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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Dec 04. 2022

영화 <요정>, 당신의 삶에도 요정이 있나요?

류현경 배우를 보다니

영화관을 일 년에 열 번도 가지 않는다. 상업영화관보다 독립영화관을 찾는다. 독립영화관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사랑한다. 영화가 끝나고 바로 일어나지 않고, 영화의 여운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는 것, 나처럼 혼자서도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 상업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장르와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그곳으로 향하게 한다.      


서울 노원에 ‘더숲’를 발견하고 나는 행복했다. 정독도서관 앞 아트선재센터 지하 1층에 있던 영화관이 사라졌을 때 내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힘이 쭉 빠져버렸었다. 이따금 찾아가곤 하던 독립영화관의 폐쇄 소식이 한동안 슬펐다. 그리고 더숲을 발견한 어느 날, 행복했다. 당시 내가 살 곳 있던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사실에 반가움 그 자체였다.     


영화관을 자주 찾지 않지만, 기분이 울적하거나, 영화가 보고 싶은 날에는 ‘더숲’을 찾곤 한다. 더숲 분위기는 아트선재센터와는 또 다르다. 커피도 즐길 수 있고, 독서도 가능하고, 그림 감상도 가능하다. 이것은 영화 이외에 가능한 것들이다. 영화를 보고 극장 문을 열어 나오면 바로 앞에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있다. 갈 때마다 새로운 풍의 화가를 만나는 길로 인도하는 더숲만의 감성이 나에게는 맞다. 잔잔하고, 고요하지만 생동감과 생명력이 공존하는 공간이 주는 매력이 있다.     


결혼한 친구와 처음으로 같이 영화를 볼 목적으로 토요일에 상영하는 영화를 고르기 시작했다. 깜짝 놀랄 장면이 인터넷 화면으로 튀어나왔다. 관객과의 대화에 류현경 배우가 온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행복이 찾아왔다. 나의 손은 빠르게 움직였고, 영화 <요정>을 예약했다. 그런데 예약 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토요일 오후 3시에 일이 끝나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친구가 못 온다는 연락에 난 좌절하지 않았다. 류현경,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이미 행복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엄마랑 같이 가면 그만이었다.


드라마 단팥빵에서 그녀를 봤다. 인터넷에 검색해 나오는 정보 중 그녀가 연기한 작품 목록에는 단팥빵이 없다. 아쉽다. 내가 그 드라마를 얼마나 열심히 챙겨봤는데 말이다. 최강희, 류현경, 박광현 배우들 보는 재미로 일요일 아침을 열었는데 말이다. 나중에 최강희 집으로 나왔던 전주 한옥마을에 그 집을 찾아가 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드라마에 출연했던 그녀를 직접 볼 수 있다니 영광 아니겠는가. 연기 인생이 이십 년이 넘어가는 것 같은데도 단막극에 나오는 그녀가 좋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려는 그녀의 도전이 멋있다. 어느 정도 유명해지면 단막극에 잘 출연하지 않는 듯한데 그녀는 최근에도 단막극에 나왔다. <1등 당첨금 찾아가세요>을 흥미롭게 봤다.    




12월 3일 토요일 오후 2시 더숲 아트시네마에서 <요정> 영화를 관람했다. 류현경, 김주헌, 김신비 배우가 나오는 영화로 즐겁게 관람했다. 영화 마니아도 아니고, 영화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영화를 평론할 실력도 마음도 없다. 그저 <요정>이라는 영화를 보며 좋았고, 영화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를 만든 감독의 설명과 류현경, 김신비 배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영화를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과 뒷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행복했다.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감독과 배우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가 날카롭고 예사롭지 않아 상당히 놀라웠다. 단순하게 영화를 감상한 나와 다르게 철학적인 부분까지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는 그들을 보면서 감탄했다. 그들이 던지는 질문과 감독과 배우가 답하는 이야기 속에서 생각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하나의 영화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까.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 뜻하지 않는 코로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조심하면서 영화를 촬영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니 참 쉬운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사람의 노력에 대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자세히 모르는 영역에 대해 감독과 배우들의 진심 어린 대답으로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더 좋았던 것은 류현경 배우를 만나고 류현경 배우의 사인을 받고 사진 촬영까지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내 인생에 기억에 남을 사건이었다. 배구장 가도 사실 좋아하는 선수 이름을 관람석에서 소리치지만 정작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이 나오는 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줄에도 못 서는 사람인데 말이다. 예전에 체육관 들어가는 입구에서 문성민 선수와 사진 촬영하는 이벤트를 해주는 바람에 사진을 찍은 적은 있지만 “사진 찍어요.”라고 대놓고 못하는 내가 류현경 배우와 사진을 찍었다. 그러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출처> 더숲아트시네마


신택수 감독과 김신비라는 배우를 알았다는 것으로도 행복하다. <요정> 한번 봐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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