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혜아 Oct 07. 2018

스물일곱, 캠퍼밴으로 세계여행을 꿈꾸다. (1)

꿈을 꾸려면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인생 스물일곱의 봄은 런던 한인타운에 있는 비즈니스 센터 주차장 위에서 보내게 되었다.

최고의 추위와 한파가 몰아쳤던 2018년의 런던에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꿈꾸는 사람들이 자주 듣는 말들이 있다.

"너는 너무 이상적인 생각만 해." 혹은 "현실감 없는 소리 그만하고 정신 차리자." 등의 꿈을 꿈으로만 두라는 식의 이야기들 말이다.

물론 꿈만 꾸는 사람들에겐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할 수 있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정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봤는가? 또 그 이상적이고 현실감 없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건 바로 '현실'이다.

그저 예쁜 구름만을 보고 무작정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구름을 만지기 위해 신고 있는 신발에 바퀴를 먼저 달아보는 것과 같은 현실적인 시도를 행동으로 옮긴다.


나는 2018년 1월 15일, 런던으로 향하는 편도 비행기 티켓을 끊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28인치 캐리어를 가득 채운 것은 낭만 가득한 여행을 위한 것이 아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보겠다는 굳건한 의지였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짐을 싸고 나온 데에는 나름의 중요한 이유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나에게 20대가 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내 주위의 친구들은 안정적인 직장으로 진작 자리를 잡았고 결혼 준비까지 하기 바쁜 27살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머릿속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 하는 일'들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그것은 크게 결혼과 취업, 두 가지로 나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것들은 내 인생의 목표가 되었고, 전부가 되어버렸다.


너무 허무했다. 지금까지 좋아하는 일을 찾겠답시고 스펙은 저버린 지 오래였고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결국 이 길의 끝은 결혼과 취업이라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왜 우리는 모두 정해진 길을 걷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들 너무나 당연히 졸업 후엔 취업을 기다리고, 취업 후엔 결혼을 생각한다. 결혼 후엔 아이를 기다리고, 아이를 낳으면 노후를 생각한다. 우리에겐 '현재'가 없고 계속해서 다음에 해야 할 것들을 위해 '준비'만 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외국에서 사는 일인데, 그건 워킹 홀리데이같이 명분 있는 비자로 1년 정도 할 수 있는 잠깐의 경험으로 여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현실.


그래서 나는 정해진 틀이 아닌 나만의 방식을 찾아보겠다는 사춘기 심보로 집을 나섰다. 아빠에겐 한 달 유럽여행을 한다고 했고, 엄마한텐 길면 6개월 정도 있을 건데 돌아와서 취업하기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러 간다고 얘기했다. 당시 5년 가까이 만나고 있던 전 남자 친구에게도 돌아와서 바로 결혼 준비를 하자고 했지만 비행기를 타는 순간, 그런 생각들은 모두 머릿속에서 지웠다. 나는 나만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hhh_92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yoonhye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