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도 꽤 괜찮습니다.
평범한 것이 고민인 시기가 있었습니다.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빛나는데 나는 그저 그런 보통의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니 오히려 조금 열등한 느낌을 받았다는 게 더 적절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런 평범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 다양한 노력을 해보았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기 위해 트렌드를 열심히 살펴보았고 소수의 취향을 따라 해보기도 하며 조금은 달라진 듯한 모습에 심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에 비해 나는 평범했고 보통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범한 게 뭐 어때?’
일종의 반발심 같은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특별함을 쫓다 생긴 고단함과 공허함이 생겨서일까요. 저는 그 이후로 평범과 맞닿은 보통의 순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무난’, ‘자연스러움', ‘편안함' 이런 단어들이 평범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특별하진 않지만 열등하지 않아 안전한 보통스러움.
이렇다 할 단점이나 흠잡을 만한 것이 없는 무난함.
억지로 꾸미지 않아 이상함이 없는 자연스러움.
가볍고 걱정이 없는 듯한 무심함.
지나치지 않아 어색함이 없는 편안함.
이런 생각들을 쌓다 보니 평범한 것도 꽤나 괜찮게 보였습니다. 되려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이 맞겠습니다. 잘 생각해 보니 특별함을 쫓는 것은 타인의 시선에 기준을 두고 움직였던 것이고, 평범함을 옹호하는 행위는 그 시선을 떨쳐내고 나를 돌아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범한 모두가 특별해 보이는 관점의 변화도 일어났습니다.
고등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대여 후 너무 두꺼워서 다 읽지 못 한 책이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소설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한 구절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무사 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특별해 보이진 않아도 모두가 자기 안에 고유의 소리가 있는 존재라는 자의적 해석을 해보며, 평범하고 보통스러운 나 자신을 다시 한번 긍정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