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르네오 섬의 역사와 문화
말레이시아는 한반도 면적의 1.5배 정도 되는 넓은 나라로서 말레이 반도와 보르네오 섬 두 곳에 주요 영토가 나뉘어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와 행정수도인 푸트라자야가 있는 서쪽의 말레이 반도와 세계적인 후추 명 산지인 사라왁과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키나발루 마운틴, 관광지로 유명한 코타키나발루 등이 있는 보르네오 섬은 인구 구성과 요리 문화가 아주 크게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한국인들이 관광으로 많이 방문하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보르네오 섬, 코타키나발루를 포함하는 말레이시아 동부의 음식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먼저 이 글에서는 보르네오 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보르네오 섬은 그린란드와 뉴기니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섬에 세 나라가 있는 섬입니다. 인구 40만의 작은 나라이며 1인당 GDP에서 세계 30위인 한국에 이어 31위인 동남아의 부국 브루나이, 보르네오 섬의 3/4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 그리고 이 글에서 이야기할 말레이시아가 바로 그 세 나라입니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약 절반, 중국계 약 1/4, 토착민 약 10%, 인도계 약 7% 나머지 약 8%로 이루어진 국가입니다만, 코타키나발루가 위치한 보르네오의 사바 주는 인구 구성이 크게 다릅니다.
사바 주는 원주민 중 두순 족이 17%, 바자우 족이 14%를 차지하는 등 원주민 비율이 거의 절반에 이르며, 지금은 수가 10% 정도로 줄어들었으나 오랜 기간 동안 중국계 (대체로 광둥, 하이난, 하카)인구가 20%에 달해 중국 광둥이나 하이난의 문화가 많이 전달되었습니다. 실제로 거리에서도 간판에 한자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필리핀계 이민자들도 많으며 인도계도 어느 정도 있는데, 중부 인도나 남인도 쪽 이민자들도 있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익숙한 북인도-파키스탄의 커리 문화와는 조금 다른 남부 인도 요리를 즐기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오히려 말레이계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가 많이 늘어나서 5%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러다보니 코코넛과 얌(한국의 참마가 속한 종), 타피오카, 옥수수를 쓰는 원주민 요리들이 중국 광둥 요리와 하이난 요리와 만나 발전하고, 필리핀과 인도 이민자들의 영향을 받아 음식 문화가 상당히 발달했습니다. 오히려 쿠알라룸푸르가 있는 서부 말레이시아의 요리가 인도네시아 요리와 거의 흡사한 반면에 동부 말레이시아는 서부에서 흔히 보는 나시 고랭(말레이 반도식 볶음밥), 미 고랭(말레이 반도식 볶음국수), 사떼(말레이 반도식 꼬치구이)가 주요 음식이 아닙니다. 관광지에서는 다 팝니다만 길거리 음식으로 인기를 얻은 사떼를 제외하면 현지인들이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닙니다.
앞으로 몇 개의 포스팅을 통해 동부 말레이시아, 그 중에서도 코타키나발루가 속한 사바 주의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