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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pr 15. 2024

자연산, 야생, 노지 ?

인식의 오류

이름모를 산꼴짝에서 재배한 두릅. 우린 산이 들어가는 순간 자연산으로 인식하기 쉽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이나 항상 말하는 단어에 인식 오류라는 것이 생긴다. 잘못된 정보에서 시작한 것을 반복하거나 자주 접하면 어느 순간 아닌 사실이 사실이 되거나 맞는 것처럼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악의가 있든 없든 속거나 그렇게 믿게 만든다. 예를 들자면, 먹거리에서 자주 오남용이 발생하는 자연산이나 야생에 관해 말할 때가 대표적이다. 자연산은 뭘까? 야생은? 자연산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체 자연에서 스스로 자란 것이다. 그래서 농법 중에서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 한 자연재배라는 것도 있다. 거름도 주지 않는 농법이다. 확실한 자연산이 무엇이 있을까? 자연산이 유일한 송이버섯이 그럴 것이다. 송이는 사람이 재배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매년 가을에 나는 모든 송이버섯은 자연산이고 야생버섯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키울 수 있는 표고는 어떨까? 원목 재배하는데 종균을 해서 산에 놓으면 자연산일까 아님 재배일까? 비닐 하우스에 두기도 한다. 아주 가끔은 야생=노지를 동일시 하는 경우도 있다. 노지는 하우스와 다른 개념이지 야생은 전혀 아니다. 표고버섯 재배에서 종종 헷갈리는 표현을 가끔 볼 수 있다. 자연산은 송이처럼 거창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뒷산자락에서 양지 좋은 곳에서 자란 쑥 또한 자연산이다. 이처럼 사람의 손이 거들지 않아도 절로 자란 모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봄이 오고 비가 내리면 자연에 퍼져 있던 고사리는 뿌리 줄기에서 싹을 틔운다. 돋아난 싹을 잎이 피기 전 채취해서는 자연산 고사리로 판다. 고사리 모종을 지리산 자락의 야산에 심고는 채취한다. 지리산 고사리는 맞는데 자연산인가?에 대한 질문은 두어 가지 체크를 해봐야 한다. 한 가지는 고사리 포자가 자연 스스로였나?에 대한 질문을 해보자. 답변은 ‘No’다. 지방을 자주 다니면 심심치 않게 고사리 종묘 판다는 것을 본다. 포자를 따로 모아서 고사리 모종 키운 것을 사서 심은 것이다. 두 번째로는 거름(비료)을 주었나?와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손질을 했냐?이다. 보통 산비탈에 심는다. 나무는 베어내고 고사리 모종을 심는다. 자주 풀을 베고 비료를 준다. 그렇게 해서 고사리가 나오면 채취한다. 모종을 심고 비료 주고 지리산에서 키운 이것은 자연산인가? 지리산의 고사리는 맞긴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자연산이라고 이야기는 못 한다. 여기서 우리는 파는 이나 사는 이나 인식의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자연산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정해야함에도 그렇지 못하면서 오류가 시작한다. 산에서 재배했으니 야생이나 자연산을 자연스럽게 붙인다. 산에서 재배했다면 야생이나 자연산이라 스스로 믿는 경우도 있다. 사는 이는 지리산 고사리라면 사람이 재배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것이라 여길 것이다. 파는 이는 그랬으면 하는 마음 조금 더해 지리산자락에서 재배하고는 지리산 고사리라 한다. 서로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고 한다. 고사리도 그렇고 다른 나물 또한 매한가지다. 두릅이 있다. 오대산, 점봉산 넘어 동해 넘실거리는 강릉에 간다. 태백산맥을 내려오면 산 높이가 낮아지고 드문드문 평지가 보이기도 한다. 그 사이사이 두릅 농장이 있다. 이 두릅은 설악산, 점봉산 두릅이라고 판매가 되기도 하고 자연산이라 해서 팔기도 한다. 거름을 주고 두릅나무를 사람이 심었다면 더는 자연산, 야생 두릅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자연산과 야생에 대한 아무런 잘못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산에서 키운 것에 대해 자연스레 자연산이라고 한다. 표현에 악의가 있든, 없든 그렇다고 한다. 두릅 판매 상자에 점봉산 두릅이라고 쓰여 있으면 사는 이는 점봉산에서 채취한 자연산이라 인식을 거의 할 것이다. 생산지에서 점봉산 두릅이라고 보내면 판매하는 이는 알든 모르든 대부분 자연산이라고, 야생이라고 파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반복하면서 재배했음에도 자연산이나 야생이라 표시나 표현을 한다. 진짜 자연산을 자연산이라 더 강조하는 웃긴 경험도 아주 가끔 한다. 

강릉 산자락의 엄나무 농장. 

최근에 올라오는 나물 관련한 글을 보면서 과연 자연산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두릅을 예를 든다면 자연산은 크기가 들쭉날쭉하다. 받는 해의 양이 골짜기마다 다르고 순이 올라오는 나무마다 다르다. 오늘 안 따고 두면 내일 누군가가 채 가기 때문에 눈에 띄면 따야 한다. 반면에 재배한 것은 크기가 거의 일정하다. 같은 곳에서 자라기 때문이고 매번 비슷한 것을 따서 작업한다. 크기가 거의 비슷하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름 난 풍광 좋은 산에서 채취했어도 재배와 자연산은 엄연히 다르다. 헷갈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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