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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자룡 Sep 24. 2023

가장 먼저 만족시켜야 할 독자는 나 자신이다!

올해 초 <평범한 직장인도 1년 만에 연봉 2배 올리는 글쓰기 비법>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사전 작업으로 글쓰기 책을 수십 권 보았다. 이미 직장에서 최소 1,500자 이상 글을 매주 4편 이상 작성했기에 글쓰기에 자신 있었다. 처음 1달간 거침없게 초고를 완성했다. 아이디어가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계속 떠올랐다. 전체 원고 60%에 해당하는 내용이 탄생했다. 그 후 회사를 옮기고 적응기를 거치면서 책쓰기를 잠깐 내려놓았다. 


헌데 마케팅 일을 하면서 글쓰기, 책쓰기의 중요성은 더 올라갔다. 글쓰기가 필요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확실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 미완의 원고를 완성시켜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책을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책쓰기에 몰입했지만 예전만큼 진도가 팍팍 나가지 않았다. 자기 표현이 자유롭지 않았다. 왜 그럴까? 고민했다. 내가 떠올린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글쓰기 책은 평생 한 권만 쓸 거 같은데, 기왕이면 ‘완벽하게’ 써서 인정받고 싶다. 

2. 내가 아직까지 글쓰기로 거대한 족적을 남긴 것도 아닌데 지금 써도 괜찮나? 

3. 이 책을 투고했을 때 아무 반응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라졌다. 책을 쓴다는 게 잠시나마 부담으로 느껴졌다. 부담을 뿅망치로 깨고 책쓰기에 몰입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했다. 우선 여자친구에게 200만원을 입금했다. 2023년 12월 31일까지 투고를 하지 않으면,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 출간은 내 손에 달리지 않지만, 투고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속의 힘을 활용해서, 끝까지 밀어붙이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강남 교보문고에 갔는데, 베스트셀러 매대에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라는 책이 있었다. 창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광고 문구를 보았다.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는 나를 깨워주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산발한 머리의 릭 루빈 작가가 나에게 소금 같은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막힌 혈이 뚤렸다. 릭 루빈은 미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프로듀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금까지 빌보드 앨범 차트 TOP10안에 올린 앨범만 40장 이상이다. 이 책은 작가가 창작의 모든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선사한다. 명확한 길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방법을 강구해 당면한 과제를 뚫고 싶은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릭 루빈은 이렇게 말한다.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것에 대한 걱정은 깊은 불안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남들이 나를 판단할까봐, 오해받을까봐, 무시당할까봐, 나를 싫어할까봐 두려워서일지도 모른다. 다른 아이디어가 또 떠오를까?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가 다시 떠오를까? 누가 신경 쓸까?”


완성된 작품을 내보내는 과정은 자신 또는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기도 하다. 예술 작품을 만들 때 관객은 가장 나중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완성이 될 때가지 그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어떤 식으로 세상에 내놓아야 할지는 생각하지 말자. 


이 구절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책이 완성되기 전에, 나 역시 다른 사람한테 어떻게 강력한 영향을 미칠지부터 생각했다. 그러자 반응에 연연하는 마음 상태가 생겼다.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초고가 100% 완성되기 까지는 오로지 어떤 내용을 담을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 지에만 집중해야 했다. 그래야 동력을 유지한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나는 타인의 생각이나 반응을 통제할 수 없다. 빌보드 차트 TOP10에 앨범 40개를 집어넣은 릭 루빈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제하는 방법은 없다고 단정한다. 수많은 베스트셀러 음반을 만들었지만, 그 역시 확실한 히트 상품을 만드는 방법 따위는 모른다. 진실된 초고수의 고백에 ‘꼭 해내야 한다. 한방에 히트 쳐야 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불필요한 중압감을 만드는지 이해했다. 


나의 마음 상태를 돌아봤다. 책을 쓰게 된 초심을 들여다봤다. 모든 사람이 글을 편하고 쉽게 쓰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나는 한 사람이 잠재력을 100% 끌어내는 것을 보는 게 즐겁다. 나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잠재력이 더 개발된다면 상당히 기분히 좋다. 여기서 나의 경제적 여유마저 늘어난다면 최고다. 자신을 널리 알리고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베이직 기술로 글쓰기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 글쓰기 자체는 어려울 게 전혀 없다. 하지만 글쓰기를 가로막는 심리적인 요인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이 부담을 최소화하고, 숨쉬듯 글을 쓰는 프로세스를 제시할 것이다. 내가 쓰는 책은 글이나 글로 만든 컨텐츠로 대박 내는 비법과는 거리가 있다. 나 역시 그런 프로세스에 따라 매번 창작을 하지만, 대박은 완전히 운의 영역에 속해있다. 평타 이상 꾸준히 해내는 것만이 실력의 영역에 있다. 


하지만 소박이든 중박이든 대박이든 일단 자신을 글로서 알려야 한다. 글쓰기 실력을 누적할 수 있다. 올바른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반복되는 훈련을 하면 된다. 나만 멈추지 않고 예술 활동을 한다면, 운대가 맞을 수 있다.  


릭 루빈은 [풍요의 마인드셋]에서 이렇게 말한다. 


예전 작품은 새 작품보다 낫지 않다. 새 작품이 예전 작품보다 낫지 않다. 예술가의 인생에는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과거에 황금기가 있었고, 이미 지나갔다는 생각은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 때에만 사실이다. 그저 매순간, 매 챕터마다 최선을 다하기만을 바라야 한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듀서도 다음 작품이 어느 정도 퀄리티가 나올지 담보할 수 없다. 언제 전성기가 찾아올지, 어떤 작품이 대박날지 누가 알까? 그렇기에 작품 활동 자체에 대한 즐거움이 언제나 있어야 한다. 결과를 담보할 수 없지만 계속 시도해야 하는 게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숙명이다. 유일한 방법은 나에게 주어진 조건과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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