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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Nov 29. 2022

외사랑

오해로 좋아했고, 오해로 고백했던 나는 철저히 후배로 생각한다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고백 후 거절당해 창피해 연락을 안 했다가 연락을 왜 안 하냐고 하는 말에 또다시 마음이 약해져 마음을 숨긴 채 꽤 오랜 시간 선배와 연락했었다. 그렇게 우리는 연락이 끊겼다가 되었다가를 15년 가까이 해오다가 최근 5~6년 전 카톡으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연락이 끊겼다.      


그때 이후로 마음을 통제하려고 그의 전화번호를 삭제했다. 핸드폰에서 그의 번호를 삭제했지만, 미련이 남아 포스트잇에 그의 전화번호를 꾹꾹 눌러 적어놓고 동전 지갑에 넣어 서랍에 보관해 놓았다.      


작년부터 자주 그가 생각났다. 동전 지갑에 있는 포스트를 꺼내야 하나 망설이기를 여러 차례였다. 결국 인내심이 무너졌고, 그의 핸드폰을 나의 핸드폰에 다시 입력했다. 연락처를 입력하고 이름 앞에 #을 붙였다가 안 붙였다가 별 지랄 다했다. #을 붙이면 카톡에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을 안 붙이면 카톡에 그가 뜨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 나를 통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전화번호를 등록했더니 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지내는지, 잘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카톡 프로필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를 지웠다. 프로필을 봐도 알 수가 없었다. 카톡을 포기했다.


마침내 카톡으로 아는 척하기가 불편해 문자로 보냈다.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가 문자를 확인하는지 안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답답해 카톡으로 보냈는데 숫자 1이 없어지지 않았다. 나를 분명 차단했다고 생각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이놈의 자존심이라는 것이 금방 또 사라졌다. 다시 그가 궁금해졌다. 결국 몇 달이 지나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몇 달이 한 달이 되고, 몇 주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답장은 없었다. 답답했다. 그도 여전히 혼자인 것 같은데 답장이 없다.      


나에게 무척 화났고, 다시는 연락하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 나는 미련 곰퉁이처럼 미련이 남았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스스로 잘 통제가 되지 않는다. 문자와 카톡을 동시 보냈다. 카톡의 1 숫자가 없어졌다. 갑자기 스파크가 일어나 작은 불씨가 피어오른 것처럼 희망이 생겼다. 바보같이 조금 더 자주 카톡을 보냈다.      


카톡 내용은 별다른 내용이 없다.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안부 정도이다. 그러나 답이 없다. 지금까지도 없다. 나와 완전히 인연을 끊고 싶어 하는 사람인 듯한데 나는 왜 자존심도 없이 자꾸 연락하고 싶고, 한 번이라도 차 마시며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참 배앓이도 없다.      


오랜 시간 알았지만, 서로에 대해 너무도 몰랐던 것 같았던 2016년 그해를 기억한다. 그때 처음으로 그가 했던 이야기에서 그가 나와 비슷한 아픔이 있었는지 몰랐다.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너무도 서로를 몰랐다. 나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한참 힘들었을 당시 나에게 자주 연락을 해왔고, 밤에도 불러나가서 한참을 이야기해 그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보다 편안하게 나를 생각했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것이 나의 감정을 키웠지만. 그는 단지 나를 편안한 사람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아무튼 연락이 끊길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이 분명한데 연락을 서로 끊자고 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참 배앓이도 없다. 대개 내가 알던 남자들은 좋아하는 이성이 생기면 직진이었다. 그러니 그 사람은 그저 나를 후배로 봤을텐데 왜 난 오해를 했던 것일까. 이십대에는 그 사실을 잘 몰랐으니까 착각했겠지만.


남들은 잘도 연애하는 것 같은데 나는 잘하지도 못하고, 나를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남은 생은 외사랑에서만 그칠듯싶다. 그래도 한번 태어났는데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너무 짝사랑만 하지 않았지만 연애 경력이 짧다. 먹고사는 게 바쁘다고 늘 쫓기며 아등바등 살았다. 그런데 나처럼 살아도 사람들은 잘도 연애하던데 나는 잘 안된다.      


나한테 고백한 사람도 있었지만 부담스러워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쳤던 것 같다. 잘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그저 먹고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말이다. 지나고 보니 후회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잘도 만나는 데 모임도 싫어하고, 일단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싫어한다. 혼자 다니는 것이 때론 외롭지만 혼자 즐기는 것을 잘하는 편이다. 일 대일에는 강한 사람이다. 그래서 식품 영업은 잘 적응했는지도 모른다. 일대일 관계였으니.     


그에게 답변이라도 왔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 말한다면 상대방은 나에게 전혀 관심 없는데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한다고 할 것이 분명하다. 포기하라고.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쉽지 않다. 감정 조절이라는 것이 무 자르듯 쉽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저 답장이라도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화하고 싶다. 만나서 진솔하게 대화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난 참 배앓이도 없다. 그러고보니 손 한번도 못 잡았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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