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댄스 학원을 선택한 몇 가지 기준에 관하여
2022년 11월 9일, 지인과 함께한 체험수업으로 폴댄스를 처음 접했다. 폴에 매달렸을 때 단단해지는 나의 몸과, 무중력 상태로 꼿꼿하게 자못 도도하게 버티며 기술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에 시간이 갈수록 매료되었다.
처음 등록한 학원에서 입문전용으로 18회의 수업을 들었고, 그 후 학원을 그만두고 몇 주 동안 연습실 사장님께 여섯 번의 개인레슨을 받았다. 그러다 다시 학원에 다니려고 새로운 학원을 알아보기 위해 2월 둘째주에 체험수업을 두 군데서 받았다. 나는 체험수업을 받은 두 학원과 이전에 다녔던 학원까지 세 군데를 비교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곳에 2개월 간 주 2회 올레벨 취미반을 등록했고, 지난주부터 정규수업에 나가고 있다.
내가 그 학원을 선택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꼼꼼한 준비운동이다. 총 70분 수업 중 30분은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하고, 10분 정도는 선생님이 동작을 가르쳐주고 시범을 보여주고 내가 실제로 폴에 매달리는 시간은 영상을 촬영하는 시간과 폴을 한번 타고 잠깐씩 쉬는 시간을 포함해 약 30분 정도이다. 기존에 다니던 학원은 60분 수업에 15분 스트레칭, 10분 정도는 시연과 티칭, 실제로 내가 폴에 매달리는 시간은 영상 촬영 시간 포함해 35분 정도였으니 학원을 옮기며 스트레칭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뭐 선천적으로 운동을 잘 하거나 몸이 탄탄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는 그렇지가 않기 때문에 과격한 운동인 폴댄스를 시작하기 전에 몸을 충분히 풀고 근력운동으로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고 폴을 타면 기술을 배울 때 힘이 잘 들어가서 몸을 덜 풀었을때와는 확연히 다른 컨디션으로 폴을 탈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학원이 따뜻하다. 나는 추위를 꽤나 많이 타는 편이다. 그런데 전에 다니던 학원은 바닥에 보일러가 없어서 히터와 난로를 썼고, 그렇게 하더라도 날이 추울 때는 밖에서 스며드는 한기 때문에 몸이 굳고 소름이 돋았다. 가뜩이나 헐벗은(?) 차림의 폴웨어를 입는데 날이 추우면 손발이 더 차가워서 힘이 잘 안 들어갔다. 예전에 학원에 다닐 때는 알지 못했는데, 이 학원에서 수업을 하다가 더워서 창문을 열고 싶을 정도로 따뜻한 바닥과 공기를 경험한 후 내게 폴댄스를 할 때 실내의 온도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온도가 따뜻하니 몸이 더욱 잘 열리고, 힘을 덜 쓰면서도 예전에 잘 안되던 동작을 비교적 수월하게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선생님의 세세한 티칭이다. 폴을 잘 타는 것과 폴을 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분명 다른 영역이다. 나는 이 학원에서 체험수업을 지도했던 선생님의 디테일한 요령 티칭이 좋았다. 가령 스타게이저 기술을 배울 때 "왼쪽 다리를 확 접어서 오금을 꽉 끼우고, 왼쪽 발끝에 힘을 줘서 최대한 조이세요.""엉덩이를 폴에 딱 붙인 후에 서서히 오른쪽 다리를 펴세요." 이런 말 한마디를 하고 안 하고는 초보자가 기술을 성공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폴댄스는 힘을 쓰는 방법도 중요하고, 힘을 쓰는 부위도 중요하고, 힘을 쓰는 순서도 앞서 언급한 것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착착 이루어져야 기술을 완성할 수 있다. 정작 폴을 잘 타는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설명을 생략하는 부분들을 수강생의 수준에 맞춰서 잘 캐치해서 알려주고 세세하게 지도하는 것이야말로 강사의 역량이고 요령이 아닐까.
위 세 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학원 시설, 채광, 레슨비 등은 평가 목록에 두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대부분 2개월~3개월 단위로 계산할 때 회당 2만 원~3만 원 수준이고 내가 등록한 학원도 비슷했다. 먼저 체험레슨을 받았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수강생은 다섯 명에서 여섯 명 정도고, 모든 레벨이 모여서 개별진도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만약 이 글을 폴을 타고 싶은 사람이 본다면, 학원에 따라 입문반, 초급반, 중급반으로 나누는 반도 있고 콤보반, 기술반으로 나누는 학원도 있으니 체험레슨도 받아보고 상담도 해보고 장단점을 비교해본 후 가장 나와 맞는 학원에 등록하기를 바란다. 나는 현재는 그룹레슨만 받고 있지만, 2개월 간 이렇게 진행해 본 후 초급 수준에서 웬만한 동작은 따라 할 수 있겠다 싶으면 다음 단계로 더욱 효과적으로 도약하기 위해 개인레슨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하여 옮긴 학원에서 한 번의 체험수업과 두 번의 정규수업을 하는 동안 나는 스타게이저, 이지 발레리나, 볼텍스, 머큐리 등의 동작을 배웠다. 새로운 동작을 할 때마다 폴이 닿는 신체 부위에는 멍이 들고, 낯선 신체 부위에 힘을 주려니 이 몸이 내 몸이 맞는지 가끔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폴을 할 때가 여전히 가장 좋다. 폴을 잡고 매달려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서 다른 생각이 개입될 틈도 없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본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고독하고 냉혹하게 생을 유지하는 한 마리 짐승이 된 기분이다. 폴댄스가 내게 주는 기쁨 중 그 점이 가장 좋다.
폴을 시작한 후 조금씩 지속적으로 체중을 감량하고 있다. 몸에는 라인이 생기고 잔근육이 늘어간다. 그러나 이것을 폴댄스만의 효과라고는 할 수 없다. 폴을 잘하기 위해 집에서 시간을 내어 스트레칭과 요가를 하고, 폴을 잘 타는 가벼운 몸을 만들기 위해 음식을 덜 먹으며 식단을 조절하는 등 평상시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는 살기 위해 꾸역꾸역 운동을 했다. 체력을 키워야 늙어서 덜 고생할테고 체력이 있어야 어디 가서 남들이랑 같이 놀 때 민폐가 되지 않을 테니까. 헬스PT를 받을 때도, 필라테스를 할 때도 끝나고 나면 뿌듯한 감정은 있어도 잠깐이고,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즐거움 같은 건 딱히 없었고 앞으로도 운동을 하면서 그런 건 못 느낄 줄 알았다. 그런데 폴을 시작한 후에는 학원에 가는 날이 가장 신나는 날이 되었다. 아침에 즐거워서 눈이 일찍 떠질 정도다. 운동가는 날을 이렇게나 기다리게 될 줄이야... 계절이 바뀔 때 아웃렛에 가서 옷을 한 두 벌씩 사던 내가 이제는 평상복 대신 폴웨어 쇼핑몰이 세일을 시작하는 날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러면서 옷장에 폴웨어가 점점 늘어간다. 매일 위아래 플리스를 걸치고 돌아다니더라도 폴웨어만큼은 예쁜 걸 사고 싶다. 그렇게 산 예쁜 폴웨어를 입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하며 몸을 관리하고 가꾼다. 폴댄스를 시작하며 일어난 내 인생의 선순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