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첫사랑
예고편이나, 1화 내용만 보고 초등학생들의 게임 이야기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큰 오산.
공부도 꼴찌, 인기도 없고, 집도 가난한 소년이, 재벌가의 딸이자 전교1등 미소녀를 짝사랑하는 이야기다.
초등학교 시절, 남자의 성장은 여학생들보다 더디고 느려서, 소년은 자신의 마음을 게임을 이기고 싶다는 경쟁심이나, 부잣집 아가씨에 대한 열등감으로 오해한다. 성적과 집안환경, 어느 것 하나 교집합이 없을 것 같은 둘의 관계는, 주고 받는 대사 한 마디 없이, 오로지 함께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 이어진다.
기사딸린 리무진을 타고 학교에 등교하는 공주님과, 담임 선생님도 포기한 열등생의 불협화음, 모순, 어울릴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의 관계는, 소녀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급전개를 맞는다.
좋아해, 사랑해가 아닌 “다시 돌아와서도 게임을 같이 하자, 기다리고 있을게”라는 고백.
시간이 흐르고 중학교 3학년이 된 후 소녀는 다시 돌아온다. 예전과 다른 어색함과 생경함. 조금은 어른이 된 소년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이 게임에서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이 아닌, 연심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재벌가의 딸. 예쁜 외모로 세상 부러울 것 없을 것 같던 소녀는. 통금 오후 4시, 가정교사에게 모든 인간관계와 행동을 감시받는 삶. 친구와 대화하는 것도 힘든 새장안의 갇힌 존재였다.
너는 우리와 달라. 라는 시선으로 배척당하고, 질투심의 대상이 된 소녀의 유일한 소통구이자 환기는 게임뿐이었던 것이다.
소년은 소녀가 고교생이 되어서도 외톨이로 지내는 것을 걱정한 나머지, 같은 고교에 진학해서 친구가 되어주고자 한다. 삶의 전부였던 게임을 1년 가까이 포기하고, 명문 사립학교의 입시에 모든 것을 걸게 된다. 소녀를 혼자 남겨두지 않기 위해.
가진게 없는 못난 남자가 현실의 벽을 마주하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어울리는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그 성장의 동력처럼 순수한 도파민의 결정체가 있을까. 찌질하고 초라했던, 90년대 초중반 오락실의 bgm.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소년의 성장과 첫사랑의 풋풋함과 애잔함을 넘나드는 추억에 대한 동경이 그리운 이가 있다면 꼭 이 만화를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