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도 여행기_출발 3
2020年 2月 16日
출발_3
공항 한편에 선생님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둔 대형 승합차가 서 있었다.
반가운 눈길을 주고받으며 차에 올라탔다.
차 안을 채우고 있는 에어컨 바람에 다시 원래 살고 있던 세상으로 돌아온듯했다
땀을 식히며, 나는 목에 걸린 스카프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진 분홍색., 마음에 드는 색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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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타기 전
선생님은 우리들 목에 각각 다른 색의 스카프 하나씩을 걸어 주었다.
환영의 의미를 담아.
선생님들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이 두 사람이 나의 선생님(스승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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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 프라사드와 변영미.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자야쌤은 어려서부터 줄곧 요가와 칼라리파야투(남인도 전통무술) 수련으로 몸을 단련하였고 크리켓 선수였으며 과학자이고 아유르베다 닥터이다.
나는 자야가 경험해온 많은것들을 들을 때마다.. 이 사람은 이번이 세 번째 생인가.. 싶을 정도로
그는 장르 불문하고, 공부하며 탐구하며 수련하는 사람이다.
영미쌤은 한국에서는 한국 전통예술과, 동양 예술사를 전공하고 공부하다가 졸업 무렵에 아시아 예술의 진수, 진미를 더욱 알고 싶어 졌다고 한다.
그녀는 그것들을 알 수 있는 땅은 인도라 생각했고 혈혈단신으로 인도 땅으로 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말리얄람어를 익히고 남인도 문화를 연구하였으며
카타칼리(인도 전통 연극 중 하나), 모히니아땀(인도 전통춤)등을 수련한 배우이자 무용수이다.
이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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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과 나는
내 가장 어두운 시절, 탈출구 없어 보였던 긴 슬럼프안에서 만났다.
조급함에 짖눌려있던 나는 선생님과 함께 천천히 수련했고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것도 일러주지 않았지만 매순간 나는 가르침을 받았고,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늦었지만 우리~차라도 한잔하고 숙소로 이동할까요? 영미쌤이 제안했다.
공항 근처 카페에서 차를 한잔 하기로 했다.
공항 근처라 그런지 한밤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운영 중인 식당과 카페가 있었다.
선생님들은 공항 올 때마다 자주 이용하는 카페인 듯 익숙하게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영미쌤은 능숙한 말리얄람어로 잽싸게 주문을 했다.
나는 차에서 내려 다시 후끈한 공기를 느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자야는 내 앞으로와 요번 여행에 함께할 친구들을 소개했다.
깐난 수짓_ 케랄라에서 조감독 겸 배우 활동 중인 자야의 학교 후배이자 자신의 친한 친구라 소개했다.
만나서 반가워.
지오_지오 역시 자야의 친구로, 요번 여행 틈틈이 운전을 해준다거나 교통을 책임져줄 청년이다. 허스키 보이스의 지오는
베스트 드라이버이자, 한 가정의 자상한 아버지라고 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나는 손을 내밀었고 우리는 악수를 나눴다.
악수를 나누며 지오 뒤의 벽에 아주 익숙한 브랜드의 낡은 포스터가 보였다.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영미쌤이 주문한 차가 나왔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뜨겁고 하얀 차였다.
깐난은 달달하니 맛있을 거라며 자리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이 청년은 푸른색안에 녹색이 함께깃든 오묘한 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뜨거운 유리컵 잘 잡는 방법을 나 빼고 모두가 알고 있는 듯했다.
가만있어도 더운데 모두들 스마일의 얼굴로 뜨거운 차를 들고 후후 불며 잘도 마셨다..
후~
나는 컵을 쥐었다 내려놨다를 반복하며 마셨다. 그리고 땀을 닦았다.
뜨겁고 , 무지하게 단
자판기 우유맛이 났다.
후에 나는 여행 첫날을 기억하며 처음 마신 이 차의 이름을 깐난에게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또다시 생각나지 않는다.
차를 마시며 재회의 분위기를 나누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이제는 심야 카페도 슬슬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숙소로 가야 할 시간이었다.
버스는 길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차 안은 빠르게 조용해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버스 창 밖으로 반대편 차들의 라이트와 함께 씽~하고 지나갈 뿐이었다.
이곳에 처음 오는데
자야의 익숙한 표정 때문인지 이 낯선 땅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나는 계속 빙글빙글 웃으며 커튼을 걷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문 닫은 점포들은 이미 오래전 잠든 것 같았다. 시내를 달리다가 이내 대형 광고판이 띄엄띄엄 보이는 큰길로 들어섰다.
인도에 도착했지만 아직 가려져있는 인도의 얼굴.
내일이면 볼 수 있겠지.
자야가 나를 부른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으라면서_
버스 맨 앞자리로 옮겨 앉아 보니 지오가 생각보다 바로 옆에 앉아있어 조금은 머쓱했다.
어둡고 조용한 거리의 가로등이 빠르고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이곳은 미치도록 밝은 빛도, 깨지는 사이렌 소리도 없이
빛이라곤 반대쪽 차들의 라이트와
전봇대 위에 세로로 붙여놓은 가느다란 백열등뿐이었다.
그래서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
길은 숲길로 이어졌다.
이 길을 과연 버스가 지나갈 수 있을까 싶은 길도 지오는 스무스하게 운전해 지나갔다.
