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소비자의 마음을 분석하는 일을 합니다> 리뷰
1. 요즘만큼 소비자 마음을 파악하기 어려운 시대가 있을까 싶다. MZ 세대니 xx족이니 해서 수많은 기업들이 새롭게 등장한 그들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 적극적 공세를 펼친다. 그러나 개인마다 분절된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이상, 그들의 수요를 따라가기가 결코 쉽지 않다. 내가 몸담고 있는 음악 쪽은 더더욱 심하다. 씬에 나돌고 있는 인사이트는 "유튜브 뮤직과 사운드클라우드를 많이 쓴다" 정도밖에 없다. 특히 음악 소비는 기회비용이 적은 행동이라 소비자들은 불만이 있어도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뒤로가기를 클릭하면 그만이다).
2. <소비자의 마음을 분석하는 일을 합니다>는 직접 발로 뛰며 소비자들을 만난 저자의 기록물이다. 한 마디로 저자는 정성적 방법론의 귀재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캐치해낸 건 소비자의 '불완전함'이다. 그들은 편한 것을 가져다줘도 편하게 쓰지 않는다. 가령 로봇 청소기에서 소음을 제거하면 청소가 잘 되는 기분이 되지 않아 불편해한다.
3. 또 하나의 예로 신체적 결함을 가진 소비자들은 몸 자체의 불편함보다 그들이 일반인과 구분되는 상황을 더 두려워한다는 사실이 있다. 인슐린 주사를 맞는 당뇨병 환자는 시키지도 않는 배달음식 광고를 냉장고에 붙여놓는다고 한다. 단지 건강한 일반인들처럼 보이기 위해서 말이다. 한편 프랜차이즈의 포인트 적립 앱의 경우 초기 등장했을 때 무궁무진한 혜택보다는 빠르게 QR코드를 띄우고 밝기 조절을 해야 하는 과정이 더 필요했다. 왜냐면 계산 중 알바생과 뒷사람의 눈치를 보는 문화 때문이다. 이런 것이 '진짜' 불편함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로는 절대 표현되지 않는 소비자의 모습에 주목한다.
4. 대기업이 아닌 이상 소비자를 직접 만날 팀을 꾸리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점은 안타깝다. 동시에 책이 가진 한계이기도 하다. 휘발성이 크고 소비 동기가 비선형적인 문화 계열의 상품과 서비스들은 많은 부분을 운과 직관에 기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BTS가 왜 떴는지는 업계 사람들조차도 오리무중이다. 물론 제대로 된 정성적 방법이 동원된다면, 유튜브 같은 플랫폼 이용 실황 정도로만 추려진 인사이트를 충분히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누가 플레이리스트 소비자에 대해 분석 좀 해주세요...
5. 꿀팁과 정보에 비해 문학적인 감상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 가성비 면에서는 아쉽지만, 소비자를 대하는 하나의 '태도'를 제시한다는 면에서는 읽어볼 만한 책이다. 경험을 통해 주장을 관철시키기보다는 짤막한 에피소드를 모아 놓은 썰 구성으로 되어 있어 편하게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고객의 실체가 도저히 파악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참고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