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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

제주 돌문화공원

이번 제주여행에서 제주라는 지역의 특성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제주도의 모든 것의 축소판이자 그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는 제주 돌문화공원은 제주를 함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여러 민속신앙도 있고 사람 이야기, 하루방 이야기, 오백장군, 돌문화 이야기 등의 공통점은 상호 간의 신뢰 혹은 사랑이었다. 그들만의 고유한 색깔로 살아오던 제주의 문화는 최근의 중국 사람들의 유입과 현대사 재조명을 통해 드러난 제주 4.3 사건으로 왜곡되고 희석되었지만 여전히 제주만의 독특함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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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제주 돌문화공원이 개원한 것은 지난 2006년이니 이제 10년이 조금 넘었다. 4.3 전시공원은 여러 번 가본 적이 있지만 제주도의 독특한 돌문화가 아로새겨져 있는 돌문화공원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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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문화공원은 단순히 제주를 알리는 공원에 국한되지 않고 방대한 면적에 걸쳐 문화와 자연, 역사, 민속문화, 제주도의 형성과정과 신화까지 모든 것을 한 곳에 담으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곳이다. 실제 돌아보니 1~2시간 만에 제대로 본다는 것은 말 그대로 수박 겉핡기로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4~5시간 정도는 잡고 와야 아 돌문화공원이 이런 곳이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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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문화 공원의 코스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이 되는데 입구에서 시작되는 제1코스는 탐라가 형성되면서 구전되어온 신화의 정원, 제2코스는 제주 돌문화전시관을 비롯하여 제주도의 곳곳에 있는 신화와 역사를 담았으며 제3코스는 제주 사람들이 살았던 제주전통돌한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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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정원을 지나쳐서 오면 오백장군 갤러리가 나오는데 제주의 돌을 콘셉트로 하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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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제주도는 참 돌이 많다. 어디로 발길을 하던, 손길이 스치든 간에 돌이 잡힌다. 오랜 시간의 풍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돌들은 기하학적으로 변했으며 척박한 화산섬이지만 제주도는 돌이라는 아름다운 속살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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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신화의 정원인데 이곳에는 오백장군의 이야기가 아로새겨져 있다. 한라산에는 기암절벽들이 있는데 그 바위들을 가리켜 오백나한 혹은 오백장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제주도의 설문대 할머니가 아들 오백 형제를 거느리고 살았는데 흉년이 들어 오백 형제가 모두 양식을 구하러 나가고 아들들이 먹을 죽을 끓이려다가 죽솥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막내만 솥에 빠져 죽은 것을 알고 애타가 울면서 고산리 차귀섬으로 달려가 바위가 되었고 이 것을 본 형들도 어머니를 그리워하다가 바위로 굳어졌다고 한다. 그 설화를 기리며 자연석 돌을 이용하여 오백장군이 이곳에 형상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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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옛날에 사람들은 얼굴을 크게 표현을 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제주도의 돌 하루방도 그렇고 이스터 섬의 모아이 거대 석상도 그러하다. 모아이 석상과 돌하루방은 많이 닮아 있다. 좁은 이마와 큰 코, 긴 귀, 턱을 내밀고 굳게 다문 잎술까지 비슷하다. 게다가 라노라라크 화산에서 채취한 돌을 가공한 모아이 석상은 제주 화산암으로 만들어진 돌하루방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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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곳도 아닌 2코스에 있었다. 크기도 모양도 형태도 제각각이지만 무언가 염원을 품고 있을 것만 같은 돌 석상들이다. 나무로도 많은 것을 만들지만 돌로도 많은 것을 만든다. 나무로 만든 것들은 대부분 우리 생활에서 피부와 접촉하는 것들이고 돌로 만든 것들은 조형물이나 경계 혹은 죽음 뒤에 오는 허상을 표현할 때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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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동물을 닮은 것 같기도 한 돌들이 있다. 이렇게 무언가를 신앙의 대상으로 만들기도 한 소박한 작은 돌도 있지만 대형 돌을 사용하는 거석문화는 고인돌과 함께 선돌이 있다. 민속학적으로는 전설 혹은 신앙의 대상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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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제주도를 스친 수많은 여행객들은 제주도는 너무 변해버렸어라고 비관조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색다른 자유를 누려볼 수 있는 여행자들의 공간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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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는 이곳에는 녹아있는 풍경 속에 소소한 일상이야말로 우리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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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돌문화공원에서 가장 큰 규모로 만들어진 제주 돌문화전시관에는 제주도의 돌문화를 심도 있게 만나볼 수 있도록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돌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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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운석은 미분화된 운석과 분화된 운석으로 나뉘는데 미분화된 운석은 태양계 탄생 초기의 기록을 거의 보존하고 있다. 운석은 우주공간으로부터 지구로 떨어진 암석을 의미한다. 