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홍택 <관종의 조건> 리뷰
1.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하더니 적당한 '관종'짓은 미덕이 되었다. 애초부터 '관심종자'란 말 자체에 비꼬는 뉘앙스가 들어가 있는 것치곤 특이한 현상이다. 사람들은 SNS와 정보의 바다 위에서 자기충족을 위해, 개인 브랜딩을 위해, 광고를 위해, 심지어는 스펙을 위해 관종으로 거듭난다. 물론 지금의 관종은 과거 통용되던 부정적 의미와는 분명히 다르다. 개인이 행복하고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특수한 관종의 형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관종의 조건>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2. 저자는 '관심 추종자'와 '관심병자'를 명확히 구분한다. 전자는 관심을 갈구하는 성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후자는 그렇지 못한 무리들이다. 나아가 관심 추종자도 정도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단적으로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과 '눈팅'에 그치는 사람의 관심 추종 레벨은 다르기 때문이다. 높은 관심 추종자들은 개인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연예인 버금가는(인플루언서) 정도로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3. 그렇다면 성공적인 관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꺼지지 않는 가시성, 고집스러운 협력성, 절대적인 진실성, 감당할 수 있는 적정선이라는 4개의 기준을 제시한다. 꺼지지 않는 가시성이란 꾸준하게 대중들의 눈에 띄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묻히지 않기 위한 화제성, 그리고 원 힛 원더로 끝나지 않기 위한 실력이 필요하다. 고집스러운 협력성은 자신 본연의 색을 잃지 않고 남들과 꾸준히 협력하는 것이다. 사회적 요구와 개인의 원칙을 조율해나가는 일종의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다.
4. 절대적인 진실성은 거짓된 방법으로 관심을 얻지 않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유튜버 뒷광고 논란을 통해 신뢰의 중요성을 재차 깨닫게 되었다. 특히 유튜버와 인플루언서가 '준 공인'으로 떠오르면서 그들 또한 도덕적 해이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적정선은 유머 코드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다. 종종 관심을 위해 지나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잘만 사용하면 매력을 부각할 수 있지만(장성규)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어찌 보면 이 4가지 기준은 성공적인 관종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현재 가장 사랑받는 '인싸'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5. 한편 책은 사회 자본(관계), 경제 자본(돈), 문화 자본(지식)에 이어 '매력 자본'이란 개념을 추가한다. 매력 자본은 신체적 매력(외모)와 사회적 매력(호감과 존경)으로 나뉘는데, 이 둘은 개인이 관심을 획득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 물론 "얼굴이 대유잼"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후자는 전자에 크게 의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회적 매력을 강화하는 유머와 전문적 능력은 공적인 관계에 있어서 중요하다. 현재도 많은 유튜버들이 외모보다는 전문성을 보여주는 콘텐츠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6. 앞서 지적한 관종의 성공적인 모델은 처세술과 마케팅에서도 활용된다. 가령 직장에서 존경을 얻는 사람은 무조건 겸손한 사람이 아닌 자신의 성과를 어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아부 또한 비슷하지만 다르다. 존경받는 사람은 아부는 하지 않지만 상대방을 향한 리스펙트를 아끼지 않는다. 마케팅의 경우 관심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일어나는 시장이다. 저자는 관심을 얻는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순진하게 날카로운 콘셉트 하나에 끌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결론내린다. 결국 무분별한 관심 끌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좋은 서비스를 위한 고집스러움과 진실됨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7. 이처럼 <관종의 조건>은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관종' 개념을 분명히 정의하고 관심이란 화폐를 기준으로 개인과 조직, 사회를 평가한다. 저자가 "Pay attention"에서 관심의 경제적 가치를 알아본 것처럼, 현대 사회의 많은 경제적 활동은 결국 관심으로 환원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관심은 권력이기도 하다. 관심이 팬심이 되고, 팬심이 모여 팬덤이 되는 순간 관종은 부 이상의 권력을 손에 넣는다. 어쩌면 현재 주목받고 있는 팬덤 경제는 관종의 시대로부터 도래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