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예약한 차량을 확인하려고 하던 순간, 공유카 앱 첫 화면에 멤버십 ‘0’ 원 가입 이벤트가 눈에 들어왔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일반회원보다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는 내용을 보니 궁금증이 유발되었다. 슬쩍 한번 볼까라는 요량으로 화면을 클릭했다.
멤버십은 일반회원보다 차량대여 시 보다 더 할인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였다. 8월 초까지 멤버십 가입 시 별도의 지출 없이 ‘0’ 원에 가입할 수 있다는 내용에 나도 모르게 덜커덩 가입했다. 즉흥적이었지만 가입하기를 잘했다. 1년 후에 25,000원 정도를 연회비를 결재해야 하지만 괜찮은 혜택이다.
가입하자마자 쿠폰이 마구마구 마이페이지 쏟아졌다. 일반회원으로 대여할 때보다 살짝 저렴한 쿠폰을 제공받아 며칠 전 예약한 차량을 취소하고 새로운 예약을 진행했다.
차량 대여 후 차량 운행을 시작하면 대여료와 보험료가 같이 결제되는데 희한하게 보험료만 결제되어 확인해 보니 멤버십 가입으로 사용기간이 정해진 대여료 ‘0원’ 쿠폰이 결제 시 자동으로 선택되어진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기적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쿠폰 중 24시간 대여료가 ‘0’인 쿠폰이 있는지 꿈에도 몰랐다.
며칠 전 예약 건은 코스트코로 장을 보러 가기 위해 예약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멤버십 가입 후 지급받은 쿠폰으로 인해 장시간 대여해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가능해 급하게 장보기를 위한 차량 대여에서 장보기와 여행을 함께하기 위한 용도로 이용 목적을 변경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여행지를 가기로 결정했다.
바로 거실에 있던 엄마를 불러 가까운 장소로 하루 여행을 갔다 오자고 말했다. 나의 갑작스러운 결정에도 큰 불만 없이 흔쾌히 함께 해준다. 갑자기 떠나자고 하는 여행이 종종 있다.
철원, 양구를 갈까 고민하다가 인천공항 전망대와 인천공항 근처 을왕리 해수욕장을 가기로 급작스럽게 방향을 선회해서 결정했다. 나의 뜬금없는 여행 결정에 엄마는 내심 싫어하지 않는다. 여행 궁합이 맞는 모녀사이다.
먹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행코드마저 맞다. 그러나 최근 이따금 식사를 거르고 여행했던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으니, 앞으로의 여행에서는 식사를 잘 챙겨야겠다.
6월 말에 강원도 평창을 갔다 온 후 그 짧은 기간 사이 운 좋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하루가 주어졌다는 것이 덧없는 행복이었다.
그날따라 아침부터 며칠 전 예약 완료된 차량을 한번 더 살피고 싶었고, 그날따라 유독 멤버십 가입이 눈에 보였을까. 이런 일상의 소소한 발견이 기적으로 연결되는 일이 생기면 평온하지 않는 나의 일상에 행복이 살짝쿵 끼어들어 온 것 같다. 예상하지 못한 행복이 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사소한 일이지만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 생기면 ‘이대로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어찌 인생이 마냥 행복할 수 있겠는가. 인생을 통틀어 행복보다 고통, 불안, 슬픔 등의 감정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일들이 더 많다. 매일 구질구질하고, 그저 그렇고 그런 날들이 지속되지만 생각지도 못한 행운과 행복이 찾아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종종 나를 찾아오는 어두운 생각 중 하나는 한 번의 선택으로 십 년 이상을 쭈구리 인생 살아가고 있는 나를 곱씹는 일이다. 이런 생각들은 생각이 생각을 낳으며, 그 생각은 땅 속 깊이깊이 파고들어 나 자신을 더 옭아맨다. 이와 더불어 타인의 삶을 질투하며 우울한 감정의 파도가 거침없이 너울댄다.
그러나 이렇게 행운이 넝쿨째 들어온 날은 입이 하염없이 하늘로 향하며 미소를 머금은 채 수다쟁이가 된다. 이런 수다쟁이는 얼마든지 될 수 있으니 기꺼이 자주 나의 방문을 두드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