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35주 4일 차,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
꿀떡이가 신생아 중환자실과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오늘 집으로 왔다. 그리고 진정한 육아가 시작됐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열심히 글로 기록하려고 했는데 못했으니 지금이라도 육아의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오늘이 태어난 지 25일이 되는 날인데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까지 정말 수많은 과정을 겪는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다. 이 행복하고 감사한 감정을 잊지 말고 열심히 기록해 보자.
24년 5월 22일, 태명이 꿀떡이인 나의 아들 주원이가 태어났다. 예정일보다 무려 한 달이나 일찍 태어난 아이.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갔다가 양수가 새고 있다는 말에 아무 준비 없이 바로 수술을 하게 되었다.
양수가 새서 급박하게 수술을 하게 됐다는 사례는 인터넷이나 유튜브로 많이 듣고 봐왔는데, 그 상황을 우리가 맞닥뜨릴 줄이야. 상황을 대면하니 '멘붕'이라는 단어로 표현해야 할까..? 이 상황이 현실이 맞는 거지? (헛웃음)
코로나 검사를 한 뒤 아내는 바로 분만실로 들어갔고 (검진 전에 밥을 먹고 가서 수면 마취도 못했다는 사실) 나는 서둘러 수술, 입원 수속을 했다. 분만실 앞에 앉아 정신을 다잡고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6시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아내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다. 검진 끝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수술복을 입은 아내의 모습을 보게 되다니.. 15분 뒤면 아이가 나온다는 말에 분만실 앞에서 정말 초조하게 기다렸다.
오후 6시 11분, 꿀떡이가 세상에 나왔다. 초음파 상으로는 2.4kg이었는데 다행히도 2.71kg의 무게로 태어났다. 아이를 처음 보는 순간 생각보다 커서 놀라고 기뻤다. 37주 이하 거나 2.5kg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는 이른둥이 즉 미숙아에 속한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는 만삭 아이보다 폐와 같은 부분이 조금 덜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을 수술 전 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 그래서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NICU)로 가는 상황이 적지 않게 있다고 했다. 꿀떡이는 주 수로는 이른둥이에 속했지만 다행히 무게는 괜찮았기에 NICU로 가진 않을 것 같다는 안도감을 가졌다.
꿀떡이는 바로 소아과 검사를 받으러 갔다. 나는 아내의 수술이 마무리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러던 중 소아과에서 전화가 왔고 아이가 자가 호흡이 조금 어려운 것 같아 병원이 정해지는 대로 전원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설마 설마,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구나..!‘
속으로 '침착해!'를 100번은 외친 것 같다. 전원 갈 병원은 서울성모병원으로 정해졌고 한 시가 급한 상황이라 바로 앰뷸런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아내는 잘 회복하고 있다는 말을 담당 주치의 선생님께 듣고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나는 꿀떡이와 앰뷸런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이렇게 16일간의 신생아 중환자실(NICU) 생활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