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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크롬 Feb 01. 2021

누가 애플뮤직을 털었나

스벤 칼손 · 요나스 레이욘휘부드 <스포티파이 플레이> 리뷰

  1. 작년부터 꾸준히 진행돼왔던 스포티파이의 한국 출시가 막바지라고 한다. 유통사와 저작권 협회와의 협상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애플뮤직의 경우처럼 국내 시장에서의 완전 방어를 이뤄낼지, 아니면 치열해진 음원 플랫폼 시장에 열기를 더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특히 디스커버 위클리(Discover Weekly) 같은 큐레이션 서비스는 전여친(?) 수준으로 정확하기로 유명하다. 여태까지 VPN을 통해 서버를 우회해야 스포티파이를 이용할 수 있었기에, 음악 마니아라면 국내 정식 서비스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2. <스포티파이 플레이>는 언론인인 두 명의 저자가 취재와 조사를 통해 하나의 연대기로 재구성한 것이다. 책은 음악 산업의 입장에서 스포티파이가 어떤 서비스를 가지고 있고 타 플랫폼 대비 경쟁력은 어떻게 되는지를 비교 분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스포티파이라는 한 '기업'의 성공 일대기에 가깝다. 스토리는 창업자이자 현재 회장인 다니엘 에크가 중심이 된다. 책을 읽으면 그를 중심으로 어떤 엔지니어와 투자자, 기업인 등이 함께 일하고 거쳐 갔는지 디테일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 속에서 탄생한 스포티파이가 어떻게 몸집을 불리고 성장했는지, 애플과는 어떻게 경쟁했는지 짧고도 긴 회사의 과거를 되짚는다. 이런 점에서 <스포티파이 플레이>는 일종의 회상록 혹은 벤처 기업 경영 참고서에 더 가깝다.



  3. 그러나 스트리밍과 무료 서비스라는, 스포티파이의 스타트업에서 거대 기업으로 끌어낸 아이디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토렌트 서비스는 불법 공유의 핵심 기술이었고, 사람들은 음악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창업자 에크는 이 둘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아이디어로 스트리밍을 제시했던 것이다. 다운로드가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면, 사람들은 굳이 불법 복제 음악을 들을 이유가 없을 터였다. 수익 모델은 광고와 부분적인 유료 계정 운영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4. 하지만 음반사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2000년대 당시 사람들이 디지털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음반 판매량은 끝도 없이 추락하는 중이었고, 여기서 음악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에크의 아이디어는 제작자들의 공감을 사기 어려웠다. 그러나 불법 복제를 막고 대부분의 수익을 저작권자에게 돌리겠다는 그의 주장은 차근차근 거대 음반사들과 투자자들의 믿음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스포티파이는 페이스북과 손을 잡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가장 큰 적인 애플뮤직과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5. 두 회사의 격전은 어떻게 되었을까? 애플뮤직은 아이튠즈의 다운로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대형 아티스트와 거대 음반사의 신뢰를 얻어내 스포티파이를 압박했다. 스포티파이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보이콧 세례를 맛보는 등 쓰라린 고충을 겪었지만, 결국 시장은 스트리밍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아가 모든 순간에 음악을 제공하겠다는 슬로건 하에서 기술 기반의 세련된 플레이리스트 서비스를 제공했고, 앞서 말한 정교한 자동화 큐레이션이 큰 인기를 끌면서 스포티파이는 이용자들의 '취저'에 성공했다. 물론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기껏 만든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거나 하드웨어 사업에 실패하기도 했으며, 큐레이션 개발을 위해 가장 많은 돈을 주고 인수한 에코 네스트는 공중분해되었다. 몇 개월간 이용자 증가가 정체되어 마케팅에 많은 돈을 쏟아붓기도 했다. 기업에서의 위기는 일상이다.



  6. 만약 <스포티파이 플레이>를 현재 상륙하는 스포티파이 서비스의 자세한 이해를 위해 집어 들었다면 아쉬움이 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신이 음악 산업에 관심이 있고, 책을 하나의 흥미로운 르포르타주로 받아들인다면 재미는 보장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스포티파이의 국가인 스웨덴이 굉장히 에너지 넘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 남짓한 인구를 가진 곳이지만 노벨상, 그리고 마인크래프트를 제작한 모장과 이케아가 유명하다. 그리고 케이팝 씬의 유수한 노래들을 만들어낸 작곡가들까지. 차갑고 고요하기 그지없는 북유럽의 국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그 어느 나라보다 뜨겁게 움직이는 스웨덴 국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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