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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Sep 13. 2022

수도권 시민들이 마시는 물의 근원, 팔당호 여행 -1편

경기도 팔당호수 자전거여행

팔당 호반을 여행하는 자전거 라이더들 / 이하 ⓒ김종성

서울에서 한강 상류로 조금 올라가면 탁 트인 풍경과 함께 드넓은 호수가 나타난다. 호수의 이름은 팔당호.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강원도 회양군(현 금강군) 발원한 북한강이 경안천과 만나 비로소 한강이 되는 지점에 만들어진 팔당호다.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인공 담수호다. 팔당호의 물은 서울과 경기지역의 시민들이 마시고 사용하는 물의 근원이 되는 곳이다. 

 

경기도 광주시, 남양주시, 하남시, 양평군과 접하고 있어 규모도 크고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호반둘레 77km의 팔당호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장쾌한 풍경과 더불어 아름다운 자연이 돋보이는 곳이다. 수변공원, 수목원, 예쁜 카페와 맛집, 조망 좋은 팔당 전망대, 작고 정다운 마을을 품고 있어 호반길을 따라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팔당 호숫가에 있는 경의중앙선 팔당역

팔당호는 경의중앙선 팔당역이 가까이에 있어 찾아가기 쉽다. 역 앞에 자리한 여러 곳의 자전거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여유롭게 호수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안내판에 적혀있는 팔당호(八堂湖)의 한자와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강 주변의 산세가 험하고 수려해 팔선녀가 내려와 놀던 자리라고 전해진 데서 유래한다. 


이후 그 자리에 여덟 개 당(堂)을 지어 놓았다고 해서 ‘팔당’이라 불리게 되었다. 여덟 개의 명당이 있어 팔당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도 흥미롭다. 팔당호 수변길을 지나며 재미삼아 나만의 8곳 명당을 찾아보게 된다.


팔당호의 호수는 언제 찾아도 광막하면서도 신비롭다. 봄이면 연둣빛 능수버들의 낭창거리고, 여름이면 훌쩍 자란 수초들의 일렁거림이 호수와 어울려 기막힌 풍경을 연출한다. 가을이면 새벽안개가 환상적이고 호수까지 내려온 단풍 빛은 지켜보는 이의 마음까지 유혹한다. 겨울 풍경의 진객은 역시 드넓은 호수에 내려앉은 흰 눈과 하얀 고니 같은 철새들이다. 

팔당호를 존재하게 하는 팔당댐

호반길가로 팔당호를 존재하게 하는 높다란 팔당댐이 보인다. 대한민국의 급격한 도시화로 서울시와 근교 지역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자, 수도권 지역의 상수도 공급을 위해 1966년 착공하여 1973년 완공하였다. 팔당댐은 수도권 시민 2,500만 명의 식수와 생활용수, 공업용수와 연간 2억 5600kW의 전기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팔당댐 주위와 팔당댐 상류 지역의 호수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낚시는 물론 어업용이나 관광용 배도 띄우지 못한다. 이 댐은 전력생산을 위한 위치 에너지를 크게 유지하기 위해 팔당호 수위를 해발 25m로 매우 높게 유지하고 있다. 덕택에 팔당호를 건너는 유일한 다리 팔당대교는 전망대라 해도 좋을 만큼 높다랗게 지어졌다. 

팔당호반길
팔당호숫가

팔당호의 매력은 바라보는 각도와 장소에 따라 물빛과 풍경이 다르고, 그 물빛에 비춰진 산 그림자의 형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호수 주변의 강변마을은 풍경에 정감을 더한다. 다산 정약용의 묘와 유적지가 있는 마재마을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양수리에서 바라보는 호수의 풍경이 다르다. 또한 호수 건너편 마을인 분원리에서 바라본 팔당호 풍경은 아늑하고 아련하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낚시가 금지된 덕택에 붕어·잉어·가물치에서 외래어종인 배스, 블루길 등 물고기가 풍성해 큰고니·왜가리·물닭·청둥오리들이 많이 찾아온다. 이 가운데 큰고니는 개체수가 귀해 천연기념물이 된 철새다. 목이 긴 아름다운 여인 같은 새지만, 목소리는 익룡처럼 크고 거칠다는 게 반전이다. 


공룡이 몸집을 줄이면서 조류로 진화했다는 학계의 정설이 맞구나 싶은 새다. 특히 잠수를 하며 물고기를 낚는 노련한 사냥꾼 민물가마우지들이 흔하게 보였다. 가마우지는 잠수하면서 젖은 깃털을 햇볕에 말리기 위해 양쪽 날개를 펴고 벌을 받듯 익살맞게 서있어 금세 알아볼 수 있는 새다.  

철새에서 텃새가 된 민물 가마우지
팔당호 생태 학습선

팔당호는 내게 차이콥스키의 고전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우아한 새 고니를 처음 보게 해줬고, 또한 신비한 해빙의 순간을 느끼게 해준 특별한 호수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끝을 보이는 초봄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팔당호 수변길을 달렸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호수 곳곳에서 ‘쩡’하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들려왔다. 흡사 팔당호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소리 같았다. 자연이 들려주는 신비한 소리, 심원의 소리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해마다 봄이 올적마다 떠올려지는 풍경과 소리로 내 마음속에 남게 됐다. 


상수원보호구역이다보니 관광용 배를 탈 수 없는 팔당호지만 유람하듯 호수를 거닐 수 있는 유일한 배가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에서 운영하는 팔당호 생태학습선이다. 시민 누구나 무료로 탈 수 있다. 한강물환경연구소(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819) 선착장을 기점으로 4월부터 11월까지 화·수·목·금 주 4회 운행한다. 전문 해설사의 생태·역사·문화 해설과 함께 팔당호의 자연경관과 수질보전을 위한 유역관리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문의 및 예약 : 한강수계관리위원회 홍보팀 031-790-2540)

겨울날 팔당호에서 머무는 우아한 새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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