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영학을 전공해서인지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부가 가치가 발생하며 그에 따른 순환으로 경제가 성장해간다는 사고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부가가치세라는 세금도 존재하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 저의 세계에선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엔 역시 당연한 일은 없는 것인지 부가가치 박멸 운동을 논하는 사람의 글을 읽게 되었고 이 글로 인해 저의 당연한 생각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삶을 읽는 사고'라는 제가 좋아하는 류의 제목과 표지를 지닌 책인데 일본 그래픽 디자이너인 사토 다쿠라는 분의 글에서 발췌한 내용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중국 고대 갑골문자를 보면 재능(才能)의 ‘재才’는 ‘재在 (있을 재)’와 같은 글자로 원래 ‘존재'를 의미하며 ‘능能’은 움직임으로서 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재능이란 ‘이미 갖추어져 있는 것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뜻이다. 즉 이미 존재하는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는 사람을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재능 있는 사람은 자신이 갖춘 능력을 이끌어내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대상으로부터 그 가치를 이끌어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자기 마음대로 가치를 부가해버리는 사람은 대상에 이미 존재하는 가치를 제대로 이끌어내는 게 아니다. 따라서 무엇인가에 가치를 부가하는 사람을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부가가치'에는 자기중심적인, 매우 오만한 뉘앙스마저 서려있다. 이렇게 사려 깊지 않은 말을 언제부터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아마 메이지 시대 (1868~1912) 이후에 시작된 대량생산이 전후 고도성장기를 맞이하여 대량소비가 발생한 무렵부터 아닐까 싶다. 즉 경제적 이익이 최우선인 사회에 이르면서 인간의 마음이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물건의 제조가 아니라 오직 물건 판매만을 목적으로 삼으면서부터다. 라벨 값에 지나지 않는 가치 비슷한 것을 대상에 부가해 돈으로 바꾸는 것이 마치 비즈니스인 것처럼 믿게 된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만연한 질 나쁜 바이러스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오래전부터 스스로에게 ‘부가가치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저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결국 디자인은 생각의 소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드는 이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과정과 실현을 통해 무엇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그것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그 디자인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옷을 만드는 것을 단순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드는 행위로 시작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행위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어딘가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부터는 제가 만들어 가는 것들에 억지로 부가가치를 붙이기보다는 누군가의 일상에 온전히 가닿기 바라는 마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네요.
옷이란 나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이니 나를 온전히 드러나 보이는 게 우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옷들의 온전한 가치는 사람들과 연결되었을 때 생기는 것이니, 연결이 일어나기 전에 만든 것에 우선적으로 가치를 더하지 말자는 생각을 합니다.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만들고 온당한 가치만을 남긴 채 그 쓸모를 알아주는 분들과 연결되길 기다리는 것이 제가 지금 생각하는 좋은 제품과 좋은 디자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