둘러싸여있는 공간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깔깔 웃는소리와 맹금류가 삐이-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소리도 잘 들린다. 땅주인 아저씨가 닭을 많이 키워서 꼬끼오- 하고 우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진다.
어쨌건 올해 다시, 작년에 했던것처럼 새 밭을 계획하고 퇴비를 넣고 해야 한다.
새 밭은 얼마전 객토를 한 땅이다. 흙이 붉고 돌이 너무 많아 처음엔 이 땅에 농사를 지을수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봄에 가보니 땅 주인아저씨가 로터리를 한번 쳐두어서 지난 가을 와보았을때보단 돌이 훨씬 적어졌지만 한번 더 로터리를 쳐주고 돌은 더 적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부턴 기계 도움없이 내 밭은 내가 알아서 해야한다. 올 한해는 정말 돌밭메는 아낙이 될 것 같다.
비가 오고 난 다음날, 을밀님과 퇴비를 치러 밭에 갔다. 뭐 약간 끈적끈적하겠지 뭐.. 하고 생각했던것은 완전히 오산이었다. 밭 입구에 들어가보니 종아리까지 발이 푹 빠진다. 늪에 빠지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생각한다. 흙에서 발을 빼려하니 장화가 벗겨지려고 한다. 발가락으로 장화를 꼭 잡고 다리를 흔들면서 발을 뺐다. 을밀님이 외발수레에 퇴비를 싣고 밭으로 나르려 했지만 바퀴가 푹 빠져버리니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일단 밭 가까운곳까지 가지고 와서 퇴비가 든 푸대를 낑낑대며 날랐다. 산책하시던 할아버지가 우리꼴을 보시며 웃고 서 계신다. “아~ 뭘 그리 날라대? 힘들어서 어쩌나~” 하시는 데 웃고 계신 모습이 약간 써커스 구경같아서 어르신이 우릴 놀리시나? 싶다. 뭐, 무료한 어르신에게 재밋거리를 드리는건 좋은거지 뭐.
을밀님이 크고 무거운 푸대를 나르면 나는 그나마 들 수 있는 작고 더 가벼운 푸대를 나른다. 일의 85%는 을밀님이 난 고작 15%정도만 일했는데, 내가 더 지친것 같다. 일은 별로 안했는데 옷과 장화는 흙과 퇴비먼지로 뿌연 색이 되었다. 입에서 흙맛이 나는것 같기도 하고.
어젯밤부터 영양제를 챙겨먹고 아침에도 영양제를 먹었는데도 근력이 약한것은 어쩔수가 없다. 지난 가을 을밀님이 밭에 가져다둔 이런저런 퇴비와 낙엽들을 다 옮기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농사에 제일 필요한건 힘인데 ,힘도 없는 주제에 농사를 짓는다며 몇년동안 이러고 있다.
일도 많이 하지 않아놓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너덜너덜한 채 앉아있는 내모습이 좀 우습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