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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룬 Jan 05. 2022

총알 장전, 씨앗 장전

마음은 벌써 풍년이네



겨울에 주택으로 이사를 들어온 덕에 나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었다. 농부가 되기 위한 준비 시간 말이다.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무경운 친환경 농법을 지어볼 생각이다. 번식할 줄 모르는 F1 종자는 피하고 토종 씨앗으로 매년 씨를 받아 다음 해에 지을 생각이다. 풀은 제초제 따위 쓰지 않고 매번 베어서 땅을 덮을 생각이다. 이게 무경운 맞나? 풀은 얼마마다 베어줘야하지?


그러니까 나는 아직 넉넉한 겨울 시간을 공부도 않고 앉아서 낭비하는 게으른 예비 농부일 뿐이다. 하지만 걱정도 조바심도 없는데다 든든하기까지 한 이유가 있다. 바로 토종씨앗을 장전했기 때문이다.


토종씨드림이라는 단체에 후원을 하고 회원이 되면 연 2회 토종씨앗을 보내준다고 해서 가입했다. 받은 씨앗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았다. 봄되면 상추랑 대파가 기본이니 그 둘부터 심어보라는 팁도 받았다.

그 전엔 마크로비오틱 동기이자 친환경 텃밭농사 선배인 재영이가 스스로 농사지어 받은 고추씨앗도 챙겨줬다.



앞집 할아버지가 봄 되면 그냥 집 주변에 뿌려두라며 주신 꽃씨와 수세미 씨도 있다.


요리할 때 쓰레기로 분류해 버리는 줄만 알았던 씨앗들을 이렇게 곱게 포장해 받으니 씨앗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식물이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나 꽃과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만 남기며 사그라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씨앗이 다시 싹을 틔우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 당연한 생명력을  품은 씨앗들을 받아 서랍에 잘 넣어두었다.


아이는 무지한 부모를 만나도 결국 어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산다. 농사라고는 도무지 모르는 이 무지한 텃밭 농부를 만난 씨앗들이지만 그 안에는 생명력이 충만하니까, 해는 내리 쬘 것이고 비는 올 것이니까, 이 씨앗들의 운명은 걱정하지 않는다.  


나의 텃밭이 될 자리. 미리 벽난로에서 나온 재, 음식물발효처리 부산물 등을 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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