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성 Nov 28. 2022

용인시와 광주시의 대표 물길, 경안천 자전거여행 2편

경기도 경안천 자전거여행

경안천을 지나는 에버라인 경전철은 좋은 전망대이기도 하다 / 이하 ⓒ김종성

용인시의 경안천과 지류인 금학천은 3량으로 된 작은 경전철과 함께 흐른다. 높다란 고가위를 천천히 달리는 경전철 안에서 보이는 경안천과 금학천 모습이 새롭다. 에버라인 경전철은 용인 곳곳을 지나가 시민들의 편리한 발이 되어주고 있다. 금학천변에는 경안천에서 가장 큰 장터가 있는데 바로 용인 중앙시장이다.


매 5일과 10일 마다 금학천 둔치를 따라 오일장이 서 옛 정취가 그리운 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이 오일장터는 고려시대부터 수백 년간 터를 잡아 온 ‘김량장(金良場)’이라 부른다. 동네이름도 김량장동이다. 상설시장인 60년 전통의 용인중앙시장의 명물은 순대골목이다. 경기도의 대표 향토음식인 백암순대를 맛볼 수 있어서다.


순대골목에 들어서면 고유의 특별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순댓국 육수 끓여내는 솥단지에서는 진한 사골국물 향이, 족발을 삶아내는 단지에서는 맛은 물론 고객의 건강까지 생각해 함께 넣은 갖가지 한약재가 마치 보약을 달이는 듯 향을 보탰다. 용인 백암 지역엔 조선 영조 임금 때부터 전국 최대의 우시장이 있었다고 한다. 백암순대가 유명해진 데는 순대의 재료가 되는 돼지 부속물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한 몫 하였다.


누구나 자기만의 소울푸드(soul food)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먹으면 행복해지는 음식 말이다. 막 먹기 시작할 때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져오거나, 작은 한숨이라도 짓게 하였다면 그것이 내 소울푸드다. 운이 좋다면 그렇게 스멀스멀 감정의 문을 열어주는 음식이 여러 개일 수도 있다.

용인중앙시장 순대골목

정감가는 청정물길 경안천 상류길


용인 시내를 지나면 어느새 물길이 좁아지고 수풀이 무성해지면서 경안천 상류가 시작된다. 경안천이 태어난 문수산(404m)이 뒤로 병풍처럼 솟아있고 오가는 사람이 뜸해지면서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들려와 상쾌한 기분이 배가된다. 그저 냇가에 불과한 하천 상류 옆에 보행로 겸 자전거도로를 깔아준 용인시 덕택에 편안하게 경안천 상류를 여행했다. 


산책로에 작은 뱀들이 에스자 몸매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횡단하고 사마귀가 길 위에 서서 여행자를 향해 도발하듯 앞발을 움직인다. 천변 마을에서 심어놓은 어르신 같은 노거수 느티나무 아래는 작은 정자나 나무의자를 만들어 놓아 쉬어가기 좋다.

모래무지가 사는 정겨운 경안천 상류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나오는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가 떠오르는 물길이요 천변 풍경이다. 자신에게 두 다리가 있고, 자전거가 있고, 그것을 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팔당호에서 경안천 상류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느라 다리에 쥐가 날 만큼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너무 좋아 실성한 사람처럼 히죽히죽 웃음이 나오는 곳이다.


자전거를 천변에 뉘여 놓고 물에 들어가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 물고기를 잡으려 하천을 첨벙이며 돌아다니는 동네 아이들 모습이 활기차다. 경안천 상류에는 모래가 많은 맑은 물에 사는 물고기 모래무지가 많이 산다. 모래 속에 알을 낳거나 모래톱의 작은 생물들을 먹고 사는데 적이 나타나면 신변 보호용 호신술로 잽싸게 모래를 뒤집어쓰고 묻혀버리기 때문에 모래무지라고 불린다.

천변마을을 지나는 경안천길
자전거 마니아 목사가 사는 시골교회

하천변에는 소담한 물줄기를 닮아 정다운 시골마을이 이어진다. 장마와 태풍을 이겨내며 논밭에서 알알이 익어가는 황금빛 벼들이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경안천 상류 물줄기는 주변 농장들과 비닐하우스, 텃밭에 생명수를 제공하는 젖줄이기도 하다. 


어느 농부가 일구는 텃밭에 웬 깡통들이 줄줄이 허수아비처럼 서있다. 무슨 용도일까 상상을 하다 농부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 밭 밑 땅속을 오가는 두더지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란다. 땅속을 제집처럼 오가다가 지상 위의 밭작물들을 따먹는다니 놀랍다. 기후변화에 까마귀 까치 같은 새, 고라니, 두더지까지··· 농사는 변수가 참 많은 일이구나 싶다.


천변 시골마을을 닮은 아담한 교회를 지나는데 자전거 라이더에게 물과 커피, 매실음료를 제공한다는 재밌는 간판을 세워 놓았다. 알콜 향이 안 나고 맛있게 담근 매실주 한잔을 마시자 보약처럼 힘이 났다. Plum Wine이라는 영문명이 있을 정도로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담근주다. 


경안천변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따뜻한 온정의 손길과 사랑 나눔의 행사를 하고 있는 예직교회다. 자전거 거치대와 느티나무 아래 쉬기 좋은 벤치도 마련했다. 60대 나이임에도 자전거 마니아인 담임목사 덕택에 이곳은 경안천에서 제일 인기 있는 자전거 쉼터가 되었다.

인도에서 온 와우정사 향나무 와불

경안천 상류에는 특별한 사찰 ‘와우정사’(용인시 처인구)가 있어 꼭 들르게 된다. 일반인들에게 이 사찰은 일종의 ‘불교테마파크’다. 이 절은 1970년 남북 평화통일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창건한 현대식 사찰이며, 인도·미얀마·스리랑카·중국·태국 등에서 모셔온 불상 3천여 점이 전시되어 있어 세계 각국의 불교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국내보다 해외의 불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절이다. 인도에서 모셔와 법당에 드러누워 계신 향나무 부처님은 목불로서 기네스북에 올라있단다. 민속촌과 함께 용인시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와우정사 가는 길을 알려준 이는 뜻밖에도 동남아시아에서 온 청년들이었다. 인근 동네 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로 수년간 살게 되면서 쉬는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경안천에 놀러 온단다. 반짝이는 눈빛, 까무잡잡한 얼굴에 짓는 환한 미소가 인상적인 청년들이 불상 앞에서 경건하게 절을 하는 모습을 보니 멀리 이국에서 수행하러 온 승려들 같았다.


후일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을 떠올리면 동료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갔던 경안천과 여러 지천, 팔당호, 한강의 사계절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단다. 외로운 타국생활 중에 심적으로 많은 위로와 위안이 되었다니 경안천 물길이 새삼스레 다시 보였다.




작가의 이전글 용인시와 광주시의 대표 물길, 경안천 여행 - 1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