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맛있다고 느껴보신 적 있습니까? 공복에 달릴 수 있을 만큼 끝까지 달리다 보면 체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공기밖에 없다는 듯이 공기를 들이 마시게 되는데, 저는 그때 공기가 맛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혀 과학적이진 않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달리기는 원체 빠르지가 않아 별로 흥미 없는 일이었는데 요즘 들어 열심히 달려보고 있습니다. 연 초에 퇴행성 디스크 판정을 받고 약간의 경각심이 생겨 서기도 하고 몸에 스멀스멀 붙는 시간에 대한 무력감을 떨쳐 보내고 싶어 서기도 합니다. 처음엔 3km도 못 뛰는 몸이었는데 6개월을 꾸준히 뛰다 보니 어느덧 20km까지는 뛸 수 있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년엔 풀코스를 뛰어봐야지라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제가 달리기를 하다 보니 한 가지 좋은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록이 크게 중요하지 않고 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을 대견해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입니다. 구기 종목처럼 승패가 나뉘는 것도 아니고 혼자 달리다 보면 누구에게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설정한 목표만큼 완주했는지가 더 중요한 일이 되기에, 그만큼만 달리면 스스로에게 ‘잘 했다'라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운동인 것입니다.
우리가 하루를 보내면서 스스로에게 잘 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달리는 것만으로 나 자신을 칭찬해 줄 수 있으니 종종 할만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장점과 효능이 있을 것인데 이건 조금 더 달려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꾸준함을 가장 높은 가치로 삼는 사람입니다. 저희 회사가 스테디 라이프 컴퍼니인 것도 그래서이고 스테디 라이프를 살고 싶은 염원도 그래서입니다. 달리기는 꾸준함을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달려볼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씨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 마지막에 쓴 글을 남깁니다.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