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의 구매 : 구매처
해외로 여행을 가거나 출장이 잡히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비행기 표'를 사는 것이다. 나는 항공사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출장의 80%는 내가 다니는 회사의 비행기를 이용한다.
이제는 클릭 몇 번 만으로 항공권의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시대다. 편리해진 만큼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가끔은 정찰제가 마음 편할 때도 있다. 그 수많은 사이트에서 어떻게 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성비 있는 티켓은 어떻게 구매가 가능할까?
항공권을 구매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의 구매채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항공사에서 직접 구매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행사와 같은 제삼자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다. 각각의 구매 경로는 가격, 편의성, 부가서비스, 환불 규정 등에서 차이가 나므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항공사의 직접 판매 채널을 통해 항공권 구매가 가능하다. 직접 판매는 항공사 공식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 예약센터(콜센터), 공항의 발권 카운터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항공사는 이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가장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제공하며, 자체 마일리지 적립이나 좌석 지정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함께 안내한다. 물론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여행사 등을 통해서도 해당 부가서비스는 이용이 가능하다.
구매자는 24시간 열려 있는 항공사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 접속하여 항공권 구매가 가능하다. 이곳에서 항공권 구매뿐만 아니라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항공기 비정상 운항등과 같은 특이사항에 대한 정보를 가장 빠르게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 및 규정, 수하물 사고 접수, 기타 문의사항 접수도 손쉽게 가능하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거나 특별한 요청이 있는 고객이라면 항공사의 예약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예약센터는 운영시간이 정해져 있고, 상담사를 통해서 안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결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통상적으로 온라인으로 처리가 불가능한 특별한 사정을 가진 손님들이 예약센터를 많이 이용한다.
공항 발권 카운터는 당일 예약 변경이나 긴급 발권, 공항 현장 환불 등의 서비스를 처리하는데 이용된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공항에서 근무 중인 어느 오후였다. 일본 오사카행 14시 출발 비행기를 놓친 커플이 여정 변경을 위해 발권카운터로 찾아왔다. 1인당 여정 변경 수수료가 10만 원이 넘는다. 대학생 같아 보이는 커플인데 여행의 시작이 어긋나서 그런지 다소 표정이 어둡고 초조하다. 이럴 땐 어떻게 할까?
살포시 옆 항공사 앱을 열어 보니, 1시간 30분 뒤에 출발하는 특가 항공권이 보인다. 우리 여정 변경 수수료보다 훨씬 저렴하고, 무엇보다 출발 스케줄이 좋았다. 손님들에게 그 정보를 알려 드렸고, 안도의 표정을 보니 나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당연히" 항공사를 거치지 않고도 항공권 구매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여행사(TA), 온라인 여행사(OTA), 메타서치 플랫폼 등이 포함된다. 소비자는 여행사 또는 여러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본인들의 조건에 가장 적합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여행사를 통한 항공권 구매는 여전히 대중적인 구매 방법이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같은 온오프라인 통합 여행사는 전국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전문 상담원이 일정에 맞는 항공권과 여행 상품을 구성해 판매하기도 한다. 특히 단체여행, 패키지여행을 준비하는 고객이라면 이 채널이 효율적이다.
"지연 안내 메시지가 안 왔어요."
발리공항에서 동쪽으로 840km 떨어진 르워토비 화산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발리 공역 내 화산재 유입에 대한 우려로 항공편 운항이 24시간 지연이 되었고, 매뉴얼에 따라 안내메시지를 발송하였다.
혹시나 연락을 못 받고 온 손님이 있을까 봐 카운터에 대기 중인데, 200명가량의 예약 손님 중 딱 5명 일행의 그룹이 카운터에 나오셨다. 자카르타에서 방금 넘어왔다고 하셨는데, 예약을 열어보니 여행사에서 손님들 핸드폰이나 이메일 정보를 입력해 놓지 않은 것이었다. 여행사에 그렇게 공지를 해도, 이렇게 종종 사고가 일어난다.
평균 70세 정도로 연세도 많으셔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공항 캡슐 호텔도 만실이다. 결론적으로는 손님들을 택시로 호텔까지 안내해 드리고 체크인까지 도와 드렸다.
