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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Nov 22. 2024

잘츠부르크의 게트라이트 거리에서 만난 여행의 의미

EPISODE 1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 이 도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게트라이트 거리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좁고 아기자기한 골목마다 작은 상점과 카페들이 즐비해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 속에서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오고 가며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날도 나는 이 거리의 시끌벅적함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여행의 목적을 되새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행의 목적지와 기대를 가지고 떠난 이곳에서, 내가 느낀 것은 오히려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게트라이트 거리에서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며 걷던 나는, 어느 작은 카페에 발걸음을 멈췄다. 밖에서 보던 그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 그대로, 카페 안은 따뜻한 조명이 비추는 공간으로, 곳곳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게 느껴졌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길거리를 바라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던 중, 내 옆자리에서 앉은 한 여성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여기 처음 오셨나요?” 그녀의 말투는 다정했고, 그녀의 미소는 차분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다른 여행자처럼 보였고, 나는 단순히 일상적인 인사 정도로 대답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자신이 왜 여행을 떠났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여행을 떠난 이유가 단순히 새로운 곳을 경험하려는 욕구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어느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떠나게 됐죠.” 그녀의 목소리는 잔잔했고, 그 말 속에 담긴 감정이 내게도 전해졌다.


“예전에는 일상에 묶여 살다 보니 내 안의 감정들이 점점 흐려져 갔어요. 그래서 나는 내가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었죠. 그래서 여행을 떠난 거예요.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잃어버린 감정을 다시 찾고 싶었어요.” 그녀의 말은 내 가슴을 찔렀다. 순간적으로 나는 여행을 떠난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새로운 나라를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전부였을까? 아니면 내가 진정으로 여행을 떠난 이유는, 내면에서 길을 잃고, 그 길을 다시 찾기 위해서였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마음 속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여행은 단순히 다른 나라의 문화와 경치를 보고 경험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때로는 내 안에서 잃어버린 감정이나 생각을 다시 마주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내면의 공허함을 느끼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문득, 내가 여행을 떠난 이유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떠난 여행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안에서 잃어버린 감정이나 가치들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날 카페에서의 만남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여행은 단지 외부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여행은 나 자신을 다시 찾기 위한 여정이기도 했다. 내가 떠나온 곳에서 무엇을 찾고자 했던 것일까?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찾고 싶었던 것은 새로운 풍경이나 문화가 아니라, 내가 놓치고 있었던 내면의 감정이나 감각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나는 여행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더욱 명확히 알게 되었다. 여행은 단순히 외부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안에서 잃어버린 부분을 찾고, 그곳에서 다시 나의 길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단순히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었다. 그들은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되찾게 해주는 중요한 조력자들이었다.


잘츠부르크의 게트라이트 거리에서 만난 그 여성은 나에게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준 사람이었다. 여행은 내가 원하는 목적지나 풍경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내가 잃어버린 감정이나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우연처럼 느껴졌지만, 사실 그 만남은 내가 여행을 떠나야만 만날 수 있었던 중요한 만남이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는, 때로는 우리가 일상에서 하지 못한 깊은 대화가 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고, 내가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찾아주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나는 이제 여행을 떠날 때마다, 그저 외부 세계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내면을 돌아보며 나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에게 나아갈 길을 안내해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주었고, 나는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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