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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아 Oct 08. 2018

스물일곱, 캠퍼밴으로 세계여행을 꿈꾸다. (2)

내가 꿈을 이루고 싶었던 이유는 나와 내 인생을 사랑하고 싶어서였다.

우리나라에 자존감 붐이 일어나기 전부터 나는 자존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대학시절, 현장실습으로 가게 된 페스티벌 현장에 자존감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이벤트 부스를 만난 것이 큰 이유가 됐는데, 재미 삼아 해 보았던 테스트는 내 자존감이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안겨줌과 동시에 결과를 본 담당자의 "이 정도면 심각한데요? 다시 한번 테스트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라는 멘트로 어벙하게 서 있던 나에게 비수를 꽂았다.

만일 내가 그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면 그냥 재미로 넘겼겠지만, 언제나 마음을 힘들게 하던 관계의 문제들이 '아- 모든 게 다 낮은 자존감 때문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정리가 되며 나는 스스로를 심각한 자존감 문제아로 정의하게 되었다.

그 후로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올 때마다 녹색 검색창에 이런 문장들을 적었다. [자존감 높이는 방법],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 [당당해지는 방법] 등 자존감을 높이는 일도 문제를 푸는 것처럼 방법만 알면 풀릴 수 있는 일이길 바라며 혼란스러운 시간들을 보냈다.


내가 스스로 찾은 나의 문제점은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점'과 '나의 장점 단점 모두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 마지막으로 '내 자신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 이었다. 이 생각들의 끝은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뀌게 되며 나는 무언가 바꿔보기로 한다.


계정만 있던 블로그에 <윤혜아프로젝트> 라는 타이틀로 나에 대한 생각들을 서슴없이 풀어내며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1년정도 지났을까? 그 시간들을 통해 나에게 맞는 자존감 올리는 방법은 '내가 원하는 환경에 나를 집어던지는 것'이라는 결론까지 짓게 됐다.

그 후로 나는 진짜 나누고 싶은 대화를 할 수 있는 모임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서로 존중해줄 수 있는 관계에 더 집중했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운다는 생각으로 괜한 콧대를 세우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나의 나약한 모습들을 감추지 않고 그런 모습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 없이도 나 스스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밝은 척하던 윤혜아가 아닌 진짜 밝고 유쾌한 사람이 되었으며, 이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더 과감하게 내가 원하는 환경에 나 자신을 계속해서 집어넣었다. 그렇게 또 1년 뒤, 최종 종착지라고 생각했던 공연 기획사 인턴 자리까지 가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환경을 선택하면 진정한 행복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분명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거라고 해서 내가 자신 있고 애정 하던 직종에 입사하게 됐는데, 직장인들이라면 대부분 겪고 있는 회식 문화와 상사에게 시달림이 나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그래도 계약 기간까지는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있었는데 결국 3개월 차에는 '내가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나는 더이상 내가 알던 내가 아니었다. 오랜만에 사람을 미워.. 아니 증오하게 되었고, 마음이 퍽퍽해져 부정적인 말을 내뱉는 기계가 되어버렸다. 어떻게든 상황을 이겨내보겠다는 의지로 모든 요일의 저녁시간에 약속이란 약속은 다 잡아놨다. 그렇게 슬슬 회식 자리를 피하고, 마음 떠난 사람처럼 행동하며 나중엔 내 감정을 거의 숨기지 않았다. 정말이지 내 인생 최고의 난장판같은 시간이었다.


남들에겐 유난처럼 보일지라도 나는 정말 두려워서 그랬다. 온갖 노력으로 자신감 넘치고 인생을 즐기는 윤혜아를 만들어놨더니 직장이 그것들을 다 망쳐놓는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 혼자 퇴사 날짜를 정해두고 퇴사하기 2개월 전, 런던으로 향하는 편도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얼른 내가 원하는 환경 속에 나를 집어 넣어야 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계획도 없었다. 나는 런던에서 살아보듯 여행하고 싶었고 동기와 이유는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막상 떠나는 날이 다가오자 설레임 보단 두려움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인생을 살 준비를 마쳤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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