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Oct 07. 2024

울진 바지게시장과 강릉 새벽시장

지극히 미적인 시장 연재를 끝내고 가장 많이 찾은 시장이 울진 바지게 시장, 삼척 새벽시장, 동해 북평장인듯싶다. 울진은 겨울에 주로 찾아갔다. 

진짜 맛있는 돌김이었다.

울진장서 산 일반 김하고는 모양이 좀 달랐던 돌김 맛을 잊지 못해 일부러 찾아갔다. 사는 것은 두 번의 도전 모두 실패. 올겨울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그 김 진짜로 끝나게 맛있다. 내가 파는 곱창김보다 맛있다. 이번에도 여러 일이 겹쳐 10월 초가을에 울진 바지게 시장(삼척시장, 북평장, 강릉 새벽시장을 2박 3일)을 찾았다. 바지게는 감자, 고구마 등을 실을 수 있도록 싸리나무를 엮어서 지게 위에 올린 것이다. 상설시장 중심으로 한쪽 구역은 전문 상인이, 또 한쪽은 할매들, 나머지는 상설시장 상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문 상인들은 2, 7장인 바지게 시장에 장을 펴고 3, 8장에는 다른 곳에서 장을 펴는 이들이다. 품목은 다양하다. 농산물, 수산물, 족발, 튀김, 오뎅 등 흔히 장터에서 볼 수 있는 품목을 판다. 할매들은 주변에서 나는 것들을 판다. 전문 할매 장사꾼은 봇짐도 많고 앞에 두고 있는 것도 품목도 많다. 단순히 사람이 그리워 한두 품목 가지고 나오는 할매는 봇짐이 간단하다. 대충 바지게 시장 구성은 이렇다. 주로 겨울에 다녔을 때 바지게 시장은 충분히 재미난 시장이다. 동해를 따라 열리는 오일장은 겨울이 맛으로 가장 빛난다. 그다음이 봄이고 가을이다. 여름은 어느 시장을 가든 맛이 더위에 빛나지 못하고 가려진다. 더위는 맛에 있어 짙은 어둠이다. 

갓이 핀 것이 향으로는 특등급이다.

추석 전과 달리 국내산 송이가 나와 있다. 추석 이후 내린 비에 땅속에서 때를 기다리던 송이가 올라온 듯싶다. 가격은 갓이 피지 않은 것이 비싸고 갓이 활짝 핀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해도 500g 10만 원이다. 모양이 좋고 깔끔하게 생긴 것은 대부분 북한산이다. 중국을 통해 들어왔기에 북쪽인 것은 맞다. 이들은 향이 여리다. 농산물의 수입 조건은 흙이 없어야 한다. 흙에 있는 미생물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물로 세척하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향이 날아간다. 반면에 국산은 향이 좋다. 가격 비싼 것이 흠이지만 말이다. 바람 불어오는 골목 초입, 송이 판매대를 거쳐 오는 바람에 송이 향이 실려 있을 정도로 국내산 송이의 향은 좋다. 향으로 먹는다는 송이, 모양 좋고 깔끔한 모양의 향이 여린 북쪽 송이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선택은 개인이지만 그렇다는 이야기다. 할매들 쪽은 밤이 지천이다. 서로 앞에 작은 바구니나 검정 비닐 서너 개를 두고 있다. 사가면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좀 둬야 한다. 바로 삶으면 맛이 없다. 시간을 두고 숙성 해야 비로소 단맛이 든다. 이는 고구마도 마찬가지다. 한겨울 군고구마나 군밤이 맛있던 이유는 충분히 숙성의 시간을 거쳤기 때문이다. 지난 강화도 오일장에서도 강조했지만 지금 이 순간 밤이나 고구마는 가장 맛이 없는 시점이다. 50에서 출발하고 있다. 맛이 100을 채우려면 시간을 좀 보내야 한다. 굳이 먹고 싶다면 조금만 사자.

예전에는 이만한 것이 2~3만 원 수준이었다. 지금 10만 원 훌쩍 넘어간다.

