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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청 Oct 18. 2020

한 달 간의 물레

손재주도 가지각색

pages from my sketchbook

예전부터 도예 하는 사람을 동경해왔다.

물레에 흙을 얹어 얼마간 돌리고 손으로 만지다 보면 새로운 형상이 탄생해 있는 것이 신기했다.


한 번쯤은 물레에 도전해봐야지라고 생각할 무렵, 마침 도예가인 언니의 친구분을 소개받게 되었다. 도예가 언니의 수업은 굉장히 인기가 많아서 무려 석 달 동안 웨이팅 리스트에 올려진 채 기다리다가 마침내 공석이 나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들뜬 마음으로 양재동에 위치한 공방으로 가서 들은 수업 첫날은, 세 시간 동안 물레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흙은 아무리 도예용으로 나왔다고 해도 흙 안에 공기방울이 많기 때문에, 밀가루 반죽을 바닥에 치듯이, 계속 쳐줘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구울 때 터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흙을 그렇게 십분 가량 쳐주는 것만으로도 진이 다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흙을 쳐준 후 다음 단계는 물레에 흙을 올리고 흙의 밀도가 골라지도록 팔의 힘으로 흙을 통제하면서 흙의 키가 작아졌다 커졌다 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어찌나 힘이 많이 필요하던지, 팔 힘이 가뜩이나 없는 나는 집에 와서 시름시름 앓을 정도였다.


당시는 회사를 다니던 때였는데, 마음을 쉬게 하려고 배우려 한 도예였지만, 몸이 쉴 수가 없었다. 도예는 물리적으로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내 체력과 근력으로는 도저히 계속 배울 수가 없어서 결국 한 달 뒤 그만두어버렸다.


여전히 인터넷에서 멋진 도자기 사진들을 보면 다시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하지만, 이때를 기억하며 마음을 억누른다.


어쨌든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손재주가 어느 정도 있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크나큰 오산이었다. 축구선수, 농구선수, 스케이팅 선수 모두 운동실력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각자가 주로 쓰는 근육과 기술은 다른 것처럼 그림과 도예에도 쉽게 건널 수 없는 담이 있었다.


혹시 모르겠다. 후에 운동을 열심히 해서 팔근육과 코어 근육을 열심히 키우면 언젠가 다시 도전해볼 날이 올지도.


인스타그램: @byjeanc

https://www.instagram.com/byje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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