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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작인 Jul 21. 2022

그냥 곁에 있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야

관계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 행복은 셀프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사귀게  남자 친구가 있었다.  2 정도 사귀고 헤어졌었는데 우리는  2 동안 거의 싸우지도 않았고 사소한 트러블도 없었다. 마지막에도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헤어졌다.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나는 독일에서 진행하는 워크샵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으로 향했다. 열흘 간의 워크샵이 끝난 후 약 3주 동안 더 자유여행을 하다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한 번도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었기에 비행기를 타러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당시 서울의 동쪽 끝에 살았던 남자 친구는 친히 인천공항까지 바래다주겠다고 따라왔다. 출국 게이트 앞에서 나는 그를 두고  오랜 시간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다. 누가 보면 이민 가는  알았겠다 싶을 정도로.





그리고 나는 비행기를 탔고 거짓말처럼 울음을 뚝 그쳤다. 비행기 안에서 멀쩡히 책도 보고 잠도 자고 기내식도 먹고 가끔 나눠주는 주스도 야무지게 받아먹었다. 처음 비행기 탔을 때 내 몰골을 보고 눈치를 보는 낌새였던 옆자리 아저씨랑 죽이 맞아가지고 여행지 정보도 많이 교환했다.



그렇게 애틋하게 헤어졌음에도 약 한 달 간의 유럽 일정 중에 나는 그에게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워크샵 기간 동안에는 바쁘기도 했고 그 이후의 여행 중에도 핸드폰을 켜 두지 않았다. 그 당시엔 2g 폰만 있을 때라 국제전화는 요금 때문에 아예 할 생각을 못했고 300원인가 했던 문자메시지나 가끔 보내겠거니 했었는데 결론적으로 한 번인가 두 번인가 그가 보낸 잘 지내냐는 문자에 답장 한 번씩 보낸 것 말고는 따로 연락을 안 했다.



남자 친구 없이 한 달을 살아보니 내가 얘랑 왜 사귀었던가 싶을 정도로 아무 감정이 없어졌다.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헤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냥 곁에 있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공강 시간에 같이 시간을 때울 누군가, 점심시간에 같이 밥 먹을 누군가, 주말에 같이 놀아줄 누군가. 그냥 그런 사람이 필요했던 거지 그 남자가 필요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헤어짐을 고하는 나에게 남자 친구는 도대체 왜 그러냐고 혹시 다른 사람이 생긴 거냐고 다그쳤다. 그런 건 아닌데 나는 사실 네가 좋아서 만나던 게 아니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 사실을 몰랐을 땐 괜찮았는데 이젠 내가 그걸 알아버리게 돼서 더 이상 사귀는 사이로 지낼 수 없다고. 노력해보면 되지 않냐고 다시 만나보면 되지 않냐고 되물었던 것도 같은데 암튼 그 이후의 이야기는 기억이 안 난다. 그렇게 남자 친구는 이별의 이유에 대해 납득을 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남자 친구는  달도 안돼서 새로운 여자 친구가 생겼다. 결국  사람도 내가 너무 좋아서 만났다기 보단 그냥 같이 있을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게 나였던  아닐까.






관계는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 이성친구가 생기면, 결혼을 하면 이 지긋지긋한 인생이 좀 바뀔까. 저 거지 같은 상사가 없어지면 내 직장생활이 좀 나아질까. 잠깐은 나아질 수 있지만 그걸로 내 인생을 바꾸지는 못한다. 결국 내 인생은 내가 바꿀 수밖에.



이별  나는 그와 연애한 기간만큼이나 혼자 지내면서 홀로 주말을 보내고 공강 시간을 때우고 혼밥도 즐겼다. 한 달씩 여행도 여러 번 나가고 클럽도 가보고 소개팅도 하고 애프터도 받아보고 헌팅도 당해보고 썸도 타보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다해봤다.  친구는 나와 헤어지고 만나기 시작한 여자 친구와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다던데 문득 행복할까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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