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 노을공원
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보물 같은 공원인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잇는 ‘하늘노을길’은 해당 지자체인 마포구에서 조성한 길이다. 마포 걷고 싶은 길 9코스로, 경의선숲길 마포나루길 망원한강길 등 강과 숲, 공원 등이 있는 10개의 코스가 나있다.
월드컵 경기장역(1번 출구)에서 평화의 공원-하늘공원–메타세쿼이아 숲길-반딧불이 생태관-노을공원-난지천 공원-월드컵경기장-월드컵경기장역으로 순환하는 길로 길이 약 8.3km에 소요시간 약 3시간이 걸린다.
‘하늘노을길’ 안에 있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평화의 공원, 난지천공원 등은 모두 월드컵공원에 속하는 곳이다. 2002년 월드컵 개최에 맞춰 조성한 서울 최대의 공원이다. 월드컵공원은 과거 난지도가 있던 자리다. 예전 한강에 있었던 섬 가운데 하나인 난지도(蘭芝島)는 이름처럼 온갖 난초와 꽃들이 만발해 꽃섬이라 불렸던 아름다운 섬이었다.
연못, 폭포, 개울이 흐르는 월드컵 공원
1977년 육지로 매립되면서 사라진 난지도 자리에 들어선 곳이 지금의 월드컵공원 일대다. 1978년부터 15년간 쓰레기 처리장으로 사용되었다. 현재 캠크닉(캠핑+피크닉), 트레킹, 자전거 등을 즐기기 좋게 공간이 넓고 울창한 나무와 메타세쿼이아 숲 등 자연환경이 좋아 서울 최고의 공원으로 꼽히고 있는 것을 보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옛 고사성어가 절로 떠오르게 된다.
6호전 지하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려 평화의 공원 방향으로 나서면 아시아에서 5번째로 큰 축구전용구장 월드컵경기장과 대형매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먹거리와 장보기가 가능한 마포농수산물시장이 먼저 여행자를 맞는다. 마포농수산물시장은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서울 근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시장이지만 카트를 끌고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평화의 공원에 들어서면 난지연못과 모래사장, 작은 폭포와 개울이 무더위를 식혀준다. 폭염이 일상이 된 여름을 견뎌 내다보면 별것 아닌 것들이 간절해지는 순간이 있다.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나무 그늘, 더위에 지쳐 무기력해진 머리를 깨워줄 아이스커피 한 잔, 맞으면 웃음이 나는 공원 바닥 분수대, 졸졸졸 흐르는 맑은 시냇물에 발 담그기··· 평화의 공원에 가면 모두 충족할 수 있다.
난지연못 건너편으로 가면 울창한 나무숲과 습지, 시냇물이 기다리고 있다. 건너편으로 가는 징검다리 물가에 물소리 시원한 작은 폭포가 있어 발길이 머문다. 연못가 오솔길과 나무들 풍성한 숲속 사이 길엔 그늘이 드리워져 산책하기 좋다. 연못과 습지가 가까이에 있어서 상쾌하고 시원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도시 숲은 여름 한낮의 평균 기온을 약 3℃ 낮춰주는 등 친자연적인 기후조절 기능을 한단다.
일상생활이나 무더위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지칠 때 숲길을 산책하면 신기하게도 새살이 돋듯 마음속에 삶의 의욕이 생겨난다. 땡볕을 가려주는 호젓한 숲길 벤치에 누워 있자니 지난밤 무더위에 못 이뤘던 잠이 솔솔 몰려왔다. 하지만 짝을 부르는 여름철새 개개비의 독특한 울음소리에 노루잠(깊이 들지 못하고 자꾸 깨는 잠)이 되고 말았다.
