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지가 눈앞이다.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십 대 산을 사랑했다. 추석, 설날에도 친구와 산을 갔다. 무조건 정상을 밟아야 직성이 풀렸다. 정상에 목숨을 걸었다. 지금이야 산 정상을 바라보며 다니지 않는다. 산 정상을 밟아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정상 밟기를 코앞에 두고 차오르는 숨, 돌덩어리 같은 다리에 포기하고 싶지만, 주변에서 조금만 힘내라는 말에 한걸음 다시 힘을 내 마침에 정상을 밟았을 때 그 희열감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산을 타는 순간순간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이겨내고 밟았던 정상은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사람이 바라볼 수 없는 자연의 풍경과 신비로움을 온몸으로 담을 수 있었다.
글쓰기 100일 고지가 눈앞에 있다. 잘 썼든 못 썼든 하루하루 그 길에 있으려 노력했고, 결국 마지막까지 그 길에 있으련다. 마지막 날 마침표를 떡하니 찍고 마무리하는 뿌듯한 순간을 만끽할 것이다.
나 자신을 축복할 것이다. 과거 한 순간의 선택으로 십 년 이상을 힘들게 사는 나를 늘 아끼는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친한 선배도 이 기쁨은 모를 것이다. 힘든 인생살이고, 십 년 전보다 못한 벌이로 살고 있지만 그런데도 순간순간 나만의 행복을 만들려고 고군분투했고, 결국 나만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