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사람 중 유독 경청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장남원 고래 사진작가가 그렇다. 연세가 일흔이 넘으셨다. 종군 사진기자로서 역할을 했던 분이다. 스스로 신문사에서 일할 때 일을 못 했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종군 사진기자로서 세 번이나 나갔다 오신 분인데 겸손하다. 정말 훌륭하신 분들은 본인 스스로 자기 경력과 경험을 자랑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내뱉는 말과 행동에서 그들의 품격이 느껴진다. 아우라가 느껴진다.
오키나와 가서 처음 흑동고래 찍었다고 한다. 처음 수중에서 고래를 만났을 때 무서웠지만 고래의 그 선한 눈빛을 잊을 수 없어 고래 사진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사진이라는 것은 일맥상통하는 일이지만 전혀 다른 분야로 전향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끌림 하나로 고래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존경스럽다. 그분 삶의 이야기 속으로 계속 빠져들어 듣게 된다.
나도 나이를 먹으면 장남원 고래 사진작가처럼 한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여전히 여기저기 발을 뻗치며 살고 있으니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의문 갖지 말고, 나를 믿고 장남원 고래 사진작가처럼 살 수 있기를 마음으로 잊지 말자. 잊지 않으면 언젠가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