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갑자기 운동을 해야겠다는 강렬한 충동이 들었다. 거울에 비친 어깨 라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인지. 그 이유가 뭐였는지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나는 그날 단단히 결심했고, 오랜만에 헬스장으로 향했다.
운동기구 앞에 서자마자, 그동안 쉬었던 날들을 보상이라도 하듯 등운동을 격하게 몰아붙였다. 땀은 온몸을 타고 흘렀고, 근육은 짜릿하게 반응했다. 처음엔 ‘운동 참 잘했네’ 싶었지만, 그날 밤부터 지옥이 시작됐다. 근육통이 온몸을 휘감았고, 어떤 스트레칭도, 찜질도 소용이 없었다. 몸은 천근만근, 자세를 바꿀 때마다 고통이 밀려왔고 결국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했다.
몸이 이렇게 아픈데, 마음까지 왜 이리 민감하게 흔들릴까.
같은 시기에 나는 일본어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예전부터 일본어를 좋아했지만, 이번에는 다짐이 좀 달랐다. "이번엔 진짜 잘해보자." 평소엔 안 듣던 뉴스나 라디오를 들으며, 원어민이 쓰는 표현을 외우고, 어렵고 긴 문장에 도전했다. 마치 갑자기 원어민이라도 되어야 할 것처럼, 실력의 계단을 두세 칸은 건너뛰고 싶었다.
하지만 며칠 만에 흥미는 뚝 떨어졌다. 너무 높게 잡은 목표는 오히려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재미보다는 좌절감이 먼저 찾아왔다. 머릿속엔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는 질문만 맴돌았다.
이 두 가지 경험은 나에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뜨겁게 시작한 것들은 대개 금방 식는다."
어떤 일에 확 끌리는 건 나쁜 게 아니다. 때때로 열정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우리는 그 흐름에 올라타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열정이라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온도로 조절하지 않으면 쉽게 타버리고 만다.
운동도, 공부도, 관계도, 삶의 거의 모든 것이 그런 것 같다. 뜨거움보다는 미지근함이, 폭발보다는 지속이 더 어렵지만 더 의미 있는 법이다.
다시 근육통이 사라지고, 일본어 책도 다시 천천히 펼치기 시작했다. 이번엔 하루 10분이라도, 재미있는 단어나 표현 하나라도 괜찮다.
오래 가는 건 늘 그렇게 소박하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