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정한 아주머니

by 발작가

나는 수영장에 다닌다.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는 평범한 수영장은 아니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장애인복지시설이다. 일명 ‘수중재활센터’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클래스는 마감이 되어있고 코로나로 인해 대기자만 2년치가 밀려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곤란해한 나에게 데스크 직원은 수중걷기 운동이라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이 프로그램은 강사에게 직접 코치를 받거나 할 수는 없지만, 자유롭게 50분간 수영장을 걸어다니며 재활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순간 수중걷기? 그게 뭐지? 처음들어보는건데? 라는 생각과 함께 호심이 올라왔다.


첫 시간에는 물을 무서워하는 나 때문에 엄마가 보호자로 함께 와서 시설도 살펴보고 분위기도 살펴볼 겸 같이 수영장에 들어갔다. 막상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고, 몇몇 아줌마, 할머니가 보였다. 나는 기본적으로 수영을 배운적이 없고 키가 매우 작기 때문에 물 높이에 지례 겁을 먹었다. 그래서 맨 처음에는 유아풀에서부터 시작했다. 유아풀은 내 허리춤까지 물이 닿는다.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걷는것처럼 나도 자연스럽게 레일 끝까지 걸어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운동을 했다.


유아풀을 같이 몇 번 왕복하다가, 엄마는 나를 성인풀로 데려가려고 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와서 엄마를 말렸다. 안돼요 안돼, 여기는 꽤 깊어서 애기는 안돼요. 애기? 나를 두고 하는 소리다. 또 옆에 있던 할머니도 오셔서 말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유아풀에서 해야한다고.. 깊은 물 들어오면 놀랄수도 있다며.. 두 분이 나와 엄마를 말렸다. 순간 나는 굉장히 안도했다. 사실 나는 아직 성인풀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시간을 엄마와 함께 보낸 이후로는 계속 혼자 수영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아주머니와 할머니는 나에게 오늘은 엄마 안오셔? 라고 말을 거시기도 하고, 또 운동을 하는 중간 중간 나에게 심심하지 않냐며, 춥지 않냐며, 이런 저런 말을 건네주셨다.


수영장을 다닌지 6개월 정도가 된 지금은, 내가 먼저 나서서 수영장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고. 오늘은 누가 결석을 하셨는지, 또 누가 나오셨는지 스캔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나는 이곳에서 만난 사람 중에, 한 아주머니를 좋아하게 됐는데, 나는 그분을 나의 다정한 아주머니 라고 부른다. 나의 다정한 아주머니는 내가 처음 수영장에 왔을때부터 계셨고 깊은 물에 들어가려던 나와 엄마를 제일 먼저 말리던 분이시다.



나의 다정한 아주머니는 내가 지은 별칭만큼이나 정말로 다정한 분이시다. 아주머니는 늘 수영장 전체를 스캔하시며 오늘은 누가 왔고 누가 오지 않았고 왜 안오셨는지 또 누구는 무슨 요일에만 나오는지 등등을 상세히 알고 계시다. 그리고 내가 유아풀에서 걷고 있으면 ”거기는 몸이 물에 다 담궈지지 않아서 춥지않아? 이제 이쪽으로 넘어오시지~~“ 하며 장난을 치시기도 하고. 내게 물속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운동 동작들을 가르쳐주시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내 입술 위까지 물이 올라오는 성인 풀에서도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있다.


나의 다정한 아주머니는 늘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피고 돌보신다. 누군가 운동 동작을 잘못 하고 있으면 가서 직접 동작을 보여주시며 이렇게 하셔야 한다고 동작을 맞게 수정해주시기도 하고. 또 누군가 곤란에 처해 있을 때도 제일 먼저 달려가 해결책을 제시해주신다. 내가 혼자 걷기 운동을 하고 있을 때에도, 가드 선생님을 불러 세워서 말한다. ”저기 선생님, 우리 막내가 할 수 있는 다른 동작이 뭐가 있을까요?“ 그러면 가드 선생님이 새로운 동작을 알려주시고 아주머니는 내가 그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곤 한다.


막내, 우리 막내. 아주머니는 나를 막내라고 부르신다. 나는 그 호칭이 매우 마음에 든다. 그냥 막내라는 호칭만으로 굉장히 사랑받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확실히 회사에서 막내라고 불리우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아주머니가 나를 막내야! 라고 부를 때면 나는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아주머니는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수영장에 갈 때 마다 종종 마주치곤 한다. 우리는 자주 수영장까지 걸어가는데 주로 내가 먼저 걷고 있으면 뒤에서 아주머니가 짠! 하고 나타나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렇게 수영장에 가면서도 아주머니와 함께 재잘재잘. 주로 아주머니는 남편과 가족 이야기를 하시는데 나는 아주머니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겁다.


아주머니와 함께 있으면 항상 꺄르르 꺄르르 꺅꺅! 이라는 웃음소리를 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곳이 수영장이건, 수영장에 가는 길바닥이건. 함께 웃을 때 순수하게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득 우리의 관계가 그리 깊지는 않기 때문에 이 정도 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관계의 즐거움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관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이유없이, 눈빛만 마주쳐도 꺄르륵 꺄르륵 하고 웃을 수 있는 사이. 나는 나의 다정한 아주머니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