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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은 Feb 26. 2022

이토록 체계적인 애정, 논리적인 응원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를 통해 전해 받은 것들에 대하여

그 모든 주장과 근거, 사례와 도표의 숲을 지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결국 이 책은 전국의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생태계에 대한 가장 지적인 형태의 찬사이자 축원임을 알게 된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는 〈골목길 자본론〉,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를 잇는 로컬 비즈니스 3부작의 완결판이다. 전작들이 각각 골목길 경제학의 이론적 토대를 쌓고, 탈물질주의 라이프스타일의 세계관을 그려냈다면, 본 저서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트릴로지의 완결판이자 한 편의 독립적인 저술로서 이 책에서 발견한 가치는 아래와 같다:



하나, 그간 예견해 온 미래가 마침내 도래했다는 선언

소비시장의 미래를 예견하는 소위 '트렌드 리포트'는 2020년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본 저서가 그러한 책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은, 코로나라는 현상 발생 이후 분석을 내놓는 확증편향적 시각이 아닌, '한참 전부터 예견해 왔던 미래가 마침내 티핑 포인트를 지나 대세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하는, 실증의 관점을 가졌다는 것에 있다.


본문에도 발췌 수록된 "변화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가 달라진 것"이라는 말처럼, 저자가 예측하는 미래는 〈라이프스타일 도시〉에서부터 일관된 모습이었고, 팬데믹 시국을 맞이해 더욱 빠르게 다가왔을 뿐이다.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이 책은 앞서 나왔던 모든 책을 지금 다시 읽어야 할 이유와 가치를 부여하며 '역주행'의 시작을 예고한다.



둘, 실천적 방법론과 선행사례를 담아낸 〈로컬 비즈니스 101〉 교과서

다양한 위치에서 로컬 비즈니스의 영역에 속해 있는, 혹은 속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로컬'을 다루는 첫 번째 교과서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나아갈 방향, 이론적 모델을 제시하는 교과서가 아닌, 필연적인 사회경제적 배경과 동시대의 실제 사례를 포함한 '살아있는 현장에서 쓰인 교과서'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더욱 배가된다.


이 책에서 실천 가이드를 중점적으로 제공하는 챕터는 아래와 같다:

- 공간창업론: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p. 127)

- 앵커스토어의 두 가지 모델과 사례 (p. 137)

- 로컬 콘텐츠 비즈니스 3단계 로드맵: 매거진, 편집샵, 제조업 (p. 158)

- 로컬 콘텐츠 기획의 순서: 발굴, 개발, 보육 그리고 임팩트 (p. 164)

- 전통문화 활용의 3가지 전략: 헤리티지, 레트로, 기술 복원 (p. 252)

- 로컬 제조업 진입의 3가지 통로: 편집숍, F&B, 재생 제조업 (p. 322)

- 2020년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로컬 비즈니스 5대 트렌드 변화 (p. 380)


책의 뒷표지에서 저자의 집필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 답은 '로컬'에 있다. (중략) 이 책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리테일 기업,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지자체,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창업을 꿈꾸는 청년까지 모두에게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다."

저자와 저서는 의도한 바를 충분히 달성했고, 이제 그 다음은 인사이트를 적용하는 사람들의 몫에 있다 하겠다.



셋, 풍부한 레퍼런스와 확장하는 하이퍼텍스트

이 책이 쓰여지는 과정, 혹은 그 이전의 배경에서부터 저자가 얼마나 깊고 넓은 연구를 지속해왔는지는 책에 담긴 레퍼런스만 보아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현장에서 로컬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창업가는 물론 국내와 해외를 넘나드는 기업 사례, 매거진부터 논문까지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는 관련 저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풍부하게 수록된 참조는 단순히 저자의 인풋을 가늠케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의 경험과 탐색을 확장케 하는 하이퍼텍스트의 기능을 갖는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참고문헌, 본문 중간 표로 정리되어 삽입된 사례명들은 독자가 이후 더 넓은 검색과 학습으로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안내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넷, 결국 전하고자 하는 것은 따뜻한 응원과 낙관

400페이지를 달려 온 대장정의 결승점은 〈포틀랜드를 꿈꾸는 한국의 도시들〉에서 맺는다. 저자는 독립적인 소상공인 산업의 비중이 높은 포틀랜드를 '크리에이티브 로컬'의 이상적인 모델로 제시하며, 한국의 포틀랜드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도시로 '커피'라는 지역산업과 '선비의 고장'이라는 문화적 토양을 갖춘 강릉을 말한다.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는 학자로서 자신의 본분과 강점을 살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되 냉철한 분석을 놓지 않으면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최대한으로 해내는 방식으로 한국의 모든 로컬 크리에이터와 그들이 만들어가는 로컬의 오래된 미래를 진심을 다해 축복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본 저서를 발표하며 "8년 캠페인의 끝이 보인다"는 소회를 밝혔지만, 필자는 이 책이 하나의 완결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로컬 비즈니스를 만들고자 하는 창업가로서, 그의 저술활동을 팔로우하는 독자로서, 그리고 곁에서 배움을 얻는 제자로서 이 글을 통해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바이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모종린(대학교수) 저 | 알키 | 2021.03.18

“사람들을 공간에 머물게 만드는 힘은 물건이 아니라 그곳에서 향유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있다. 로컬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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