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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Aug 09. 2022

서울 한강 최고의 자연생태 낙원, 난지생태습지원 여행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한강공원 

한강물을 유입해 조성한 난지생태습지원 / 이하 ⓒ김종성

캠핑장, 강변 물놀이장, MTB 연습장, 갈대 바람길 등 공캉스(공원에서 즐기는 바캉스) 하기 좋은 난지한강공원.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난지생태습지원(마포구 마포나루길 83 (상암동))이다. 강서습지생태공원,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고덕수변생태공원, 암사둔치생태공원 등 한강변에 자리한 생태공원 가운데 최고의 자연생태공간이 아닐까싶다. 


지난 2009년 한강물을 유입하여 생태 습지원을 조성하였다. 이후 각종 수생식물 및 초화류 곤충 어류 조류 야생동물 등 총 1,000여 종이 살게 되면서 생물종다양성이 두루 갖춰진 건강한 습지가 되었다. 습지는 비가 내리면 숨을 쉬는 것처럼 물을 빨아 들였다가 날이 가물면 물을 내뿜어 촉촉한 땅이 유지되는 곳이다. 기후조절, 수질정화, 생물종 다양성 유지 등 그 역할과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난지수변학습센터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난지수변학습센터

난지생태습지원은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기 좋다. 난지한강공원에 일반자전거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가 있다. 강변길을 달리다보면 자전거도로변에 있는 습지원 입구와 함께 난지수변학습센터에 닿는다. 생태습지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러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습지를 탐방하며 포식자 사마귀, 습지의 귀한 손님 맹꽁이, 거미·하늘소·말똥게 등을 관찰하고 학습하는데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생물들을 직접보고 체험하며 자연감수성을 키우고, 자연에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학습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생태습지원 중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개방형 습지는 3만㎡이며, 1만㎡는 생태계 보전을 위해 출입이 통제되는 폐쇄형 습지이고, 나머지 1만㎡는 새들이 머물기 좋은 작은 섬이 떠있다. 


* 탐방 프로그램 안내 : https://cafe.naver.com/nanjiwetland

* 문의 :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 (02-305-1333)

난지생태습지 탐방
모두를 놀라게 한 거미의 사냥 솜씨

남녀노소 탐방객들과 함께 우거진 수풀과 나무 사이로 난 탐방로를 걸었다. 한나절 풀숲이 울창한 습지를 거닐었는데도 모기에 물리지 않아 신기했다. 습지에 사는 잠자리와 사마귀가 하루에 수백 마리의 모기를 잡아먹은 덕택이란다. 여름날 짝을 만나 번식을 해야 하는 숫매미들이 부르는 맹렬한 구애의 합창소리가 습지에 가득하다. 


도심 속에선 시끄럽게만 들릴 소리가 이곳에선 힐링 사운드가 따로 없다. 맘속으로 숫매미들을 응원하게 된다. 소나기가 내린 후라 그런지 꽃 나무 곤충들이 한결 활기차 보였다. 가까운 한강에서 바람이 불어오자 풀잎 위에 앉아 있던 잠자리들이 위아래로 흔들거리는 게 바람을 타고 서핑을 즐기는 것 같다.  

말똥게 가족

방문객들 앞에서 시연이라도 하듯 나뭇가지 사이 거미줄에 걸린 곤충을 순식간에 휘감는 거미를 보고 누구나 할 것 없이 탄성을 터져 나온다. 앞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식사를 하고 있는 친근한 말똥게 가족도 나와 있다. 말똥게는 나무 잎이 썩어 생겨난 유기물을 걸러먹고, 말똥게의 배설물은 영양분이 되어 나무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흰 수염 같은 깃털을 휘날리며 외발로 서있는 왜가리는 수도하는 도인 같아 웃음이 나는 새다. 예술 작품 같은 무늬를 한 나비들도 빼놓을 수 없다. 도마뱀처럼 생긴 작은 동물들도 눈길을 끈다. 숲이나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지뱀으로 몸체에 비해 꼬리가 더 긴 특징이 있다. 벽이나 천정에도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긴 발가락이 인상적이다. 

습지의 포식자 사마귀
유해어종이 돼버린 붉은 귀 거북

생명과 동물을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기쁜 선물은 다름 아니라 동물이 모습을 드러내주는 순간이구나 싶은 곳이다. 난지생태습지원은 ‘야생동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공간이다. 멸종 위기종인 맹꽁이와 개구리 등 양서류 동물과 고라니 삵 너구리 외에 해오라기 가마우지 왜가리 등이 서식하는 보금자리다. 


고라니나 삵은 못 봤지만 습지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거북이와 마주쳤다. 외래종인 붉은 귀 거북이로 수 년 전 국내에 애완용으로 들여왔다가 멋대로 방생을 하는 바람에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 생태계를 교란 어종이 돼버렸다.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는 노련한 사냥꾼 가마우지는 본래 철새였는데 수년전부터 우리나라 하천 곳곳에 자리를 잡고 사는 텃새가 되었다. 

야생동물 관찰대


나무에 안내팻말을 달아 놓아서 나무 공부도 하게 된다. 물가에서도 잘 살아가며 우리나라 자생나무라 더 정이 가는 버드나무, 꽃 모양이 갓 지은 쌀밥을 닮았다고 해 이름 붙은 이팝나무, 가지의 껍질을 벗겨 물에 담가보면 파란 물이 우러난다는 물푸레나무, 개화기 때 미국에서 건너온 버드나무라는 뜻의 미류(美柳)나무에서 이름이 변형된 미루나무 등이 이어져 있어 걷는 즐거움을 더했다. 


도심에 있을 땐 의식하기 어렵지만, 숲이 우거진 공원에 들어서면 인간 외에 많은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 눈엔 보이지 않아도 나를 보고 있는 존재들로 가득한 난지생태습지공원은 이제 이 도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다.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 시원한 카페보다 나는 이곳이 더 좋다. 여러 동식물의 서식처이자 시민들에게 안식을 선사하는 도심 속 보물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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