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회의론자들에게 〈커뮤니티 자본론〉이 전하는 따뜻한 낙관과 독려
사람들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누군가에게 먼저 주고(give first), 서로 다른 커뮤니티가 창조적으로 협업하며, 누구에게나 우연히 운 좋은 기회가 주어지는 다양하고 열린 사회—〈커뮤니티 자본론〉은 이렇게 일견 이상적으로 보이는 사회를 그리며, 그에 대해 던져지는 "그게 되나?"라는 의문에 "그게 된다"라고 힘주어 답한다.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닌 실천서다. 커뮤니티 자본의 개념을 이론적으로 탐구하고 형성 과정을 도식화하는 대신 제주라는 지역, 창업 생태계라는 맥락 안에서 실제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제1장과 제2장이 각각 커뮤니티 자본이란 무엇인가, 어떤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가가 아닌 '왜 필요한가'와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이 경험의 확산과 지식의 실천에 그 가치를 두고 있음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I. 왜 필요한가
커뮤니티 자본은 비경제적 자본으로, 개인과 커뮤니티 또는 커뮤니티와 커뮤니티의 관계 네트워크는 물론 각 주체가 서로 연결되고 관계를 맺으며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동적인 개념이다. 나누면 줄어드는 경제적 자본과는 다르게 타인과 공유할수록 더욱 확장하므로, 유한게임이 아닌 무한게임의 원리를 따른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서,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 커뮤니티 자본이 필요하다.
II. 어떻게 만들 것인가
커뮤니티 자본은 서로 다른 주체가 창조적으로 연결되고 융합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성장한다. 우연한 발견과 연결(serendipity)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는 '선의의 덫'을 놓음으로써 이러한 과정을 촉발하고 촉진할 수 있다. 커뮤니티 탄생과 성장의 과정을 관찰하고, 여러 커뮤니티에 동시에 속하는 경계인을 리더로 성장시켜야 한다. 10년 이상의 장기적 안목과 3년 이상의 꾸준한 실천, 무엇보다 함께 추구하는 미래상이 요구된다.
III. 미래의 부이다
신뢰와 협력, 리더십과 공유라는 다양한 가치로 구성된 커뮤니티 자본은 경제적 자본만 성장한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개인의 관점에서는 행복과 삶의 만족감을 높이는 자산이 되고, 사회적 관점에서는 지역이 당면한 문제와 집단 간에 발생하는 갈등, 기회의 불평등과 능력주의의 폐해라는 사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커뮤니티 자본과 경제적 자본 간 선순환이 지속가능한 번영의 동력이 될 것이다.
필자는 저자가 8년동안 실천해 온 커뮤니티 조성과 확장의 역사의 수혜자 중 한 사람이다. 2019년 J-Connect Day를 통해 수 많은 지역혁신가와 연결되며 로컬 생태계에 입문하게 되었고, 제주의 여러 기업가, 활동가를 만나 제주를 보다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며, 2022년 원루프랩과 연결되어 원도심 공간에 체류하며 외부인이 아닌 '경계인'으로서 제주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렇게 전해 받은 것들이 쌓여가는 것에 반해 아직까지 본인이 커뮤니티에 되돌려준 것은 없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군가에게 먼저 주기를 실천하겠다는 마음, 그럼으로써 전체 커뮤니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상태 자체가 커뮤니티 엑스 웨이를 함께 걷고 있는 것임을 알고, 이런 태도를 가지고 꾸준히 활동하다보면 언젠가는 되돌려줄 수 있을 것임을 믿는다. 그게, 된다. 된다고 믿는 사람이 더 많아질수록.
저자 전정환 | 클라우드나인 | 2023.7.15
"경제적 성장만 추구해왔던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의 원인은 커뮤니티 간의 단절과 반목 그리고 커뮤니티를 지탱하는 다양한 자본에 대한 이해 부족에 있다고 진단하고 건강한 커뮤니티의 숫자가 많아지고 커뮤니티 자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사회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경제적 성장만 추구해왔던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의 원인은 커뮤니티 간의 단절과 반목 그리고 커뮤니티를 지탱하는 다양한 자본에 대한 이해 부족에 있다고 진단하고 건강한 커뮤니티의 숫자가 많아지고 커뮤니티 자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사회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