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패션가 Jul 30. 2024

[크록스]의 ‘지비츠’는 옳다? 옳지 않다?

크록스(Crocs) 신발에 '지비츠(Jibbitz)'를 다는 이유

나는 크록스(Crocs) 신발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드라마 〈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다.


너무 재미있던 스토리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종종걸음으로 종횡무진 다니며 의사 주인공들이 신고 있던 신발은 말랑말랑한 크록스였다.


특히 수술방 들어가기 전에

발로 탁!



연초부터 (정말 생뚱맞게)

왼쪽 세 번째 발가락의 통증이 오락가락했었는데

최근 격한(?) 러닝 이후

악화되어 정형외과를 찾았다.

진료를 받는데, 진지하게 상담받는 와중에 나도 모르게 선생님의 신발을 보게 되었다.

뜨억.

크록스 신발이다.

현실과 드라마가 같다.


"건초염 (염증 질환)의 일종이니

오늘은 주사 치료와 약 처방 (불라불라)"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나의 눈은 선생님과 아이컨택을 잊지 않았고,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끄덕거렸다.

그리고 선생님의 신발을 자꾸 힐끔거렸다.

고. 동. 색 크록스!


진료 과정 중 인상적이었던 선생님의 말은,

보통 한국 사람들의 발모양은 두 번째 발가락이 길다는 정보였다.

정말?

내발만 알지,

남의 발 들여다 볼일이 없으니 난 몰랐다.

내 발은 한국사람의 발모양보다 이집트인의 발모양이라고 해서 엄지발가락이 길고 발등이 낮고 살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굳은살의 위치도 독특하고

건초염의 위치도 이례적인 것이라는 의견이다.

Ops!

진짜 이렇게 생겼다.


그래서 발에 맞는 신발을 신기 어려울 수도 있었을 테니

되도록 슬리퍼 말고,

운동화를 신으라고 하시는데, 운동화를 신어도 발가락을 은근히 누르는 통증이 꽤나 불편하다.


집에서도,

발가락 요 작은 하나 내 몸을 지배하는 것 같아 짜증이 오만팔천퍼센트 오르고 있을 때,

남편은

본인도 안 신으면서,

크록스 엄청 편하대

라며 던지는 남편의 한 마디에,

나도 솔깃해져,

공식홈페이지를 들락거리다, 결국 신어 보고 결정하겠다는 심산으로 신촌 현대유플렉스 매장을 찾았다.


보통은 신발 제품의 사이즈에 대한 리뷰를 보면,

정사이즈 추천해요

한 치수 업 해요

등의 리뷰를 주로 보게 된다.

발등이나 발볼 등을 고려한 자신의 착화 경험을 반영한 의견이다.

다수가 이같은 의견을 제품 구매에 참고한다.




크록스는 다르더라.

크록스는 발길이로 사이즈를 선택해야 한다.

똑 부러진 매장 직원을 만난 덕분에,

알게 된 정보이다.


나의 원래 발사이즈는 230이다

하지만 발볼이 좁고 발등에 살이 없어 한 치수 작게 구매하는 경우가 잦다.

(내가 고의적으로 크게 신고 싶은 경우를 제외하고)


그래서 230을 착용했는데

엄지발가락이 치인다.

착용감을 이야기하니 한 치수 크게 신으라고 그녀가 권유했다.

그래서 240을 착용해 보았다.

약간의 헐떡거리는 여유 분량이 있어서 ‘이게 괜찮은 건가’ 싶었는데


"발길이에 맞추는 것이 아마도 편할 것"이라며 "헐떡거리는 것도 크게 불편하진 않을 것"이라는 직원의 의견이었다.

(착용 약 2주가 지난 지금, 그녀의 말이 맞다.)


당시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240을 결정하고,

아기자기한 소품 가득한 코너, 지비츠 가 모여있는 테이블을 지나칠 순 없었다.


껴? 말어?
 오버인가?

라며 물음표를 머릿속에 띄운 채,  이미 내 손은 지비츠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나는 벌써 '어떤 콘셉트(?)'으로 구성할지, 저만치 가 있었다.


이렇게 신발만 샀으면 ₩89,900이었을 것을, '지비츠'까지 사는 바람에 ₩128,000을 결제했다.


즉 객단가 10만 원 미만을 10만 원 이상으로 만드는 힘 !

바로 교차 판매 (Cross-Selling) 혹은 업셀링 (upselling)의 기술이다.

이것이 바로 '지비츠'가 〈 옳은 이유 〉이다.


1+1은 '덤'이다.

'지비츠'처럼 구매하는 것은 '변신'을 자극한다. 

이걸 가짐으로써 더 괜찮아질 것, 더 멋질 것이라는 욕구와 욕망을 만들어 나 스스로의 만족감을 높이게 하고, 나를 뽐내게 한다. 


이는 곧 전문용어(?)와 표현으로

객단가(평균 거래 금액)를 높이고,

구매 만족도를 높이고,

재구매율을 유도하고,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썩 괜찮은 머천다이징(Merchandising)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조합이지 않나 싶다.

이 같은 건전한 조합은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넥스트 페이지(Next Page)가 요구된다.


크리틱(Critic)의 패션산업인으로 서라기보다,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해 본 고객의 마음이다.

크록스는 쉽게 질릴 수 있는 제품의 유형이다.


쉽게 질리는 만큼, 빠르게 재구매가 될 수 있다는 안전장치를 지비츠가 도와주고 있지만, 약. 하. 다.


더 많이 세련되어야 한다.

모든 제품이 세련될 필요는 없다.

다만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밸런스 조정이 필요하며 '세련미'의 수준은 과제로 보인다.

왜냐면,

우리도 알다시피(말하면 입 아픈) 고객들은 이미 다양한 미디어와 메시지를 통해 세련미를 학습하고 있으며,

그 기준 역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크록스의 '세련미'는 명실상부한 브랜드들과 근사한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희귀하고 독특한 셰입의 제품을 발매하며 이슈몰이를 하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식상하다.


브랜드는 새로움이 멈춰지는 순간, 끝이다.

쌓아올리는 건 너무나 힘든데, 멈춰지고 잊혀지는 건 한순간이더라.

서글프게도 예외없이.

이제는 '지비츠'가 〈 변신 〉이라는 욕구를 잘 건드린 것처럼, 쉽고 명확한 프로토타입(Prototype)의 본제품들과 함께 어떤 새로운 변신의 약속을 해줄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옷을 잘 입는 것'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