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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Dec 26. 2023

안녕, 오픈 채팅방: 함께한 시간에 감사하며 떠나다

삶이 무료하다고 생각할 때쯤 글쓰기를 시작했고, 여러 오픈 채팅방에 가입해서 자기 계발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참 한국에는 멋진 사람들이 많구나.'를 새삼 실감하며 하루를 허투루 쓰지 않고 또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을 동경하게 되었다. 저만큼 열심히 살지 않은 나를 반성하고 또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나도 재미났다. 또 다른 세상이었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또 내가 얻어갈 수 있는 정보에 귀를 쫑긋 아니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았다. 무료강의를 들으면서도, 도움이 되는 강의를 결제하고 새로운 지식을 채워나갔다. 무언가 이렇게 열심히만 하면 n잡러, 내가 바라던 세계 여러 곳에서 재미있게 여행 다니며 돈 벌 수 있는 그런 직업을 금세 가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본업이 바빠지니 그런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누군가 관리가 필요한 곳이었지만, 목표가 없이 시작한 오픈채팅방 안에서 쉬이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더욱이 조용한 채팅방은 방장이 흥미를 잃기 시작하면 어느새 말수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익 추구를 위해 시작한 곳이 아니기에 조금이라도 불만이 생기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욕하고 나가는 매너 없는 사람도 보였다. 동기부여를 얻기 위해 찾은 곳이었지만, 점차 마음은 멀어져만 갔다. 


흥망성쇠가 있다고 했던가? 처음에 잘 되던 그곳은 삐걱거림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또 분열이 점차 커져가는 게 여실히 보였다. 그 이후 나도 흥미를 잃어갔다. 목표가 없어져서 그런가? 아니 처음부터 목표가 없었다. 채팅방 100명 채우기라는 안일하고 또 목적 없는 목표는 명사가 아닌 동사로 끝나기 시작했고 또 모호하기 시작했다. 채팅방의 종말은 운영진뿐만 아니라 모두가 암암리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무엇이든 시작해 보는 게 나은 거였나? 시작하고 또 빠르게 실패하는 것이 낫나? 실패는 또 다른 성공을 나타낸다고 했다. 매일매일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안부를 물으며 함께 잘 살아보자며 으쌰으쌰 하던 분위기는 점차 옅은 바람에 흩어지는 낙엽처럼 흩어져갔다. 학기를 끝낸 같은 반 친구들과 비슷한 관계랄까? 시절인연은 그렇게 끝나고야 말았다. 


같은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도 학기가 지나거나, 졸업하면 자연스레 멀어진다. 간간히 시간을 내서 보긴 하지만,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거나 서로 살길에 바쁘다 보면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요즘은 sns로 서로의 소식을 전하지만, 사실 그것도 나 자신이 여유가 있거나 시간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금세 흥미를 잃기도 한다. 


오픈채팅방의 종말은 마치 하나의 시절인연을 나타낸다. 함께 했던 열정으로 어디에서든 잘 살고 있길. 나중에 보면 채팅방 닉네임으로 반갑게 인사하길.  이 시절 인연이 끝나도 또 다른 시절이 다가 오기에 놀라지 않길. 내가 이 삶을 잘 살아가는 동안 당신도 행복하길. 잘 지내길 바라며 나의 소중했던 인연은 여기서 접길. 


어디서든 편안한 곳을 찾아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가길 @Jon Tyson,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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