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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Oct 23. 2024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

나는 맛없다

‘잡은 물고기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고기를 잡기 위해 향기로운 미끼로 유혹을 한다. 잡은 후에는 그럴 필요가 없기에 목표를 이룬 후에 사람의 태도 변화를 빗댈 때 흔히 쓰는 속담이다. 우리는 태도 변화에 화를 내거나 아니면 상대를 꺼린다. 살면서 그런 사람을 만나거나 환경에 처하는 것을 피하려고 하나 가끔 잡힌 물고기 처지가 된다. 매일 그러는 이도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우리를 잡힌 물고기로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빠르게 목적지 이동이라는 향기로운 미끼를 무는 순간 우린 잡힌 물고기가 된다.

2022년 10월 식품저널 기사로 작성한 매출 및 수수료 구조


잡힌 물고기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잘 해주지도 않는다. 잡혔고, 곧 팔릴 것이니 잘 키울 필요가 없다. 물고기 축양하고는 다른, 수족관에 잡혀 있는 물고기와 같다. 예전에 다니던 백화점을 그만두고 작은 수입 과자 업체에서 몇 개월 영업한 적이 있다. 그때 고속도로의 휴게소를 임대해서 운영하는 회사에 영업하러 간 적이 있다. 그때 판매가의 50%정도 수수료를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운영 주체가 따로 있다. 여기서 고속도로 휴게소 구조를 먼저 알아야 우리가 왜 잡힌 물고기가 되는지 알 수 있다. 

휴게소뿐만 아니라 공항도 마찬가지다. 독점은 맛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한국도로공사와 민자고속도로 관리회사에서 각각의 관리 고속도로가 있다. 고속도로 내 모든 시설물을 관리한다. 휴게소의 경우는 권리를 임대하는 회사가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로공사를 퇴직한 이들이 모여 만들거나 아니면 일반 회사 몇 군데가 나눠서 권리를 임대한다. 서울 양양 고속도로의 가평휴게소의 운영 주체가 SPC 그룹이거나 화성휴게소를 비롯해 37개가량 운영하는 대보유통 등이 있다. 도로공사에 휴게소 운영권을 임대한 회사가 각각의 입점업체에 수수료를 받아 운영한다. 호두과자 만드는 회사는 대보유통에 수수료를 내고, 대보유통은 도로공사에 매출액에 대한 수수료를 내는 구조다. 도로공사의 임대 수수료는 9%대라고 한다. 식품저널 2022년 10.07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에 고속도로 휴게소 수수료 자료를 분석했다. 국감에 제출한 자료이기에 신뢰도는 100%다. 기사에 따르면 수수료가 가장 높은 것은 61%이고 평균이 33%라고 한다. 이 평균은 아마도 편의점 매출로 인해 왜곡된 것이 아닌가 한다. 61%는 커피 전문점의 수수료다. 커피 4,000원에 팔면 2,440원을 운영 주체에 주고 1,560원을 결제 받는 다는 것이다. 운영하는 회사는 4,000원의 9%인 360원을 도로공사에 임대료 명목을 준다. 즉 관리회사는 2,440원에서 360원을 제외한 것이 매출액이 된다. 이익률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새로 고속도로가 나고 휴게소 임대 권리 입찰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니 꽤 짭짤하지 않을까 추측만 할 뿐이다. 

밤 늦은 시간, 문닫은 휴게소에서 파는 한강라면. 셀프에 단무지도 없음에도 4천 원이다. 그나마 파는 곳도 드물다. 