상설시장 상인이 좌판을 펼친 곳은 수산물이 많다. 그렇다고 다양한 것은 아니다. 그날, 때에 따라 품목이나 신선도가 바뀐다. 수산물 좌판에는 장치, 고무꺽정이, 대구횟대, 미거지가 있다. 조금 가니 손질한 오징어가 보인다. 금지 체장인 15cm 겨우 넘긴 크기다. 자세히 보니 모양과 색이 다르다. 두 종의 오징어였다. 정확히는 꼴뚜기와 오징어였다. 보통 한치라 하는 화살꼴뚜기와 살오징어가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만일 당일 올라오는 일정이라면 한치를 샀을 것이다. 일반 오징어의 맛이 1, 갑오징어가 3이라면 한치는 4~5 수준이다. 같은 꼴뚜기지만 보통 무늬오징어라 불리는 흰꼴뚜기의 맛은 10이다. 흰꼴뚜기는 서울의 이자카야에 소개해줄 때만 하더라도 일반인은 잘 몰랐다. 제주 서귀포의 시장에서 겨울이면 kg 2만 원에 사곤 했었다. 지금은 500g 정도 하는 것이 5만 원 정도로 비싸다. 함부로 접하기 어려운 어종이 되었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시 보내 오징어든 한치든 없었다. 바지게 시장을 오기 전날은 삼척에서 일이 있었다. 

양봉협회에서 강연 요청이 와서 강연했다. 삼척의 강연을 하러 가기 전 강릉 새벽시장에 잠시 들렸다. 강릉 새벽시장이 의외로 재미는 시장이다. 아니 새벽시장 자체가 재밌다. 전문 상인들보다는 반농(사)반상(인)이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게다가 자연산이나 보기 힘든 토종 작물을 만나기 쉬운 곳이 새벽시장이다. 새벽시장을 잠시 구경 끝내고 나서는 내 손에는 대서(선농)감자와 자연산이라 이야기하는 원목 표고버섯이 들려 있었다. 

노지재배 표고의 향은 끝내준다. 노지 표고로 국물 낸 우동은 끝장 그 자체다.

표고는 말려서 쓴다. 가을이나 봄에 나오는 원목 버섯이어야 제대로 향이 난다. 늘 살 수 있는 배지에서 재배한 표고는 향이 여리다. 


이번 출장에서 중점으로 본 것은 곰치(표준명 미거지)다. 

양양, 속초, 강릉 등지에서 곰치국은 피해야 한다. 싯가는 말이 안 되는 가격이다.

관광객이 많은 속초는 유명한 식당은 1인분 4만 원, 검색을 더 해보니 대부분 식당이 변동, 즉 시세라고 표시를 해 놨다. 이게 수시로 가격 변동이 있다 한들 그렇게 가격이 뛰는 생선은 아니다. 속초, 강릉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가격은 대략 15,000원에서 비싸도 2만 원 넘지 않는다. 선은 속초 물가가 넘어도 한참 넘었다. 강릉, 양양, 속초 세 곳에는 곰치국 먹기 안 먹기? 나는 시세로는 안 먹는다. 가격을 떠나 제철을 생각해보면 미거지는 겨울에 산란하러 얕은 바다로 나온다. 그렇다면 지금 가을은 한창 산란을 하기 위해 먹이 활동을 충분히 할 때 오히려 지금이 제철이 아닐까 한다. 고기 잡는 도구가 좋지 않을 때는 수심 200m의 생선을 잡을 수가 없었다. 

울진은 어디를 가나 곰치국이 15,000원이다. 삼척은 2만 원대다. 관광객 수에 비례해 가격이 오른다. 

근대화 이후 석유화학의 혜택으로 만든 수십 km 길이까지 가능한 그물이 현대는 가능한 일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이번에 울진과 삼척에서 미거지(곰치)국을 일부러 맛을 봤다. 자주 가지만 굳이 찾지 않았던, 제철이라고 해도 찾지 않았던 국을 제철도 아니라고 하는 시기에 찾았다. 겨울에 먹나 지금 먹나 맛은 거의 비슷했다. 속초나 양양의 곰치국 파는 식당을 보니 해장에 더 좋은 생선으로 끓인 것은 가격이 저렴했다. 나라면 굳이 거기서, 그것을, 그 가격에 주고 먹지 않는다. 삼세기, 망치, 대구 등 다른 생선을 택하겠다. 29년 차 식품 MD의 선택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선택은 개인의 몫. 나의 선택은 이렇다고 알려줄 뿐이다. 과연 미거지가 싯가로 먹을만한 생선인가는 ‘아니다’라고 답할 뿐이다. 속초의 중앙시장 수산물 코너는 저렴하다. 강릉 새벽시장 농산물 또한 저렴하다. 미거지국만 속초와 강릉이 가장 비싸다는 이야기다. 

#호갱인증 #곰치국 #미거지 #강릉새벽시장 #바지게시장 #울진여행 #삼척여행 

#음식 #음식강연 #음식인문학 #식품MD

#가는날이제철입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851622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연재에 큰 도움이 됩니다. 

https://youtu.be/IAtERXk8LhQ

매거진의 이전글 동해 북평장과 묵호항 그리고 성게비빔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