온라인 여행사(OTA)는 인터넷 기반으로 항공권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네이버 항공권, 인터파크투어, 11번가 등의 국내 OTA와 트립닷컴(Trip.com), 익스피디아(Expedia) 같은 해외 OTA가 대표적이다. 이런 플랫폼은 다양한 항공사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고, 일부는 실시간 좌석 잔여 수까지 보여준다. 다만 이용 업체에 따라 환불, 변경 등의 고객 응대는 복잡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트립닷컴과 스카이스캐너의 차이점은 뭘까? 둘 다 가격 비교를 통해 항공권 구매가 가능하다. 다만 트립닷컴은 가격 비교 후 사이트 내에서 직접 결제가 이루어지고, 스카이스캐너는 가격 비교 후 실제 결제는 해당 판매 사이트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온라인 여행사"와 "온라인 중개사이트"라고 이해하면 쉽다.
"또 키위닷컴입니다."
예전에는 우리 회사도 모든 항공권에 무료수하물을 제공했었다. 그러다가 저비용항공사들의 무한경쟁의 시류를 타고 무료 수하물이 없는 항공권도 판매가 되기 시작했는데, 이게 문제였다. 키위닷컴에서 구매한 특정 손님들이 무료수하물이 0kg인 티켓임에도, 해당 여행사에서 발행한 여정서에는 수하물이 있는 것처럼 표기를 한 것이다. 이게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인데, 비록 다른 업체지만 2025년인 지금 발리공항에서 이런 케이스가 또 발생하였다.
이럴 경우 손님만 피해를 입는다. 어떻게 잘 해결해 드렸지만, 어떤 날은 싸게 잘 샀다가 아니라 싼 게 비지떡이라고, 비지떡 가격 이상으로 토해내야 할 경우도 발생한다.
요즘 OTA의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소비자를 위한 부분과 그들의 생존을 위한 부분 모두 포함이 된다. 지난 자카르타 출장길에 시티링크라는 현지 항공사의 항공권을 트립닷컴을 통해 구매하였다. 항공편이 1시간여 지연이 되었는데, 항공사 보다 더 안내가 빨리 왔다. 앱푸시 알람과 자동 안내 전화까지 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만 앱에서 항공권 구매 단계에 자체 부가서비스 판매를 위한 장치들을 많이 넣다 보니, 화면 구성이 많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부분이 아쉬웠다.
사실 일반 여행객들이 GDS라는 용어를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이 글이 항공업을 지망하는 여러분들을 위한 교육 교재(?)의 목적도 있어 짧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GDS(Global Distribution System)는 항공사와 여행사를 연결하는 유통 플랫폼이다. 일반 소비자가 직접 이용하지는 않지만, 여행사가 항공권을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대표적인 GDS에는 Amadeus, Sabre, Galileo가 있으며, 항공사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항공편 현황과 운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항공권 구매에 꿀팁이 있을까? 꿀팁은 아니지만 현명한 구매 가이드라인은 있다.
가. 본인이 마일리지프로그램등을 위해 어떤 특정 항공사만 이용한다면, 그 항공사를 이용하면 된다.
나. 항공권 및 투어상품의 패키지가 필요하다면 여행사를 이용하면 된다.
다. 나는 항공권만 필요하긴 한데, 디지털 기기 이용이 불편하다고 하면 항공사 예약센터 또는 여행사를 이용하면 된다.
라. 가격 및 출발 시간대를 비교해서 가성비 항공권을 구매하고 싶다면 온라인 여행사 또는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온라인 상품 구매가 익숙하신 분들은 "라"와 같은 방식으로 항공권을 구매할 것이다.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가격 비교 후 선택한 항공사 홈페이지도 한번 들어가서 가격을 확인해 보길 권한다. 간혹 항공사 홈페이지에 더 싼 티켓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티켓은 여행사를 통해서 구매하더라도 좌석 배정 등 부가서비스의 신청이나 관리는 항공사 사이트를 통해 진행이 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부분은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항공사에서 직접 구매하지 않은 티켓은 티켓 조건에 따라 항공사를 통해서 직접적인 처리를 못 받는 경우도 있으니 이점도 참고해야 한다.
여행 목적과 상황에 맞춰 적절한 구매 채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이건 너무나 원론적인 문구이고, 사실 여행 준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설레는 과정인가. 항공권의 가격이 내가 정한 예산의 타깃에 들어왔다면, 더 이상 너무 많은 진을 빼지는 말자. 이제는 여행을 계획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자.
[항공용어 알아보기]
TA (Travel Agent / 여행사)
Land Operator (랜드사)
OTA (Online Travel Agency, 온라인 여행사)
GDS (Global Distribution System, 전 세계 통합 예약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