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나 그리고 시어머니
신랑 Hs 신부 해보라
두 사람은 이제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중략)
이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앗!!
잠시만요..!! 주례님
죄송하지만 정정할 부분이 있는데요??
두 사람이 아니고...
이 결혼은 세 사람이 하는 겁니다.
신랑, 신부
그리고 시어머니.
아 그렇습니까?
허허 보기 드문 경우군요.
자자 그럼 세 분 같이 손잡고 퇴장하세요.
딴딴 따단
시부모님은 지방에서 일을 하시며 가끔 집에 올라오신다고 했다. 나중에 손자를 돌봐주신다는 제안도 솔깃했다. 친정은 먼 지방이었고, 지속적인 워킹맘을 꿈꿨던 나였기 때문이다. 혼수도 준비할 것 없이, 그냥 몸만 들어오면 된다고 했다. 따지는 것 많은 요즘 결혼에 나 하나로 만족하시는 분들이라니. 게다가 결혼을 위해 모아뒀던 자금을 대학원 학비로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합리적인가. 무엇보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불편함을 상쇄할 만큼,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다.
"걱정 마. 주말에만 오실 거야."
합가를 결정하고 결혼을 준비하며,
남편은 날 안심시켰다.
'그래. 주 1회 정도야 뭐'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첫 출근을 하는 아침.
정성스레 차려진 아침밥과 함께 어머님이 앉아 계셨다.
"해보라야. 바빠도 한 숟갈만 먹고 가렴~"
그다음 날에도
다음다음 날에도
계속 계속
쭈욱
음 맛있다.. 근데 뭐지??
수험생 이후 오랜만에 먹기 시작한 아침밥에 길들여질 즈음, 서서히 깨달았다.
우리의 결혼이 시어머님께는 어떤 의미였는지.
금지옥엽 키운 외동아들,
기꺼이 함께 살기를 동의한
요즘 시대 보기 드문 며느리.
이십 년 가까이 시아버지 일을 도와 지방과 서울 집을 오갔던 시어머니는 지쳐버렸고, 우리 결혼을 통해 터닝포인트를 찾은 것이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황혼 주말부부!!
시어머니는 평일에는 전업주부로,
주말에만 시아버님을 맞이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하신 듯했다.
남편, 나 그리고 시어머니
그렇게 셋의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최초의 주 1회 방문 약속이 지켜지기 까지는 그로부터 6년이 걸렸다)
이미지 출처
https://images.app.goo.gl/ogWp28wKr2D6cGue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