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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n 05. 2023

불청객 알레르기, 0.1% 약 부작용이 ‘나’라니

어떻게 하면, 썩을 놈의 알레르기를 퇴치할 수 있단 말인가.

알레르기 비염으로 콧물이 물처럼 흐를 때면 일상생활이 조금 불편하다. 코로나 이후 지하철에서 콧물을 닦거나 재채기 또는 기침할 경우 살살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본다. 나는 겁쟁이다.     



알레르기 비염과 기관지가 약한 나에게 지하철은 가끔 괴로움 그 자체이다. 지하철 내부 공간에 사람들로 빼곡히 있으면 사람들이 내뿜은 이산화탄소로 숨쉬기가 힘들다. 때론 안 좋은 공기가 지하철 내부에 꽉 차거나 에어컨이나 공기 순환을 위해 지하철 천정에서 갑자기 바람이 불 때면 먼지가 나와서 그런지 재채기할 때가 왕왕 있다. 사람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재채기를 참을수록 재채기가 더 유발돼 재채기를 더하게 된다.      



작년 가을 환절기부터 올해 봄까지 지하철 출퇴근길에 상당히 고생했다. 최근 들어 몸이 피로한 지 염증과 관련된 방광염과 임파선이 붓는 질환으로 약을 먹다 보니 비염을 잠깐 잊고 있었다. 그런데 염증 치료가 끝나니, 다시 비염과의 전쟁이다. 물처럼 콧물이 흐르고, 저녁이면 얼굴이 근질근질하여 손으로 얼굴을 긁는다.   


   

저녁이 되면 얼굴 및 턱부위가 간지러워 저절로 손이 간다. 긁고 긁는다. 피가 날 정도로 심각하지 않아 나의 증상의 경중을 따져본다면 경증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번 가려움 토털케어 크림을 구매하여 저녁마다 바르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손은 여전히 얼굴로 간다.  


    

한해 한해 새로운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 예전에 얼굴 가려운 증상은 없었는데 작년부터 얼굴부터 몸까지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살짝 가려운 정도라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가려운 증상이 발현될 때마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생각난다.     



안 되겠다 싶어 주말 피부과를 방문하였다. 피부과 의사 선생님은 자신의 가족 구성원에 대해 말할 정도로 친근감을 나에게 표현해 주는 선생님이다. 엄마하고도 몇 번 같이 방문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나에게 자신의 가족 구성원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자지러지셨다. 오전 일찍 갔는데 이미 환자들을 꽉 차 있었다. 내 앞으로 10명이상이 있었다. 한참 대기하고 있다가 차례가 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일 년 만에 왔네, 어디가 아픈고” 하셨다. 거의 아버지뻘 선생님이다. 환자가 많아 오늘은 필요한 말만 했지만 한두 마디 문장에도 친근감이 느껴져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선생님이 약을 처방해 주며 “평일에 와”라고 말했다. 평일에 안 된다고 하니, “토요일에 꼭 오라”며 말씀하신다. 피부과 끝나고 이비인후과에 알레르기 비염으로 치료받으러 간다고 하니, 자신이 처방해 준 약을 보여주라고 하신다. 

    

선생님 처방해 주신 약을 약국에서 처방받아 복용하였다. 아침 한 알, 저녁 한 알이었다. 그런데 일요일 약을 먹고 계속 잤다. 아무래도 약 때문인 것 같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평일에 못 잔 잠을 잔 것으로 생각하고,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약을 먹고 출근했다. 아침 출근 지하철에서 앉아서 가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내가 지하철에 승차할 때는 이미 앉은 좌석은 만석이다. 그렇게 40~50분을 서서 가면 이제 다리, 허리 통증이 수반되어 죽을둥살둥으로 버티고 간다. 


그렇게 ‘오늘도 그러리라’ 생각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광운대역에서 내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내렸다. 앉을자리가 생겼다. 아침에는 앉으면 그 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오늘따라 책을 펼치기에는 몸이 한없이 무겁다. 눈꺼풀도 무겁다.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그다음부터는 기억나지 않는다. 잠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서울역이다. 시청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이미 시청역을 지나쳐 버렸다. 서울역에서 승강장 문이 닫힐 때쯤 일어나 눈을 게슴츠레 떴다가 놀래서 문을 향해 전력 질주하였고, 간신히 지하철을 내릴 수 있었다. 다행히도 바로 맞은편이 반대 노선이라 한숨을 돌려야 했다.     



사무실에 도착했는데도 하품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수면제를 먹고 충분히 잠을 못 자면 나오는 증상과 같았다. 퇴근 후 처방받아 온 알레르기의 부작용을 찾아봤더니 지난 4년간 4,194명 중 단 4명만이 ‘졸음’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임상 결과를 봤다. 내가 극히 작은 확률인 0.1%에 들어간 것이다. 게보린 이외 약의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며칠 더 먹어봐야겠다. 계속 졸음이 오는지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가려운 증상에는 효과를 보인다. 풍선효과처럼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나오는 것처럼, 졸음이 오니 가려움증은 사라졌다. 




**

피부과 선생님이 처방해 주신 약을 들고 이비인후과 선생님에게 가니, 선생님이 "지난번 임파선 부은 것은 어떠세요?"라고 물어봐주셨다. "선생님이 처방해 준 약 덕분에 나아졌다."라고 말했다. 한 군데 병원을 오래 다니면 무뚝뚝한 이비인후과 선생님과도 친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요즘 느끼고 있다. 무뚝뚝한 선생님이 먼저 몸 괜찮냐고 물어보는 횟수가 많아졌다. 좋다. 그러나 병원을 안 가는 것이 최고인데, 어떻게 해야 이 썩을 놈의 알레르기를 퇴치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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