난지연못을 정화해주는 습지 데크길을 지나다보면 한강에 사는 참게와 말똥 모양을 닮았는지 말똥게라 불리는 게, 외래종 거북이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비나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고 나면 더욱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다. 도심에 있을 땐 의식하기 어렵지만, 숲이 우거지고 습지가 있는 공원에 들어서면 인간 외에 많은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공원, 하늘공원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공원은? 바로 하늘공원이다. 높이는 98m에 이른다. 월드컵공원 조성 당시 난지도의 쓰레기 언덕이 2개 있었는데 지금의 하늘공원과 그 곁에 있는 노을공원이다. 한강 상류 쪽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19만㎡(약 57,000평)으로 매년 10월이면 꼭대기 평원에서 펼쳐지는 억새축제로 명소가 된다.
공원입구에서 꼭대기로 가는 맹꽁이 전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과, 총 291개의 통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진 하늘계단으로 오를 수도 있다. 나무 계단이 높아질수록 훤히 내려다보이는 서울과 한강의 모습이 눈을 유혹한다. 정상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북한산, 동쪽으로는 남산과 63빌딩, 남쪽으로는 한강, 서쪽으로는 행주산성이 보인다. 평원 위 너른 초록 억새밭이 올라오느라 수고했다며 선물처럼 펼쳐진다.
하늘공원 평원 위를 거닐다보면 주변에 빌딩, 아파트, 카페 등이 보이지 않아선지 서울과 멀리 떨어진 외딴 섬에 온 듯 기분 좋은 단절감이 드는 곳이다. 공원 자락 아래 이어진 메타세쿼이아 길은 시원하게 뻗은 산책로와 하늘높이 솟은 장대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곳이다. 최근 숲길을 정비하면서 때깔 고운 맥문동, 수국, 작약꽃과 포토존을 조성해 길이 더욱 예뻐졌다.
도보는 물론 조깅, 자전거 산책도 가능하도록 길이 나있어 인기다. 숲길 땅바닥이 부드러워 많은 동네 주민들은 맨발로 다닌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방송에 의하면 요즘 유행하는 맨발 흙 밟기는 ‘어싱’(Earthing, 땅에 발 딛기)이라 하여 신경이 안정되는 치유법으로 쓰이고 있다. 장년의 아주머니 한 분에게 맨발걷기 효과를 물어보니, 다른 건 모르겠고 밤에 잠이 잘 와서 좋단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노을공원
하늘공원과 이어진 노을공원 입구에 반딧불이 생태관(마포구 하늘공원로 108)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반딧불이는 개똥이나 소똥처럼 쉽게 볼 수 있다는 뜻에서 ‘개똥벌레’라고도 불릴 만큼 개체 수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보기가 매우 드문 반딧불이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반딧불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수족관을 통해 생태환경을 엿볼 수 있다.
들어서면 일대에 융단처럼 깔린 탁 트인 잔디밭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캠핑장과 여러 멋진 조각작품 외에 하늘과 시야를 가리는 건물이 안 보인다. 드넓은 천연잔디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하는 곳이다. 흙냄새 가득한 탐방로와 쉬기 좋은 원두막, 잔디밭 곳곳에 자리한 조각공원의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며 산책하기 좋다.
공원 안 노을캠핑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름다운 노을과 노을로 물든 한강변 경치가 돋보이는 야영장이다. 해발 98m 언덕 위 전체 면적 34만㎡(약 10만평)로 넓은 잔디에서 개구리와 맹꽁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자연 공간이다. 탁 트인 천연 잔디밭과 잘 갖춰진 편의시설 덕에 가벼운 마음으로 캠핑을 즐기기에 좋다. 매주 월요일은 휴장이며 캠핑장 이용료가 전국 최저가일 정도로 저렴하다.
여름철 땅거미가 질 무렵 노을공원 둘레길을 거닐었다. 전망대에서 붉게 물드는 한강노을도 보고, 파크 골프장 방향, 그라스가든 등 노을공원의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도는 전망 좋은 길이다. 둘레길은 이정표를 따라 자연스럽게 하늘노을길의 마지막 구간 난지천 공원과 이어진다. 과거 난지천은 쓰레기와 쓰레기 침출수로 심각하게 오염된 하천이었다. 현재 생태 하천으로 복원되었고, 주변엔 초록빛 가득한 숲이 우거진 공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