산길이라 덜컹거리긴 했어도 안심되는 운전이었다.
맨 앞의 넓은 창으로 깜깜한 숲길을 보고 있자니
졸음이 몰려왔다..
“ look!”
깜짝이야
“저기 봐! 사슴이야!”
지오는 차의 속도를 늦추더니 난데없이 사슴을 보랜다.
사슴...?
사슴이 어딨는데
빛 하나 없는 깜깜한 숲 속에서 사슴을 보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지오 ~안 보여. 어딨는지 모르겠어..
저~어기!!
나의 둔한 반응에 지오는 ‘저쪽’을 향하여 라이트를 한 번 짧게 깜빡거린다.
보람! 저기
숲 안을 잘 봐
!!!!!!!
호이~~ㅅ!(드디어 발견)
거목 뒤에서 거목 보다 깊은 색의 거대한 뿔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 수사슴이 풀이라 추정되는 무언가를 씹으며 박력 있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슴 = 고라니,꽃사슴 정도로 밖에 상상할수 없었던 내 눈에 저기위의 근육질 사슴이라 하기에 너무 컸다.
다큐에서나 볼 수 있는 실루엣 아닌가.
내 착각일지 모르나 수사슴과 눈이 마주쳤다.
녹색으로 광이 나던 수사슴 동공은 박력을 내뿜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색이구나. 어디서 왔니 사람.
이렇게 근육질 사슴과 조우했다.
뒷좌석 일행들 역시 난리가 났다.
뿔 사슴 옆에 보다 작은 하지만 역시 근육질의 암사슴이 보였다.
우아~~~~
에버랜드 야간 사파리 차를 타고 있는 듯했다.
저기 지오야~이렇게 길을 지나다니다가 저런 동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볼 수 있는 거야?
이 말에 자야와 지오는 동시에 콧웃음을 친다.
수사슴 정도에 뭘 놀라고 그래_ 여기 인도라고.
...
길가다가 고라니를 봐도 크게 놀라는데, 저런 사슴은 길가다가 본 적이 없다고...
호주 갔을 때 우연히 캥거루를 마주치고 난리법석을 떨었던 내 모습이 기억났다.
예스! 아임 코리아 한반도 시티걸.
나는 한반도에서 건너온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동물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에도
구불구불한 산길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계속해서 발견되는 야생동물에 ‘가다가 멈추고’ 도 반복되었다.
야생동물이 반갑고 신기하고 좋았지만 조금씩 하품을 제어할 수 없게 되었다.
야생동물이고 뭐고 당장 허리 펼 침대가 그리웠다.
생각해 보면 긴 하루였다.
눈 내리는 새벽, 겨울 아침에서 한여름인 깊은 밤에 와있었다.
겨울이던 여름이던 한국이던 인도든 때 되면 졸린 건 똑같고, 앉아 자면 침대만이 그리운 것이다.
리조트에 도착했는지
경비원이 하품을 하며 나와 리조트 대문을 여는 모습이 보였다.
코코넛 나무와 각종 이국의 꽃들이 양 옆으로 가득 피어있는 오솔길 위로 작은 빌라들이 도손도 손 하게 지어져 있는 아담하고 풀냄새 가득한 리조트였다.
이곳이 오늘 머무를 숙소인 듯했다.
친절한 미소의 직원들이 친절하게 짐을 방으로 옮기고 있을 동안, 우리들은 로비에 모여
졸린 눈으로 깐난에게서 왜 때문인지 바나나를 받았다.
혹시 배고프면 먹으라고
기다란 바나나, 짜리땅한 바나나, 주황색 바나나, 녹색 바나나. 연노란색의 바나나
바나나가 대체 몇 종류나 되는 걸까.
맛은 똑같을까?
내일 아침에 먹을 생각으로 졸린 눈을 한 채로 바나나를 종류 마나 하나씩 주섬주섬 챙겼다.
자!. 여러분
자야가 입을 열었다.
이 주변은 야생동물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숲 자체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지역으로 사람이 숲을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요.
새벽에 혹시 동물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새벽에 산책을 갈래요? 지금은 건기라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고 확신할수있는건 없지만,
새벽에 모일 수 있겠어요?
참여하는 건 어디까지나 자유예요. 피곤한 사람은 늦게까지 자고 안 가도 좋아요. 새벽 5시에 일어날 수 있는 사람만 가는 거예요.
오브 콜스! 갈래요!
새벽 일정은 자율이라고 말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겠다고 손을 들었다. 속으로 다들 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시간과 약속 장소를 정하고
빠르게 흩어졌다.
혜영언니와 진주가 한방을,
나와 은샘이 한방을 쓰기로 했다.
빨리 자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별 기대 없이 방 문을 열었는데.
깨끗한 인테리어에 깔끔하게 정리된 침구가
로비의 친절한 직원들 만큼이나 환하게
어서 오세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앗
이것은
구름일지도
푹신하기로는 마시멜로
호텔침대 최고.
지금 당장 잠들 수 있을 것 같이 푹신한 침대
몇 달 힘들었지만 이곳에 오길 잘했다 생각했고,
선생님을 봐서 좋았고
앞으로 함께 여행할 날들이 기대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잠들었던것 같다.
이렇게 인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길었던 첫째 날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