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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행을 망칠 수는 없잖아!

습관, 건강

by 마미의 세상

요즘 TV의 여행 프로그램에는 남미의 여행지가 자주 나온다. 특히 이과수 폭포의 장엄한 모습이나 멋진 하늘이 물에 비쳐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는 우유니 사막을 보면 정신까지 혼미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덜컥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난 10월 12일이 우리가 결혼한 지 40주년이요, 남편은 곧 칠십이다.

‘그래, 그냥 떠나는 거야.’

하지만 한 달간 남편이 회사에 휴가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시원찮은 몸으로 30여 시간 비행기를 탈 생각을 하니 끔찍해서, 평생 열심히 살아온 우리에게 선물을 주자 싶어 처음으로 비즈니스 석으로 예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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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만 해도 건강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빨간 불이 켜졌다. 허리 디스크와 협착증 때문에 엉덩이와 한쪽 다리가 시큰거리는 데다 손상된 무릎의 연골판 때문에 오래 걸을 수가 없어 급히 허리와 무릎에 시술을 받았다.

젊어서부터 늘 위가 좋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역류성 식도염도 부쩍 심해졌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아마 탄산음료를 즐겨 마시는 것 때문일 게다. 달콤한 맛뿐만 아니라 뚜껑을 열 때 칙하며 목을 타고 내려가며 쏘아대는 탄산의 맛은 답답했던 속을 뻥 뚫어지게 하는 것 같다.

이 습관은 전에 빵집 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손님이나 직원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소화불량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 또 10 년 넘도록 10평 남짓한 가게 안에서 총총거리며 사는 내가 불쌍하다고 느껴질 때면 냉장고 안에 있는 탄산음료를 꺼내 마시며 나를 토닥였다. 주위 사람들은 아직도 몸에 좋지 않은 탄산음료를 마시냐며 한심하게 쳐다보지만 그것을 끊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음식만 먹으면 바로 잔다. 특히 저녁밥 먹고 나면 TV 보러 방에 들어갔다가 10분도 지나지 않아 잠이 드니, 새벽 한두 시면 눈을 뜨게 된다. 처음에는 다시 자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다음 날 일찍 갈 곳도 없으니 굳이 자려고 애쓰지 않는다.


새벽 시간은 어찌나 집중이 잘 되는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도 하고 요즘은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차츰 몸이 무거워지고 머리가 아픈 데다 속까지 울렁거려 죽을 지경이다. 지난주 동창들을 만나 이런 증상을 말했더니 혹시 머리에 이상한 혹이 생겼을지 모르니 빨리 신경과에 가보란다. 신경과라니! 그냥 충분히 자지 못해 일어난 증상일 거라며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병원에 가는 것이 무서워서다. 요즘은 무슨 검사만 하면 생각지도 않던 백내장이나 골다공증의 진단이 내려진다. 그렇다고 건강이 염려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메가 3, 유산균 등 먹는 약만 한 보따리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허리 시술할 때 간수치가 엄청 높게 나왔다.

도대체 내 몸 중 멀쩡한 곳이 있기나 한 걸까?

사진과 글쓰기 관련 모임부터 몇 년 전 시작한 연기 관련 모임에 최근 시작한 어학 공부까지 하다 보면 일주일 내내 뛰어다녀야 한다.

"교통비가 8만 원이 넘게 나왔다. 기후동행카드 하나 만들지."

남편의 잔소리에 어쩔까 고민하던 중 '어르신 교통카드'가 나왔다. 내가 벌써 ‘어르신’이라고?

"지하철로만 다녀 봐, 교통비가 절약될 뿐만 아니라 하루 만보는 쉽게 걸을 수 있어. “

남편의 충고를 받아들여 지하철을 이용하고 버스 타는 구간은 걸으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만보는 쉽게 채워졌지만 집에 들어오면 완전히 '큰 대' 자로 떨어지고 만다. 내 몸은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는데 미련하게 하루를 길게 살고 있다며 뿌듯해하고 있다.

며칠 전 시니어 잡지에 나온 '치매 특집 기사'는 꽤 충격적이었다. 달거나 짠 음식의 섭취로 나타나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이나 수면장애가 치매의 주요 원인이란다. 바로 나잖아?

치매로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후로 가장 피하고 싶은 병 중 하나가 치매다. 요즘은 사람들과 말하다가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그, 저, 그게.......'라고 말하는 횟수가 점점 늘고 도대체 아침에 무엇을 먹고 나왔는지가 통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벌써 치매가 오고 있는 걸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한 달간의 여행을 위해서라도 틈틈이 운동도 하고 먹거리도 채소나 과일로 바꾸고 몸에 나쁘다는 것은 최대한 줄여봐야겠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치매에 걸리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늦추고 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지금은 평생 혹사당하며 살아온 내 몸을 돌봐야 할 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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