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에 확인할 예정
2022년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시작했다. 왜냐면 잠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자유의지가 생기고 난 뒤부터는 무조건 텔레비전의 카운트다운을 보곤 했다. 보신각은 안 가봤어도 20대 이후에는 꽤나 12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일부러 밖에 나와 사람들과 새로운 해의 시작을 흥겹게 맞이했다.
2021년으로 넘어오는 때에는 친구와 와인을 부어라 마셔라 둘이서 필름이 끊길 때까지 와인을 마시고 카운트다운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 배달 쌀국수로 해장을 했다. 그러고선 마음을 가다듬고 한 달의 목표로 인스타그램 하지 않기를 시작했고 새해 이튿날엔 동산이지만 그래도 우면산 등산도 다녀왔다.
차분하게 시작한 2022년. 어쩌면 2021년이 그만큼 고단했고 잠이 나를 가장 잘 치료해주는 방법이었기에 해를 마감할 때 잠들어있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지난해처럼 느지막이 일어나 뒹굴거리다 늘 비슷한 일상을 보냈다. 어째 새해라고 요란 떨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눈을 떴을 때 친구들의 다정한 메시지에 마음이 따듯해졌고 매일매일 주어지는 새로운 시간을 올해는 조금 더 잘 살아내보자 다짐했다.
2021년 1월 2일 나는 이런 글을 썼다.
올해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가까이하고 내가 나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과 어울릴 것이다. 눈앞의 즐거움보다는 장기적으로 나에게 가져다주는 기쁨을 위해서 절제하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한다. 올해는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나를 괴롭게 하는 모든 것들을 현명하게 이겨내고 나만의 방법으로 잘 해결할 수 있기를. 그런 힘들이 스스로 잘 길러지기를 바라본다.
뒤돌아보았을 때 이런 한 해를 보냈나 싶었나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했다.
물론 눈앞의 즐거움을 좇는 건 여전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 어느 때보다 융통성 있고 결단력 있는 선택을 했다. 2020년보다 2021년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타인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았다. 덧붙여 연초부터 연말까지 어쩜 그렇게 징그럽게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무너지고, 울고, 쓰러지고 온갖 고초를 겪었음에도 또 이렇게 살아남았다. 쓰고 보니 역시 꿈보다 해몽인가.
2021년을 마감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구체적은 계획과 실천이었다.
위의 말대로 지난 한 해는 정신적으로 쉽지 않았다. 연초부터 엄마의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하셔서 두어 달 넘게 엄마 옆에 붙어 지냈다. 그 후로도 매주 엄마 병원에 갔었다. 코로나가 심해지거나 엄마 병원에서 아니 엄마 지역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온다고만 해도 신경이 곤두섰다. 연말에는 결국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하여 병원이 폐쇄되었다. 이제야 상황이 종결되었고 이번 주말부터는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뜨거운 사랑을 했고 여전히 용광로의 쇳물이었던 것처럼 식지 않고 남아있다. 내 마음을 가득 담은 고로는 계속해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잠시 식히는 중인 건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연초에 이래저래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는데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흘러갔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나의 한 해는 마치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고 잘 살아남기만 해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얼마나 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잃어서 또 새로운 것으로 채워진 것이 지금의 나겠지?
2022년은 어떻게 살아볼까. 지난해 가장 아쉬웠던 점들을 기억해 올해에 명확한 목표로 남기려고 한다.
브런치에 크게 써놓고 과연 2023년 1월엔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봐야지.
첫째.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기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 외에 그 끝은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고, 떠나가는 과정에 있으면서 하루하루가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감정적인 순간에 놓일 때야 순간을 소중하게 살자고 다짐하지만 넷플릭스 보다 보면 영락없이 까먹고 시간을 그냥 흘려버리기 일수다.
내가 내 시간을 스스로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려고 한다. 다가올 많은 풍파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방법으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은 to do list 만들기. 2019년 말까지는 여행 중에도 뭘 할지, 뭐하고 놀지, 뭘 먹을지까지 to do list에 다 적어뒀는데 2021년에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방법으로 매일매일 할 일을 작성할 것이다. 세부적인 목표가 있다면 그것을 위한 매일의 단기적 목표도 세워야겠지만 초반부터 너무 내 삶을 마이크로 매니징 하지 말아야지.
둘째. 새로운 커리어를 개척하기
커리어 개척의 문제는 뭐랄까. 마치 처음 연애를 했을 때 그 남자가 나를 더 이상 행복하지 않게 한다는 걸 알고도 일 년쯤 참고 살다가 '너 왜 작년이랑 똑같은 이야기 하고 있냐'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바로 그날 밤 전활 걸어 헤어지자고 했을 때의 기분이랑 비슷하다. 매년 하는 말인데 어째 올해도 또 한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친구가 그랬다. 나는 절박함이 없다고. 사실 난 대충 살고 싶었다. 회사에서는 돈을 벌지 자아실현을 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첫 직장에서 그랬다. 돈 벌 욕심보다 돈 쓸 욕심만 가득한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소비 수준이 올라가면서 '돈 때문에' 못하게 되는 일들이 스스로 생겨났다. 자아실현만 생각했을 땐 일로서 나를 발전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오히려 돈을 생각하니 일을 새로이 해야겠단 마음이 든다.
IT회사에서 개발과 디자인을 제외한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상대적 박탈감. 내가 중요한 일을 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 그래서 마치 배부른 돼지처럼 매달 주는 그저 그런 사료에 꿀꿀거리고 있는 것만 같아 스스로에게 떳떳함을 느끼지 못했다. 작은 일이라도 내가 주체가 되어 성취를 느끼고 그 성취를 인정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스스로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그렇게 조금씩 일적으로 성장하는 내가 되고 싶다.
셋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기쁨을 느끼고 베풀기
지난 한 해는 사람으로 인해 기쁘고 사람으로 인해 슬프고 사람으로 인해 행복했다.
겉으로 보기엔 세상 인싸처럼 보이지만 막상 가까이 오면 벽을 높이 쳐버리고 곁을 내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지난 한 해 친구들과의 많은 대화로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가장 나다운 모습이지만 또 사랑하는 이들이 보아주는 나 역시 나라는 걸 잊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행운도 얻었으니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적당히 내보이며 마음을 주고받아야지. 그리고 오고 가는 마음속에서 사랑과 감사를 주고받고 싶다. 조금 더 누군가를 만나는데 여유를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살아보고 싶다. 아마 그 속에서 더 많은 기쁨을 느낄 수 있겠지?
오늘의 to do list에 브런치에 새해 목표 적기가 있었다.
그런데 왓챠에서 너무 재밌는 중국 드라마를 본 거다. 다섯 편을 연달아보고도 더 보고 싶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오늘 처음 to do list 썼는데 하려던 바를 시작이라도 해보자 하고 글을 썼는데 이렇게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진짜 시작이 반인가 보다.
2022년. 어떤 일이 다가와도 또 나만의 방법으로 행복해하고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의 새로운 한 해가 무척 기대된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