대륙의 이동과 분포는 대륙 이동설, 맨틀 대류설, 해양저확장설, 판구조론, 플룸 구조론 등이 대표적인 이론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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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지금으로부터 약 천년 전인 서기 1002년에 화산활동이 있었던 사실이 세종실록 지리지와 고려사 오행지, 신증독국여지승람등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산이 솟아 나오는데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고, 벼락 치는 것 같이 땅이 움직였다. 무릇 칠주야가 지나서야 비로소 개였는데 산에는 물과 나무가 없고, 연기만이 그 위를 덮고 있었다. 바라다보니 석류향과 같기도 하여 사람들이 갈 수가 없었다." - 세종실록 지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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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지질은 여명기(1920~1930년대)에 일본인 지질학자에 의해 처음 조사 연구가 시작되고 이후 2차 세계대전이 있던 침체기(1940~1950년대), 태동기(1960년대), 발달기 (1970~1980년대)를 거쳐 제주도의 형성과정과 관련된 종합적인 연구와 지하수 중요성 증대 및 지하수 연구가 1990년대에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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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활동의 분류는 폭발력과 분출 기둥 높이에 따라 구분이 되는데 하와이언 분출, 스트롬볼리언 분출, 서브 플리니언 분출, 플리니언 분출으로 구분이 된다. 그중 플리니언 분출은 마그마 내의 가스 성분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수 없이 폭발함으로써 마그마를 잘게 부수어 화산재, 부석 등을 분출하여 성층권까지 이르는 아주 큰 분출 기둥을 형성한다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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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돌문화공원에서 2코스가 제주도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의 고요한 풍경 위로 시간들이 흐르고 있었다. 제주도에 자리한 1백 년이 넘는 가옥들뿐만이 아니라 집안 대부분의 물건들은 주인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이곳에 가져다 놓은 물건들은 상당한 시간을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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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있으면 그 공간의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돌들이 참 많다. 제주도를 처음 가보는 사람들이나 몇 번 가보지 않은 사람도 보고 갸우뚱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정주석이다. 제주도 민가에는 마을길에 집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올레가 있는데 올레 양 어귀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 나무기둥이 돌기둥이 세워져 있는데 나무로 된 것은 정주목, 돌로 된 것은 정주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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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놓여 있는 석상들의 모양이 다양한데 그중에 신엄리 마을에 세워졌던 돌코냉이는 풍수지리적으로 허약한 곳을 보강하고 재앙을 막는 수호신의 기능과 마을의 경계석 또는 과언을 알리는 표석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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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동자석은 평균 신장 1m 이하의 작은 석상으로 다공 현무암이라는 재질의 특수성과 단순하면서도 영적 분위기를 잘 살린 표현 방법은 제주 동자석만이 갖는 독특한 특징이다. 동자석을 제주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위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지극한 정성의 지표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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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돌들을 하나씩 보면 모두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동자석에는 무속신앙, 불교 및 유교적인 요소들이 융합되어 제주인들의 심성을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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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2코스에는 제주시 동광양 본향이 미륵당에 모셔진 미륵보살 돌 할머니, 에원동 불새, 돌양, 일만 팔천의 신들이 존재하는 신들의 고향이라는 제주의 민간신앙, 옛날 산지천이 자주 범람하여 그것을 다스리기 위해 세운 조천석,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2508번지 내에 위치했던 조선 초기의 분묘인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방묘 등이 재현 및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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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자석들은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을까. 삶의 속도는 무서운 기세로 많은 것을 밀어낸다. 많은 것들이 너무나 쉽게 빨리 잊히기에 그립기도 하다. 삶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려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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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를 마주할 수 있는 이해와 소통의 공기가 천천히 흐르는 공간, 그곳이 바로 제주도 돌문화공원이다. 인생은 단 한번, 그걸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고 보니, 멋져 보이는 그 누군가의 삶에만 매료될 필요가 없다. 이 길 자체만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제1코스 (신화의 정원) : 1300m / 소요시간 : 약 1시간

전설의 통로와 숲길을 지나면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돌박물관이 나옵니다. 박물관 관람 후 야외전시, 돌하르방 등을 지나 오백장군 갤러리와 어머니의 방을 도는 코스

제2코스 (제주 돌문화전시관) : 970m / 소요시간 : 약 50분

제주 돌문화를 기능별로 초가형 전시동에 전시하고 있는 제주 돌문화전시관과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돌문화 야외전시장이 배치되어 숲길을 거니는 코스

제3코스 (제주전통돌한마을) : 동선거리 : 1080m / 소요시간 : 약 50분

지금은 거의 사라져 버린 제주의 옛 마을을 본떠서 세거리 집, 두거리 집, 말 방앗간 등을 배치하여 옛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코스


관람료 : 성인 (5,000원), 청소년 (3,500원) - 개인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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