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크롬 Jun 21. 2021

팬데믹 시대를 맞은 K-콘텐츠 근황

노가영 · 김정현 · 이정훈 <콘텐츠가 전부다 2> 리뷰

  1. <트렌드 코리아>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올해 '트렌드의 가속'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쉽게 말해 팬데믹 때문에 우리의 생활 기반이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더 빨라졌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곳은 디지털 의존도가 높은 콘텐츠 산업이다. 고작 1년이지만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디즈니플러스의 합류로 OTT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은 물론, 소문만 무성했던 틱톡의 영향력으로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가 등장했으며, 동물의 숲,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형' 콘텐츠가 유행하기도 했다. 나아가 기업들은 IP라는 이름 아래 음악, 영상, 스토리 등 모든 콘텐츠를 하나로 아우르려고 한다. <콘텐츠가 전부다 2>는 이처럼 콘텐츠의 중요성을 조명했던 전편에서 나아가, 팬데믹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움직임을 포착하려고 한다.





  2. 책은 먼저 콘텐츠 씬의 루키로 떠오른 웹툰에 주목한다. 12년부터 연 20~30% 성장률을 기록해오는 등 입김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웹툰은 이제 드라마의 소재가 되고, 넷플릭스 인기작으로 거듭난다. 심지어 유명 가수와 함께 OST 콜라보 음원을 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있는 웹툰은 콘텐츠 최후의 고지인 슈퍼 IP 구축의 시작이 된다. 저자들은 웹툰의 성공 요인을 한국의 선진 통신 서비스에서 찾는다. 비록 초기에 출판 시장을 망하게 했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많은 작가들이 발굴되었고, 한국 특유의 경쟁 시스템으로 우수한 작품을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운영 방식은 해외에도 적용된다. 일본, 미국 등에서 현지 작가들의 좋은 작품이 발굴되면, 즉각 번역되어 전 세계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을 '크로스보더(cross border)' 플랫폼 전략이라고 한다. 드래곤볼, 마블과 같이 적은 수의 전통적인 슈퍼 IP로 승부를 보는 일본, 미국과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다양성을 주 강점으로 한 K-웹툰의 한계이기도 하다.





  3. 50, 60대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 증가 또한 눈여겨봐야 할 흐름이다. 50, 60대의 넷플릭스 등 OTT로의 유입이 이루어지면서 디지털 콘텐츠 결제 금액이 각각 2.9배, 3.2배로 증가했다(현대카드 17-19년 데이터). 이젠 콘텐츠 소비에 주도권을 가진 건 젊은 세대만이 아니다. OTT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 실황 또한 흥미롭다. <킹덤>과 같이 제작비 전액 투자로 독점 방영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사랑의 불시착>처럼 방송사 동시 방영과 해외 판권 독점권을 얻는 경우가 있다. 혹은 <부부의 세계>처럼 제작 후 투자로 방송 방영 후 플랫폼에 공개하기도 한다. K-드라마를 향한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투자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 풍토를 아예 바꿔놓기도 했다(광고를 줄이고 스토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점 등).





  4. 우리나라에서 페이스북 이탈 현상은 더 이상 이상하지 않다. 이른 시기 소셜미디어 시장이 구축된 국가에서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다(개발도상국은 여전히 페이스북이 대세다). 이렇게 인스타그램이 헤게모니를 쥐기 시작하니 쇼핑과 IGTV, 릴스 등 이곳에도 기능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용자들의 평가가 모두 만족스럽진 않기에 아직 성공적인 정착이라고 보긴 이르다. 한편 틱톡의 위세가 심상치 않다. 오로지 10대만이 이해할 수 있다는 틱톡 콘텐츠의 감성은 수많은 콘텐츠 마케터들의 고민을 양산한다. 단, 수익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틱톡이기에 크리에이터들의 동기부여를 이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5. 콘텐츠의 미래가 IP에 달렸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IP가 주목받는 이유는 투자 비용과 수익의 상관관계가 낮음에도 한계비용 없이 사업 확장(OSMU)에 용이하며, 2차 콘텐츠 생산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잘 만든 IP는 꾸준한 팬덤을 거느릴 수 있으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한편 IP 확장이 꼭 마블 유니버스처럼 영화와 게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능에서 최근까지도 유행하는 '부캐' 세계관(유재석, 피식대학 등), 케이팝에서의 파격적인 시도(에스파), 웹툰과 유명 가수들의 OST 콜라보(바른연애 길잡이)는 IP가 음악과 만화 등의 형식을 뛰어넘어 영향력을 행세할 수 있다는 증거다. 나아가 SNS를 통해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마케팅 또한 IP 비즈니스에서 파생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6. 책은 자율주행 차량 안의 콘텐츠 등을 예시로 산업의 미래 모습까지 예측한다. 그렇다면 근시일에 콘텐츠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트렌드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다수가 메타버스를 꼽을 것 같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콘텐츠가 게임을 제외하곤 '누군가 제공해 주는' 것들(수동 소비)의 현주소였다면, 메타버스는 '내가 나서서 즐기는' 부분(능동 소비)을 본격적으로 채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먼 미래로 예상하고 있지만, 기술만 받쳐준다면 메타버스 개념 아래서 새로운 콘텐츠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종료된 21년 콘텐츠 산업 포럼에서 모든 분야 패널들이 하나같이 메타버스를 언급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콘텐츠가 전부'인 것을 넘어 바야흐로 '콘텐츠 속에서 사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Pay attention - 관심을 '지불'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