커피 수수료 61%, 주전부리나 식당도 아마도 50% 그 언저리가 되지 않을까 한다. 4,000원짜리 라면을 주문하면 50%인 2,000원이 임대회사로 들어간다. 라면, 인건비 제외하면 몇백 원 남는 수준이지만, 한 번 고속도로에 들어온 이상 누구나 휴게소에 들린다. 따로 영업을 하지 않아도 이용객이 끓임 없이 찾아 든다. 휴게소 음식에 열과 성의가 없는 이유는 우리가 잡힌 물고기기 때문이다. 여기 휴게소나 저기 휴게소나 수준이 같으니 그냥 배고픔이나 필요한 것을 울며 겨자 먹기로 살 뿐이다. 휴게소마다 저마다의 음식 사진을 걸어 놓고는 자랑한다. 지역 맛집을 유치했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휴게소 음식 대회도 해서는 대상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진과 음식이 일치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얼마 전 허영만 선생님 모시고 지방에 간 적이 있다. 아침 일찍 출발했던 탓에 휴게소에 들려 아침을 해결했다. 선생님 드시면서 하시는 말씀. 

휴게소의 국밥

“참 짜고, 맛없다” 1만 원이 넘는 금액이지만 작게 썬 고기 몇 점이 전부인 국밥에 중국산 김치가 당연하듯 올라 온 상차림이었다. 한 번은 혼자 출장 갔다가 올 때였다. 비가 오는 탓에 차가 밀려 시내에서 먹지 못하고 휴게소에서 저녁을 해결한 적이 있다. 지역 유명 맛집 쫄면이 입점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입점을 했다 한들 직접은 아닐 거라 예상했다. 유명한 집이 굳이 그 비싼 수수료 내고 들어올 이유가 없기에 이름만 빌려주지 않았을까 했다. 정확한 계약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받아 본 음식은 예상이 맞지 않을까 하는 수준이었다. 

지역의 유명한 쫄면집 브랜드를 달았다. 

고속도로에 들어온 순간, 가성비가 동일한 수준인 공항과 놀이공원도 있음을 잊지 말자. 가성비는 최악이고 잘 해주지 않는다. 잘 해주는 척은 한다. 알뜰 메뉴라고 하는 달걀 하나, 파 하나 없는 ex라면이 대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와 있는 알만한 브랜드의 음식 수준이 시내의 음식과 다름을 이용한 이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음식 퀄러티 차이를 만드는 것의 원인은 높은 수수료다. 어느 휴게소의 커피 판매장 수수료 61%라면 이익을 내기 위해서라도 1%라도 싼 원두를 사용할 것이다. 1%라도 맛있는 원두 사용은 언감생심. 그게 사람 마음이다. 휴게소의 커피가 브랜드 상관없이 휴게소에 입점하는 순간 맛이 달라지는 이유다. 나의 경우는 1주일에 두 번 정도는 출장을 간다. 휴게소는 가능하면 잘 이용하지 않는다. 휴게소에서 이용하는 두 가지는 화장실과 주유소다. 주유소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2024년 10월 현재 1500원 초반대다. 아닌 곳도 있다. 가평휴게소의 휘발유 가격 1,700원대를 보고 지나친 적이 있다. 강남 가격이었다. 휘발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속도로 올라타기 전 해결을 한다. 커피를 사거나 식사를 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도 전국 휴게소에서 유일하게 커피를 사는 곳이 있다. 호남고속도로 여산휴게소 상하 방향 모두 입점해 있는 커피 전문점은 커피 맛이 꽤 괜찮다. 내가 알기로는 상하목장에서 운영한다고 한다. 여기 빼고는 안 산다. 저 멀리 부산을 가든 완도를 가든 말이다. 정 배고프면 그냥 휴게소 나와 밥 먹고 다시 고속도로를 탄다. 

독점으로 운영하는 곳의 특징은 나라 장소 불문 맛없고 비싸다는 공통점이 있다. 홍콩의 디즈니랜드, 핀라드 헬싱키 공항의 볶음밥.


휴게소에 맛집 소개하는 글이나 방송을 보면 사람 입맛이 참으로 천차만별임을 느낀다. 하긴, 허영만 선생님은 만화 식객에서 세상에 엄마 숫자만큼 다양한 맛이 있다고 하셨으니 나와 다른 맛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항, 놀이공원, 고속도로 휴게소 등 독점으로 운영하는 식당이나 먹거리 대부분이 비싸고 맛이 없다는 것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들 동감할 것이다. 과다한 수수료에 먹고 나면 입맛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잡힌 물고기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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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publish/book/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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