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결Lib Feb 25. 2024

꿈꾸던 미국에 도착했고, 내 안에 사대주의가 깨졌다

사대주의 - ’큰 물에 대한 환상‘


미국 서부의 분위기- 할리우드, 그랜드 캐니언, 서퍼 비치와 힙합, 그리고 다인종 문화 - 내가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들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손흥민 선수는 이미 십 년이 넘게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었고, 그전에는 박지성 선수가 있었다. 나는 외고에 입학한 순간부터 그들처럼 글로벌 리더가 되는 걸 늘 꿈꿔왔던 것 같다.


한편, 나는 석사 3년 동안 더없이 우물 안 개구리의 삶을 살았다. 활동반경은 좁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 듯해 초조했달까, 답답했다.


더 ’ 큰 물‘의 모습은 어떤지, 내가 거기서도 경쟁력이 있을지 더 늦지 않게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결국 시간과 경비를 들여 무리해서 미국으로 떠났다.



확실히 천조국의 스케일에 압도당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기죽긴 싫었지만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여러 번 느꼈고, 훨씬 더 겸손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새로운 반환점에 있는 내게 여러모로 좋은 자극제가 된 순간들.


반면에 이번 여행은 외국이라는 큰 물로 나아가는 일에 더 이상 애를 쓰지 않기로 마음을 굳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최우선적인 걸림돌은 완벽하지 않은 외국어 능력 때문이겠다. 그렇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은 한국의 문화와 사회구조가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큰 물’이란 곳들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상 미국을 와 보니,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열악한 현실들이 내게 부각됐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외국을 다니면 다닐수록 그동안 가져왔던 환상들이 사라져 가고 역설적으로 애국심이 깊어져 간다. 다름을 경험해 보고서야 경시했던 한국의 우수한 문화와 시스템들이 바로 보였다.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았고,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내가 새삼 철저히 한국형 인간(?) 임을 깨닫게 됐다.


그리하여 이제는 스스로를 ‘국제화’하려는 애처로운 노력도 멈출 용기가 생겼다. 더 이상 외국인이나 유학파들을 선망한다거나 부족한 영어실력을 한탄하며 실체 없는 ‘글로벌 역량’에 목매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손흥민 선수가 그 자체로 브랜드인 이유는 그가 해외에  있어서기보다는 그가 그냥 본업을 미친 듯이 잘하기 때문이다. 봉준호나 페이커 같은 영웅들이 이를 입증했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외고를 다니면서부터 내 안에서 사대주의가 소리 없이 자랐던 것 같다. 하지만 영국 교환학생, 일본, 미국 등 소위 선진국 여행을 다닌 미천한 경험 끝에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에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외로운 타지에서 적응하고 그곳을 개척하는 이들의 삶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단 한 방울도 없다. 내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선망은 여전하다. 단지 여기 이곳 한국에서 도전하는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말이다. 참 당연한 이야기를 어리석은 나는 돌고 돌아서야 깨달았다



여행은 가기 전에는 늘 그것을 그리워 하지만,

막상 여행지에서는 즐거운 일만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보다 두 세배 많은 선택지가 찾아오고, 그로 인한 성적표도 평소보다 빨리 받아보게 된다. 그래서 참 특별하다. 내가 살던 경로를 벗어날 때 겪은 흥분 상태가 나를 여행에 중독시킨다.

 

이번 미국여행에선 때론 혼자, 때론 친구들, 그리고 새로 만난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특별한 경험을 했다. 또 한참을 바쁘게 산 다음에 멋진 여행지로 떠나고 싶다.


Thank y’all who i met in the States!!

작가의 이전글 로스쿨생의 동기부여 -나는 '정명석'같은 변호사가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